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내수시장, 7%대의 경제성장률.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인도는 세계 경제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시장으로, 중요한 생산거점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2014년부터 해마다 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인도의 향후 잠재력은 더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7.6%였던 인도의 성장률이 2020년 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에는 인도가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뉴델리의 휴대전화 상가를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손정의 “인도 성장 잠재력, 과거 미국 능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인도 한 경제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경제는 ‘하키 스틱(hockey stick)’ 모양과 같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잠재력은 과거 미국의 경제성장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고성장하고 있는 인도는 새로운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AT커니가 발표한 ‘외국인 직접 투자(FDI) 리포트(2017)’에 따르면 투자관심도에서 인도는 2015년 11위에서 2017년 8위로 꾸준히 순위가 올랐다.

이는 2014년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제조업 부흥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캠페인을 전개하고,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서며 글로벌 자금을 적극 유치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취임 이후 정부지출을 늘려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높은 성장을 유도했다. 또 부정부패 척결과 기업환경 개선을 경제 개혁 주요 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제정책)를 통해 인도 경제는 3년 연속 7%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비교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인도에 세계 각국의 투자가 밀려들고 있다. 인도브랜드자산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 유입된 FDI는 전년 대비 약 36% 증가한 600억8000만달러(약 68조원)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전 세계 FDI가 7%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인도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인도브랜드자산재단은 FDI가 2025년까지 매년 2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는 조세피난처로 활용되는 모리셔스를 제외하면 일본(47억달러), 네덜란드(33억달러), 미국(23억달러)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최근 인도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한참 뒤져 있다. 지난해 한국이 인도에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1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무려 30배가 넘는 47억1000만달러를 인도에 쏟아부었다.

오화석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 원장은 “인도의 산업화 물결에 올라타야 한국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며 “우리가 잘하는 전자·기계 등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인도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 치열한 각축전 펼쳐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00년대 글로벌 기업의 격전지였던 중국 시장이 고령화와 현지 기업의 급성장으로 차츰 매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2억6000만달러(약 2900억원)를 인도 법인에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2013년 인도에 진출한 뒤 이 지역에 20억달러(약 2조2800억원)를 쏟아부었다.

스마트폰·가전 등 IT 시장은 1990년대 중·후반 진출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미국·중국·일본의 대표 기업들이 거센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었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40%를 넘어섰다.

애플은 올 4월부터 2만루피(약 35만원) 수준인 아이폰SE 등을 벵갈루루 공장에서 생산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화웨이도 지난해 10월부터 첸나이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TV 시장에서는 일본 소니가 2015년부터 폭스콘 인도 공장에 현지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삼성전자·LG전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지난해 18%였던 소니의 LCD TV 시장점유율은 올해 22.7%까지 치솟았다.

생활가전 시장에서는 미국 월풀이 2020년까지 인도 현지 매출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파나소닉도 올 4월 벵갈루루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 데 이어 올 11월엔 하리아나주에서 연 50만대 규모의 가전 공장을 가동한다. 중국 메이디(美的)그룹은 80억루피(약 1380억원)를 투자해 인도에 냉장고와 세탁기 제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독일·프랑스·일본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신규 진출과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검토 중인 계획까지 합치면 투자 규모는 80억∼100억달러(약 9조1200억∼1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500만대 규모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생산량의 80% 정도가 현지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유럽·중동 등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자동차 보급률이 1000명당 32대에 불과해 시장 잠재력이 뛰어나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해마다 7% 이상 성장해 오는 2020년이면 중국·미국 다음으로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추정된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인프라 분야는 최근엔 신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인프라 시장은 인도 경제발전의 핵심산업이다. 2017·2018년 건설 시장은 5~6%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가 향후 5년간 인프라 확충을 위해 잡은 예산은 4548억3000만달러(약 520조원)에 달한다. 이 중 70%가량이 도로, 전력 등 인프라 확충에 쓰인다.


규제 완화됐지만 여전히 걸림돌 많아

인도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모든 기업에 ‘기회의 땅’은 아니다. 그만큼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공용어만 22종이다. 흔히 인도어로 알고 있는 힌디어를 알아듣는 인도인은 전체의 40%에 불과하다.

