인공지능(AI)·차량용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독일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의 조립 모습. <사진 : 블룸버그>

10년 전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미세공정화 한계는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으로 예상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변화메모리(P램)·저항변화메모리(Re램)·자성메모리(p-STT-M램)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진행됐다.

P램과 Re램은 낸드플래시를 대체하고, p-STT-M램은 D램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는 D램과 달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보존되고, 수십 나노세컨드(10억분의 1초)의 고속 동작과 미세화 공정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을 10나노미터급까지 미세화 공정을 가능하게 했다. 3차원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 성공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도 10나노미터급까지 미세화 공정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7년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큰 이익을 내고 있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은 구글의 AI 알파고와 바둑 대전을 펼쳤다. 구글의 AI 알파고 안에는 약 1200개의 CPU, 170개의 GPU, 100만개의 D램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 조선일보 DB>

AI 알파고, 반도체 100만개 이상 탑재

그러다 보니 P램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는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대체한다는 개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나섰다.

올해 초 인텔은 마이크론과 P램 기반의 3차원 크로스포인트 메모리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옵테인을 개발하며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개척에 나섰다. 3차원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는 기존 낸드플래시 메모리보다 1000배 빠르고, D램보다 10배 많은 용량을 갖출 수 있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수십 나노세컨드의 고속 동작과 10피코암페어(1㎀=10조분의 1암페어) 이하의 저전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고성능 로직 반도체에 p-STT-M램을 내장한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소자를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의 출현으로 인해 AI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등 새로운 시장도 열리고 있다. AI는 입력된 정보를 딥러닝(심층학습)을 통해 인간의 두뇌처럼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고 처리한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바둑 대전을 펼친 구글의 알파고가 대표적인 AI다. 알파고 안에는 약 12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 170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00만개의 D램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바둑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딥러닝을 통해 다음 수를 계산하기 위해서다.

IBM이 2011년 개발한 AI 왓슨은 암 관련 의학전문 저널의 전문지식을 학습해 유방암, 대장암, 결장암 등의 암 진단 지원 서비스를 의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선 단어와 형용사 등을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 AI가 개발되고 있다. AI는 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AI 반도체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해 신경계의 기본 단위인 뉴런 소자와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 소자로 이뤄졌다. 또 실리콘 CMOS(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 공정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기술은 칩 사이즈의 소형화가 어렵고 초고속 동작과 저전력 구현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스핀 뉴런과 P램, Re램을 이용하는 시냅스 소자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AI의 알고리즘 개발, 회로 설계, 초저전력, 초미세화, 초고속 동작이 가능하고, 3차원 크로스포인트 구조를 갖는 뉴런·시냅스를 개발할 수 있느냐에 따라 향후 AI 반도체 기술과 시장 장악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자동차는 기계 공업 기술로 개발됐으나 현재 자동차의 대부분 기능은 반도체에 의해 제어되고 있다. 자동차의 내·외부 온도, 압력, 속도 등의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 엔진, 트랜스미션 등을 조정하는 반도체, 위성항법시스템(GPS), 오디오, 비디오 등의 정보처리용 반도체를 통틀어 차량용 반도체라고 한다. 현재 자동차 제조 원가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차량용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삼성전자 상변화메모리(P램). <사진 : 조선일보 DB>

삼성·LG·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연 300억달러(약 34조원)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400억달러(약 45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자율주행을 구현할 AI 반도체, 초고속 센서, 내비게이션과 같은 통신 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전장 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하며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고, LG전자·현대자동차도 미래 새로운 먹거리인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 반도체 공정 기술 미세화의 물리적 한계는 수 나노미터로 예상된다. 학계에선 이런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래핀·이황화몰리브덴(MoS2) 등 2차원 물질을 활용한 반도체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2차원 물질이란 수 나노미터의 원자가 한 겹으로 배열돼 있는 것이다. 얇고 잘 휘면서 단단한 특성을 갖고 있어 반도체, 태양전지 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런 기술을 개별 기업이 개발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때문에 초기 신재료 개발은 연구·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기술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진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plus point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P램·Re램·p-STT-M램

상변화메모리(P램)는 물질의 상(相)변화를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다. 물질 상이 비결정에서 결정질로 변할 때 1비트를 얻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P램을 구성하는 재료는 게르마늄(Ge), 안티몬(Sb), 텔루륨(Te) 등이고, 차세대 메모리 중 기술 구현이 비교적 쉬운 것으로 평가된다.

저항변화메모리(Re램)는 외부 전압, 전류에 따라 전기적 저항 특성이 변화하는 원리로 구현된다. 낸드플래시보다 대용량화에 유리하다. 자성메모리(p-STT-M램)는 자성(磁性)을 지닌 물체에 전류를 가해 전자의 스핀 방향에 따른 저항값 크기에 따라 데이터를 읽고 쓰는 메모리다. 동작 전력이 매우 낮고 속도가 빠르며 기존 CMOS 공정 장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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