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7.6%로 중국(6.8%)보다 높다. 하지만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0달러(약 210만원)로 중국의 22% 정도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숫자만 보고 감탄할 상황은 아니다. 인도는 경제 규모 기준 세계 20대 국가 중 제일 가난하다.

라빈다 싱(lakhvinder Singh)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는 “앞으로 20년 동안 인도 경제가 최소 연 10%씩 성장해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싱 교수는 1997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 한국 정부로부터 4년간 장학금 지원을 받아 성균관대에서 한·인도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한국에 돌아와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 관련 컨설팅과 한·인도 관계 전문 영문 매체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테크놀로지 리포트’를 발행하는 등 양국의 교류와 이해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 평화 운동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인도 출신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게 해주는 붉은 터번을 머리에 두른 싱 교수를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만났다.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인도 학자인 그는 자유한국당 백승주(경북 구미시갑) 의원이 국방부 차관 시절 붙여준 ‘한·인도 전략 협력의 대부’라는 별명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모디노믹스’로 불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11월 시행된 화폐개혁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세 개혁을 시행하면서 인도 경제가 혼란에 휩싸였다. 취지 자체는 좋다. 주(州)마다 달랐던 부가가치세 제도를 단일한 물품서비스세(GST·Goods and Services Tax)로 통합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허술한 측면이 많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문제를 더 많이 만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GST 도입으로 인도를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통합한다는 것이 모디 정부의 의도였다. 하지만 이전까지 면세 대상이던 말라리아·결핵·당뇨 관련 의약품에 5%의 세금이 부과됐고,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주류에 부과되던 서비스세는 철폐되는 등 상식을 뒤엎는 조세 기준 때문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은 긍정적인가.
“경제 상황이 좋으면 투자자는 제 발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모디 총리가 전 세계를 돌며 투자 유치에 나선 건 그만큼 인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도 된다. 적극적인 투자 유치 활동으로 모디 총리 개인은 스타가 됐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은 아직까지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도 인도 경제가 6~7%대의 고성장을 이어 가는 이유는.
“인도의 천연자원과 인적자원이 거의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정도 성장률에 감동할 필요는 없다. 최소 10%는 성장해야 하는데 ‘고작’ 6% 성장에 그치고 있다. 인도 경제가 앞으로 20년 동안 최소 연 10%씩 성장하지 않으면 빈곤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한국 기업이 인도에 진출할 때 어떤 분야가 유망할까.
“인도의 에너지 소비량은 2040년까지 매년 평균 7%씩 늘어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분야에서 한국이 인도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방위 산업도 유망하다. 중국의 급부상에 위협을 느낀 인도 정부는 군 현대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 등 군수 분야의 다른 협력국에 비해 한국은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 경쟁력이 높다.”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 님라나에 있는 산업단지에 태양열 에너지 집열 패널이 늘어서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한국과 인도는 지난 4월 K-9 자주포와 전함 등을 포함한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무기 거래와 공동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과 인도 L&T가 주력사로 참여한다.

평화 운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아는데, 군수 산업이라니 모순 아닌가.
“평화를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이상적인 무방비 상태의 평화가 아닌 현실적인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디 정부의 ‘스마트시티 100개’ 개발 계획에 한국이 참여하고 있나.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인도 수출은 2015년 5월 모디 총리 방한 당시 양국 정상 간 공동선언문 채택을 계기로 정부 간 협력(G2G) 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아직 한국 기업의 참여는 저조하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지하철과 병원 등 모든 것이 첨단 정보기술(IT)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국의 앞선 기술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은 일본보다, 기술력은 중국보다 낫다. 더구나 중국의 경우는 자국 인력 활용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이 감점 요인이다.”

인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조언한다면.
“전력 사업을 예로 들면 한국은 한국전력이 전국을 관할한다. 하지만 인도는 도시마다 다른 전력 기업이 있는데 서로 아무 관련이 없어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MOU 관련 인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MOU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에서 MOU는 관련 사안이 거의 결정됐다는 의미인데 한국에서는 그저 ‘시작’일 뿐이다. 한국은 아직 인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일본만 해도 인도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이 50곳이 넘는다. 한국은 그나마 있는 두어 곳의 과정도 언어에 치중돼 있다.”

한·인도 경제협력이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유는.
“평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경제협력이다. 사실 평화는 대단히 경제적인 현상이다. 경제 불평등과 부조리가 갈등과 폭력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인도와 한국의 경제협력 수혜자는 두 나라뿐만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경우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인도 경제협력 증진의 혜택은 이들 나라에도 돌아간다. 경제가 살아나면 갈등과 분쟁의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 라빈다 싱(lakhvinder Singh)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 국제관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제관계학 박사, 인도·한국 정책포럼(IKPF) 대표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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