인도는 인구 1000만명 이상 7개 거대도시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소비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소비형태도 각각 다르다.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 차츰 지역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인도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에는‘현지화’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박한수 코트라(KOTRA) 인도 뉴델리 무역관장은 “더운 인도의 기후와 생활양식 등을 고려해 현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디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많다. 사업 인허가 단계에선 뒷돈을 요구하는 관행 등이 아직도 남아있다. 열악한 도로망 등 부족한 인프라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plus point

인도 제조업 임금, 중국의 20% 수준


폴크스바겐 인도 공장의 생산라인. <사진 : 블룸버그>

인도를 늘 따라다니는 비교 대상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아시아라는 지역적 공통성에 거대한 소비시장, 생산입지, 투자처로서의 매력 등에서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인도가 ‘세계의 공장’이 되려는 뜻을 내비치면서 중국과 맞대결을 펼치는 양상이다. 인도는 중국처럼 될 수 있을까.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세계의 공장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조업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요건이 있다. 양질의 노동력, 관련 분야의 인프라 구축, 생산공장 건립을 위한 토지 확보, 시장 원칙에 입각한 규제 등이 수반돼야 한다.

인도는 이러한 선결요건 중 일부를 이미 구비하고 있다. 인도에는 젊고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하다. 중국은 제조업 육성에 필요한 노동력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으로 메웠다. 하지만 이들 농민공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평균 연령도 33세를 넘었다.

중국 제조업 임금은 인도에 비해 5배 높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3.6달러로 2005년 이후 3배 늘었다. 반면 인도 제조업계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07년 이후 0.7달러 수준을 맴돌고 있다.

열악한 관련 인프라와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법 체제와 이행에 따른 비용 상승 등은 모든 인도 진출 기업의 장애물이다. 생산공장을 짓기 위한 토지 확보도 어렵다. 물론 지역에 따라 맞춤형 공단을 조성한 곳도 있지만, 인도 지방정부의 지원금, 세제 혜택만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가 중단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인도 기업도 겪고 있는 문제다. 이는 과거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중국 정부의 태도와 천지차이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입김이 지방 말단에까지 쉽게 통하고,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지만 인도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결정을 뒤집는 경우가 빈번하다.

인도가 제조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취하는 전략 중 하나가 중국이 과거에 효과를 봤던 경제특구 전략이다. 인도는 2005년 경제특구(SEZ)법을 제정해 투자 기업에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문제는 주정부의 경제특구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유명무실한 특구가 많다는 점이다.

인도와 중국 양국은 외국 기업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를 선별해 받을 만큼 콧대가 높아졌다. 인도에선 고용인을 해고하려면 관할관청의 승인을 받는 등 까다로운 노동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plus point

인도 진출 7가지 성공전략
열악한 인프라, 갑자기 바뀌는 정책에 유의해야
인건비 상승 등 유념… 합작보다 단독투자가 유리

장시형 부장대우


인도의 인프라는 아직 열악한 편이다. 인도 러크나우시 도로에 자동차와 오토릭샤, 보행자들이 엉켜있다. <사진 : 블룸버그>

인도 내수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투자환경은 아직 열악하다. 일정 수준의 인프라와 생활 여건을 갖춘 공장 부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엔 인건비와 부동산 임대료 등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인도 진출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 시장 내에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 현지에 직접 제조 공장을 설립하고 기술지원 서비스와 A/S 센터 설치까지 완벽하게 현지화를 구현하는 전략을 펼쳤다.


1 l 시장규모를 과대평가하지 마라

인도 인구의 10%만 중산층으로 봐도 2억명이 훨씬 넘는 거대시장이라는 단순논리에 빠져선 안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진출에 실패한 주요 원인도 시장 규모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 l 지역별·거점별 공략하라

광활한 국토, 운송 인프라 미비 등을 감안할 때 한꺼번에 인도에서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진출 초기 단계에는 특정지역이나 상권에 집중하다가 성과에 따라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l 유능한 대리인을 선택하라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중앙·지방정부의 각종 인허가 취득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수한 절차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선 지역 사회에 정통하고 입지가 있는 변호사·회계사 등을 대리인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4 l 비즈니스 상담 관행을 이해하라

협상의 끊임없는 지연, 계약 성사단계에서의 재협상 시작, 세부적 품목정보 요구 등 인도의 상담 관행에 대해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도 기업인들은 모든 거래에서 최소한 5%의 이익을 남기는 것을 일종의 불문율로 여기고 있다. 인도식의 느린 진행에 조급해하면 안 된다.


5 l 최종 결정권자를 만나라

인도에선 중요한 의사결정은 최상위자 한 명에게 집중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결정자는 실무자를 만나지 않는다. 한국 측에서도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담당자가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합의된 사항은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6 l 법·제도 변화에 주목하라

인도는 투자정책 및 기구가 끊임없이 변한다. 특히 정권 교체 때마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발표되고, 또 바뀐다. 관련 법·제도 등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7 l 합작 투자에 신중하라

합작 투자를 하면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서 파트너와의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신속한 의사결정, 유연한 기업운영, 이익의 배당과 송금 등에 있어서 인도 파트너와의 갈등은 현지 진출기업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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