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한 직원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올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이 149억4000만달러(약 16조9000억원)를 기록해 144억달러(약 16조3000억원)인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는 건 1993년 이후 24년 만이다.

인텔은 지난해 514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반도체 시장 1위를 수성했으며 삼성전자가 387억달러로 인텔을 추격했다. 삼성전자가 인텔에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수퍼사이클(대호황)’이 배경이 됐다.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는 전 세계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1분기에 매출 15조6600억원, 영업이익 6조31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4조9500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나노급 공정까지 진화한 D램의 영업이익률은 5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가 경쟁력 강화와 제품 경쟁력 확대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는 1992년부터 2016년까지 24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설계·미세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핵심제품은 D램과 낸드플래시다. D램은 1992년부터, 낸드플래시는 2002년부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야말로 ‘초격차’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미세공정 한계 돌파하는 높은 기술력

삼성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3차원(3D) V낸드플래시를 개발했으며, 2014년 3월 세계 최초로 20나노 D램을, 지난해 2월에는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면서 미세공정 한계를 돌파했다. D램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20나노급에서 더 이상의 미세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삼성전자가 이를 완전히 깨뜨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D램의 생산비중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D램 시장이 고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 차원 높은 기술력으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2014년 8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3D V낸드플래시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3D V낸드플래시는 기존 평면구조의 낸드플래시보다 저전력, 고성능, 내구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도 경쟁사와의 기술격차를 더욱 벌려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3년부터 대용량 구현이 가능한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을 통해 초고속 SSD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SSD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했다. 2위인 웨스턴디지털(11%)의 4배에 가깝다.

첨단 공정기술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는 미래 대응에도 철저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을 잇는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선 경기 기흥·화성에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고 미국 오스틴에서는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2014년 가동을 시작한 중국 시안공장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공장에 역대 중국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인 총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를 투자했다.

오는 6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반도체공장을 가동한다. 1차 투자금액만 15조6000억원이 투자된 이 공장에선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평택공장을 차세대 반도체 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가동하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plus point

불황 때 과감하게 투자해 격차 벌려

“사재를 보태겠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1974년 이건희(당시 동양방송 이사) 회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쏟아부어 파산위기에 처한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 세계는 1차 오일쇼크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고, 전자 산업 전망은 불투명했다. 특히 막대한 투자 리스크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정부는 물론 삼성 내부에서조차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향후 우리나라가 먹고살 길은 ‘하이테크 산업’뿐이라며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한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출발이 늦어지면 일본·미국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이병철 선대 회장이 힘을 실어 주었다. 삼성은 1983년 3월 15일 ‘우리는 왜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문을 그룹 명의로 발표하며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6개월 만에 반도체 全 공정 기술 독자개발

삼성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양산제품으로 결정한 것은 64K D램. 전자시계 등에 들어가는 단순한 기능의 칩을 생산하고 있던 삼성으로서는 어림없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제품 개발 착수 6개월 만인 1983년 11월 전(全) 공정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6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일본과 비교하면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경쟁사가 머뭇거릴 때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4메가(M) D램을 개발하던 1987년 반도체 업계는 회로를 파내려가는 트렌치방식과 회로를 쌓아 올리는 스택방식으로 의견이 양분됐다. 이 회장은 “상식적으로 쌓아 올리는 게 쉽지 않냐”며 스택방식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6인치 웨이퍼가 대세이던 1993년에는 8인치 웨이퍼를 적용한 16M D램 개발에 나서 경쟁자를 추월했다. 반도체 시장에 깊은 불황이 불어닥친 1996년부터 1998년까지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11년에는 경기도 화성공장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에 11조원을 쏟아부었다. 불황일 때 다가올 호황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했고, 호황일 때도 경쟁사들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반도체 불패신화를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며 D램 시장을 정복했다.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 불과 10년 만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한 번 1등에 오른 제품은 한 차례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성공의 이면에는 각 분야에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일에만 매달린 이름 모를 삼성전자의 임직원들이 있다. 1990년대 ‘새벽 3시의 커피타임’ 삼성전자의 광고에서 반도체 임직원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풀리지 않는 반도체 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한 연구원이 번쩍 떠오른 아이디어를 팀 동료들과 논의하기 위해 연락을 하자 모두 달려왔다. 그런데, 동료들과 잠시 차를 마시던 중 누군가 무심코 벽시계를 보니 그때가 새벽 3시였다. 실제 있었던 감동적인 이야기를 광고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그 광고가 나간 다음 날, “반도체의 핵심은 우수인재의 확보인데, 새벽 3시에 커피 타임을 갖는 회사에 누가 들어오겠냐”는 경영진의 호통에 단 하루 만에 광고가 중단되고 말았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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