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을 의미하는 ICBM과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의 진보는 산업 현장의 모습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공장 내 생산장비가 스스로 정보를 교환하며 공정 진행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 공정 병목 현상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려는 작업을 이젠 기기 스스로가 판단해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관리자는 이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모바일 기기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은 기업에 혁신을 요구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할지 갈 길을 못 찾고 배회하고 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은 국내 중견기업이 가야 할 길로 ‘새로운 생존·성장 전략 수립’과 ‘사업 전 영역에 걸친 디지털 변환’을 제시했다. 유병규 원장은 “산업이 급변하는 시대에 중견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생존·성장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디지털 신기술을 기획·생산·재무·영업 등 전 업무 영역에 적용하는 ‘디지털 변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세계 경기침체와 4차 산업혁명의 급류 속에서 글로벌 기업은 사활을 걸고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미국의 제너널일렉트릭(GE)는 제조 기업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중국에선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이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내세울 만한 뉴비즈니스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세빗(CeBit) 2013’에 전시된 인간형 로봇 ‘아일라(AILA)’. 이 로봇은 독일 인공지능연구센터와 브레멘대학이 공동 개발했다. <사진 : 조선일보DB>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정의하나.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개념상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4차산업이냐’ ‘네 번째 혁명이냐’는 것이다.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은 파괴적 기술혁신으로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정치·교육·문화 전 영역의 틀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키워드를 뽑는다면 ‘초연결사회’와 ‘융합으로 인한 신사업과 산업’이다. ICBM(IoT·Cloud·Bigdata·Mobile)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해 새로운 사업과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의 중견기업은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잘하고 있나.
“일단 중견기업만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없어 수치를 말하긴 어렵다. 중견기업에 대한 데이터가 상당히 부족하다. 그나마 데이터가 있는 게 중소기업인데, 최근 우리 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체 중소기업 중 10% 정도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는 대비를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30%는 아예 4차 산업혁명이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크고 혁신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중견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경영과 작업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 모바일,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신기술을 기획·생산·재무·영업 등 전 업무 영역에 적용하는 디지털 변환을 해야 한다. 산업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중견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생존·성장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업구조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근로형태도 보다 유연하고 다양화해야 한다. 모든 산업혁명은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앞으로 작업방식은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하게 될 것이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상실 우려는.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기계파괴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어떻게 됐나.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소득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물론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실업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과 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실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정부가 챙겨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문제다. 기술 혁명으로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자를 어떻게 재교육해서 새로운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로 육성할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물론 모든 걸 정부에 맡길 순 없다. 개인 스스로도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평생 교육시대다.”

정권이 바뀌면 정부 산업 정책이 리셋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 국가의 산업 정책이 완전히 달라진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뀐다. LG가 수십년 동안 연료전지 연구에 투자한 성과가 최근에서야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미래 동력을 찾기 위해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국가성장동력창출위원회(가칭)’ 같은 법정 기구를 만들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산업·경제 정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유병규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산업 연구본부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plus point

중견기업 R&D 투자 늘려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중견기업의 R&D 투자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올 초 발표한 ‘2016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 3558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76개(52%)는 R&D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2015년 기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1% 미만인 곳도 977개(27.5%)에 이르렀다. 사실상 100개 기업 중 80개 기업은 R&D 투자에서 손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 결과 한국 중견기업들이 우위를 점한 시장을 점차 외국 기업에 내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눈에 띄는 국내 벤처기업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에선 4차 산업혁명의 주류 기업으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가 급부상했으며, 중국에선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 산업 생태계 전반을 감싼 규제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 산업 생태계는 ‘법에서 허용하는 것만 하라’는 식의 ‘포지티브 규제’에 갇혀 있다. 4차 산업혁명 화두 중 하나인 ‘공유 경제’를 주도하는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도 국내에서는 규제 대상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적기조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기조례란 말이나 사람이 놀라거나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수가 차량을 앞에서 유도하도록 한 제도다. 우마차와 철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이 제도로 인해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이나 미국에 한참 뒤처지게 됐다.

윤희훈 조선비즈 성장기업센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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