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실한 독일 경제의 중심에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의 중견·중소기업)가 있다. 이들 기업은 경쟁업체가 모방하기 어려운 수준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많은 혁신을 주도한다. 수출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세계시장에서 1~3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또 장수 가족기업이 많으며, 높은 투자 수익률과 건실한 자기자본 비율이 특징이다.”

독일의 중견·중소기업 전문가 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대 교수는 “미텔슈탄트엔 1300여개 히든 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과 연 매출 5000만유로(약 654억원) 이상의 가족기업 4400개, 34만개의 중소기업이 포함된다”며 “이런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독일 인재들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독일의 신참 기업가들은 우수한 직원을 채용해 좋은 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 우수한 직원이 모여 또 하나의 미텔슈탄트를 만들고 독일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중견·중소기업 성공 위해 네트워킹 기술 필수

베버 교수는 1991년 세계적 경영 석학인 톰 피터스가 이끄는 경영 컨설팅회사 ‘톰 피터스 그룹’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만하임대 실용경영조사연구소장을 지내면서 수많은 중견기업 경영자와 오너들에게 기업 경영전략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했다. 글로벌가족경영센터를 운영하며 가족경영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한 그는 독일 미텔슈탄트 성공모델 분석의 세계적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오는 20일 ‘조선비즈’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2017 중견기업 혁신 국제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인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베버 교수는 유망한 한국 기업으로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를 꼽았다. <사진 : 스킨푸드>

경제 성장을 위해 중견기업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사회와 경제는 소수 독점이 아닌 다양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균형 잡힌 경제를 위해 강력한 중견·중소기업이 필요하다. 첫째로 이들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중견·중소기업이 만들어낸다. 둘째로 이들 기업은 변화에 대한 대처 속도가 빠르다. 새로운 조직과 경쟁자가 등장하고 유연하게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라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기존의 방식을 뒤집고 거침없는 도전을 하기에는 경직된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보다 중견기업이 더 유리하다. 예컨대 새롭게 에너지 분야에 뛰어든 기업은 기존 기업이 그래 왔던 것처럼 더 많은 에너지를 판매하려 하지 않고, 고객이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돕는 사업을 한다. 기존 방식을 뒤집은 것이다.”

독일 미텔슈탄트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독일 미텔슈탄트는 장수하는 가족기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단기간의 성과나 빠른 성장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의 안정적 성장을 선호한다. 투자와 연구·개발(R&D) 역시 향후 10년을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위기 대응능력을 갖추기 위해 이익의 내부 유보 비중을 늘리는 것도 특징이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축적된 형평성, 오랫동안 정립된 기업의 방향성, 고객 중심의 기업 운영 방식, 글로벌 시장 중심의 기업 운영 등이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다.”

독일의 중견기업이 장수하는 비결은.
“‘코끼리가 춤추는 곳에서 춤추지 말라’는 말이 있다.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노는 곳에서 놀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장수하는 독일 기업의 경우,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한다. 이들 기업은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대신 직원에게 초점을 맞춘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인 기업 경영에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이들 기업에서 관리자의 역할은 직원을 돕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최고의 미텔슈탄트는 이직률이 2% 미만이다. 일반적인 독일 회사의 평균 이직률은 7%, 미국 회사의 평균 이직률은 30%다. 장기적인 고용 관계는 높은 성과의 핵심이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과 그러지 못한 중소기업의 차이점은.
“사실 기업 규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견기업이 결코 될 수 없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의 한 중소기업을 보자. 이 회사는 글로벌 대학의 작은 과학 커뮤니티를 위한 측정기기를 만든다. 국내 고객은 100명 남짓이다. 이 기업의 전략이 바로 ‘코끼리가 춤추는 곳에서 춤추지 말자’이다. 이들은 기업을 키우려고 애쓰는 대신, 고객의 문제점을 경청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뒤, 세계시장으로 나간다. 중소·중견기업에 꼭 필요한 것을 꼽자면 ‘네트워킹 기술’이다. 우수한 경쟁자 네트워크, 인재를 모으기 위한 네트워크, 업계 이슈에 대해 논의할 다른 회사의 관리자 네트워크, 고객 네트워크, 향후 개발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이해관계자 네트워크 등 다양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한국 중견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한국의 미래 중견기업 환경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 시민과 언론은 수년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리고 한국 중견·중소기업은 점점 더 젊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그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독일에서는 베를린뿐만 아니라 많은 소규모 도시에서도 신생 창업 클러스터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중견기업에 미래가 있다.”

유망한 한국 기업을 꼽는다면.
“한국의 화장품 기업은 미용 시장의 신흥 챔피언이다. 성장 잠재력이 탁월하다. 한국 스킨케어 제품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유럽 고객은 천연 성분을 사용해 화장품을 만드는 한국의 미용 시장에 매료되고 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 같은 회사는 스위스 천연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벨레다(Weleda)나 독일 천연 화장품 브랜드 닥터 하우쉬카(Dr. Hauschka)와 비슷한 성공사례로 떠오를 것이다.”

독일 중견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견·중소기업을 비롯한 대기업은 스마트공장과 디지털 생산 시스템 내에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스마트 제품과 스마트 서비스 등을 주목하고 있다. 언젠가는 인공지능(ai)이 고객의 요구사항을 해결할 것이다.”


▒ 빈프리트 베버(Winfried Weber)
독일 비텐-헤어데케대 경제학 박사, 톰 피터스 그룹 컨설턴트, 독일 만하임대 실용경영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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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중견·중소기업. 제조업, 기술, 무역, 서비스 분야의 기업과 자영업자, 자유직업자(의사, 법조인, 예술가 등), 농민을 모두 포함한다. 이들 기업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초토화된 독일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백예리 조선비즈 성장기업센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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