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인도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사진은 인도에 있는 GM 공장에 주차된 쉐보레 차량들. <사진 : 블룸버그>

인도가 모든 기업에 약속의 땅인 것만은 아니다. 인도의 문화와 생활 습관을 무시했다가 큰코다친 글로벌 기업도 있고, 치열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기업도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그런 경우다. GM은 지난 5월 “인도에서 쉐보레 브랜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쉐보레는 GM이 인도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일한 브랜드였다.

처음에는 GM도 인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었다. 2015년 GM은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GM은 2020년까지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3%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3월까지도 GM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결국 GM의 선택은 인도 시장 철수였다.


1 l 치열한 경쟁에 밀려난 GM

인도는 떠오르는 자동차 대국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인도 자동차 판매량은 2015년 300만대에서 2025년 60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거대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 1위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는 7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2020년까지 인도에 세 번째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마루티 스즈키의 뒤를 쫓고 있는 현대차도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인도에 첫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후발주자들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몇 발 앞서 있는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런다고 해서 성과가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한 식료품 매장에 켈로그의 시리얼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 블룸버그>

2 l 지역주민 반발에 쫓겨난 엔론

회계 부정 사건으로 악명 높았던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Enron)도 대표적인 인도 진출 실패 기업이다. 엔론은 1992년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다브홀(Dabhol)에 천연가스 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가 30억달러에 달해 당시 기준으로 인도 최대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였다. 다브홀 발전소 인근에는 9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주로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발전소가 지어진 이후 인근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어획량이 줄고, 농사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은 다브홀 발전소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환경운동가와 정치인이 합세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국제 인권 단체들까지 엔론을 비난했다. 처음에는 엔론에 호의적이었던 인도 언론마저 돌아섰다.

엔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인도 정부는 엔론과의 계약을 재검토했고 결국 2001년 6월 계약을 파기하기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그해 말에 대규모 회계 부정이 밝혀지면서 엔론은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 다브홀 프로젝트 실패가 엔론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엔론이 인도 진출 실패로 날린 돈만 10억달러에 달했다.


3 l 인도 문화 무시, 큰코다친 켈로그

세계적인 간편식 브랜드 ‘콘플레이크(Corn flake)’로 유명한 켈로그도 인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켈로그는 1994년에 6500만달러를 투자해 인도에 생산설비를 마련하고 대대적인 시리얼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았다. 인도의 식습관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도사(인도식 팬케이크) 같은 전통 음식을 아침식사로 즐긴다. 더욱이 인도에서는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기 때문에 과자처럼 생긴 시리얼에 찬 우유를 부어 먹는 건 낯설 수밖에 없었다. 시리얼 가격이 인도의 전통적인 아침식사보다 세 배 이상 비싼 것도 문제였다. 이후 켈로그는 인도인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내놓으며 전략을 수정했고, 지금은 인도 시장에 안착했다.


plus point

주민 반대에 12년 표류한 포스코 제철소


포스코는 인도 오디샤주에 일관제철소를 짓기 위해 12년간 노력했지만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사진 : 블룸버그>

지난 3월 인도 현지 언론들은 포스코가 일관제철소 건설 부지를 반환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포스코가 인도 오디샤주(州)에 확보한 부지 중 1092만㎡(약 2700에이커)를 주정부에 반환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디샤 주정부가 포스코에 토지 세금 등으로 14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하자 포스코는 부지를 반환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포스코의 요청을 받은 오디샤 주정부는 지난 4월 760만㎡(약 1880에이커)의 부지를 돌려받았다. 12년 동안 난항을 겪어온 포스코의 오디샤 일관제철소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오디샤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는 포스코 인도법인이 오디샤 주정부와 2005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포스코는 오디샤주 파라딥 해변에 연산 1200만t의 일관제철소를 짓고 인접한 철광석 광산에서 채굴한 원료를 가져다 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철광석 광산 근처에 제철소를 지으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1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공사는 시작도 못했다. 지역주민들은 생활 터전을 지키겠다며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막았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총상을 입기도 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여러 시민단체(NGO)가 포스코와 인도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국제앰네스티의 인도 지역 조사관인 라메시 고팔라크리시난은 2011년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오디샤 일관제철소 건설은) 지역사회에 잠재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2000명의 주민이 공유지를 이용하지 못해 빈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류하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한국 정부가 나섰지만 허사였다. 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인도 총리를 만나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인도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대립도 문제였다. 차우다리 비렌다 싱(Chaudhary Birender Singh) 인도 철강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들을 만나 오디샤 주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주정부가 포스코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인도에서는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세금정책이나 산업정책이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진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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