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전자결제 업체인 페이티엠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인도에서는 지갑을 놓고 나와도 집까지 돌아갈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삼륜차인 릭샤(Rickshaw) 요금을 내고 주유소에서는 기름을 살 수도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난(인도의 납작한 빵)이나 생선을 파는 노점상에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페이티엠(Paytm)’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팻말이 걸려 있다. 페이티엠 QR코드를 스마트폰의 페이티엠 앱으로 읽고 결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끝이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60억달러로 우리나라(460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포레스터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2021년에는 64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앞다퉈 투자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자결제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인도 최대 전자결제 업체인 페이티엠이 대표적이다. 페이티엠은 비자이 샤르마(Vijay Shekhar Sharma)가 2010년 창업한 회사다. ‘페이 스루 모바일(Pay Through Mobile)’의 약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샤르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알리페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페이티엠의 서비스를 만들었다. 페이티엠은 설립 이후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에 ‘모바일 지갑’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지금처럼 QR코드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용자 수만 2억명이 넘는 인도 최대 전자결제 업체가 됐다.

페이티엠의 모회사는 인도의 전자상거래업체 ‘원97커뮤니케이션즈’다. 샤르마 CEO가 설립한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다. 알리바바는 지금까지 10억달러 이상을 페이티엠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리바바는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노하우를 페이티엠에 전수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QR코드를 이용한 전자결제도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본뜬 것이다. 샤르마 CEO는 스스로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알리페이의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소프트뱅크도 페이티엠에 거액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원97의 지분 2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14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과 일본의 자금력, 기술력을 등에 업은 페이티엠은 단기간에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인도 정부가 실시한 화폐 개혁도 페이티엠에 힘을 실어줬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 확대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인도 정부는 루피화 고액권 사용을 금지하고 신권을 만들어 배포했다. 사용이 금지된 고액권은 인도 시중 통화량의 86%를 차지하고 있었다. 화폐 개혁은 페이티엠 같은 전자결제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였다. 페이티엠을 이용하면 현금 없이도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인도인들이 전자결제 서비스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쿼츠(QUARTZ)에 따르면 화폐 개혁이 단행되고 몇 시간 만에 페이티엠의 트래픽이 435% 증가했고, 앱 다운로드는 200%가 늘었다. 페이티엠을 통한 거래량도 250%나 증가했다. 덕분에 페이티엠은 인도 전자결제 업체 중 유일하게 이용자 수 2억명을 돌파할 수 있었다.


다음 목표는 ‘페이티엠 은행’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업체로 유명하지만 세계 최대 머니마켓펀드(MMF)를 운용하는 금융회사이기도 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월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의 MMF ‘위어바오(餘額寶)’ 운용자산이 1670억달러(약 189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JP모건의 MMF를 제치고 세계 최대 MMF에 올라선 것이다.

위어바오의 운용자산은 알리페이에서 나온다.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자신의 계정에 있는 여유자금을 위어바오에 맡기고 그 대신 4%에 가까운 높은 이자를 받는다.  페이티엠도 MMF를 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샤르마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간 금융서비스 부문을 확장하는 데 16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받은 14억달러를 고스란히 금융서비스에 쏟아붓는 것이다.


Keyword
머니마켓펀드(MMF) Money Market Fund의 약자로 단기금융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단기 금리의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게 한 초단기 공사채형 금융상품이다. 주식 대신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콜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plus point

인도 최연소 억만장자 비자이 샤르마


페이티엠 창업자이자 CEO인 비자이 샤르마. <사진 : 블룸버그>

페이티엠 창업자이자 CEO인 비자이 샤르마는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도 영어를 배우지 못했다.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 알리가르에서 태어난 샤르마는 어린 시절 힌두어로만 교육을 받았다. 뉴델리 공과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영어의 중요성을 깨달은 샤르마는 서둘러 공부를 시작했다.

힌두어로 쓰인 책의 영문판을 구해서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식으로 영어를 익혔다. 어릴 때부터 창업의 꿈을 키웠던 샤르마는 실리콘밸리를 꿈꿨지만 가정형편과 언어 문제 때문에 도전할 수가 없었다.

대신 샤르마는 인도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차리기로 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샤르마는 모바일 뉴스를 제공하는 원97을 만들었다. 페이티엠의 모기업이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페이티엠에 거액을 투자했고, 페이티엠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포브스’는 올해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샤르마의 이름을 올렸다. 1973년생인 샤르마는 인도에서 가장 젊은 나이에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샤르마는 음악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콜드플레이, U2, 짐 모리슨을 좋아하고 회사에서는 직접 디제이를 맡아 음악을 틀기도 한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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