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는 인도에 연구개발센터 11곳을 포함한 22개의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지멘스 공장. <사진 : 지멘스>

독일 전기·전자 업체 지멘스는 지난 5일 인도 뭄바이 칼와에 설립한 스마트공장을 공개했다. 연간 500만개 제품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180여개의 다양한 저전압 배전반을 9초에 1개꼴로 만들어낸다. 설비에는 다양한 센서가 부착돼 있는데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카를하인츠 카울 지멘스 시스템엔지니어링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공장의 디지털 기술은 제품 생산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 공정 전반을 개선한다”며 “인도에 스마트공장을 설립한 것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지멘스의 생산 능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쇼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지멘스가 스마트공장을 설립한 것은 독일과 중국에 이어 인도가 세 번째다. 인도의 빠른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따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멘스는 향후 성장 계획에서 인도를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삼고 있다. 수닐 매서 지멘스인디아(지멘스 인도 법인) CEO는 외신 인터뷰에서 “지멘스글로벌이 성장하는 데 지멘스인디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멘스는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신흥국 인도와 함께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 전역에 구축된 지멘스의 생산 거점은 22개(연구개발센터 11곳 포함)로, 여기서 일하는 임직원은 2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지멘스인디아 매출액은 1080억8900만루피(약 2조원)를 기록했고 이익 규모(세전)는 389억7100만루피였다.


경쟁력 있는 사업 먼저 진출해 시장 넓혀

지멘스는 1867년 일찌감치 인도에 진출했다. 지멘스 창업자 베르너 폰 지멘스가 영국 런던과 인도 콜카타 사이에 전신선을 연결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멘스가 인도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 것은 60년 전인 1957년이다. 이때 지멘스 엔지니어링과 제조업 부문이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헬스케어, 모터, 전력,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분야에 차례로 진출했다. 1971년에는 지멘스인디아 증권이 뭄바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지멘스가 인도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쟁력 있는 사업을 먼저 시작해 시장을 장악한 뒤, 관련 사업도 추진하는 단계적 방식이었다. 지멘스는 1957년 인도에 엔지니어링·제조 사업부를 설립한 이후 1960년 헬스케어 장비 시장에 진출했고, 1987년에는 산업전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구 수요가 늘자 1994년에는 오스람인디아를 설립했다. 인도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2000년대에는 도시화에 따른 이동 수요를 고려해 철도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2년부터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시작했다.

점진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지멘스는 현재 인도에서 빌딩테크놀로지, 스마트공장, 에너지 관리, 금융서비스, 전력·가스, 전력 서비스, 헬스케어, 풍력발전, 철도 등 8개 분야 사업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멘스는 또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멘스는 △사용하기 쉽고(Simple to use) △유지가 편하며(Maintenance friendly) △가격이 낮으면서도(Affordable),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Reliable) △소비자가 필요할 때(Timely to market) 시장에 내놓는 이른바 ‘SMART(스마트)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으로 지멘스는 인도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인도는 지멘스의 전략적 거점”

지멘스가 인도를 글로벌 거점 기지로 활용한 점도 지멘스인디아의 성공 전략이다. 지멘스 인도 사업부는 지멘스글로벌의 축소판이라고도 불린다. 지멘스가 전 세계에서 추진하는 사업 대부분이 인도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지멘스는 인도에서 새로 도입한 기술과 경영을 활용한다. 인도 시장이 일종의 테스트베드(시험대)인 셈이다. 이런 역할을 인도가 수행하는 이유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며 다양한 수요가 생겨나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으로 기업에 많은 혁신을 요구하는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수닐 매서 CEO는 “지멘스가 인도에서 다른 기업과 경쟁하려면 단지 인도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품질 좋은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며 “다른 지역보다 인도에서 더 많은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인도를 전력화·자동화·디지털화의 거점으로 삼았다.

지멘스는 사업 리스크(위험)를 줄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 협력하고, 인도 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인도 빌딩테크놀로지 시장에 진출한 지멘스는 지난 2007년 건물자동화·보안 전문 기업 아이메트릭스테크놀로지를 인수했고, 통신과 IT 분야에서는 노키아, IBM, 바라티텔레콤 등 주요 업체와 인도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14년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계획을 발표한 이후 가장 먼저 대응한 기업도 지멘스였다. 조 카이저 지멘스 CEO는 2015년 9월, 인도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인도에 10억유로를 추가로 투자하고 지멘스인디아 고용 인력을 4000명 더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멘스는 앞으로 인도 전력 시장과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고속철도 분야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plus point

인도 트럭 시장 진출한 다임러


인도 첸나이에 있는 다임러 생산 공장. <사진 : 블룸버그>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도 인도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기업으로 꼽힌다. 1954년 트럭 판매를 시작으로 인도에 진출한 다임러는 이후 버스, 상업용 차량, 승용차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다임러는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인도에 완성차 생산 공장을 건설해 까다로운 인도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인도에 트럭을 판매할 당시 다임러는 인도 현지 자동차 업체 히어로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업체와 협력해 인도 트럭 시장을 장악한 다임러는 이후 자력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2012년에는 트럭, 버스 등 상업용자동차 사업을 총괄하는 다임러인디아커머셜비히클(DICV)을 설립했다.

다임러는 또 인도 현지 공장이 제품 생산 공정의 70%를 직접 수행하게 해 인도를 수출 허브로 발전시키고 있다. 인도 첸나이에 설립된 DICV 공장에서 생산된 트럭은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30여개국에 수출된다. 다임러는 인도 시장이 아직 중국보다 작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DICV의 트럭 판매량은 1만3100대, 시장점유율은 6.8%였다.

한편 다임러는 내년부터 첸나이 공장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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