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찾을 때마다 빠르게 변하는 모습에 깜짝깜짝 놀란다. 인도를 처음 방문한 사람은 열악한 인프라 등에 놀라겠지만 오랫동안 인도를 지켜봤다면 이전과의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오화석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 원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인도 국제공항은 우리나라 시외버스터미널 정도였다”며 “그런 공항들이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시설을 갖춘 중형급 공항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과 산하기관인 인도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오 원장은 국내 최고의 인도 전문가로 꼽힌다. 20여 년간 언론에 종사하면서 인도의 정보기술(IT) 산업과 한국 기업의 진출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던 그는 2년여간 인도 네루대 국제학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절반 가까운 젊은 인구가 원동력
오 원장은 인도의 미래 발전상은 중국과는 다를 것이라고 봤다. 인도의 성장 방식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일반적인 경제성장은 제조업 발전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나 중국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인도는 제조업이 아닌 IT, 생명공학(BT), 의학, 금융 등 지식 서비스 산업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는 1991년 해외에 문호를 개방한 이후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개방 이후 세계 경제의 선두권에 오르기까지 30년도 걸리지 않았다. 잠재력 면에서 보면 인도는 ‘넥스트 차이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의 잠재력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잠재력이 엄청나다.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도 강점이다. 20대 젊은이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는 생산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이나 다른 선진국은 고령화를 걱정한다. 하지만 인도는 젊은 인구가 많아 중국을 충분히 따라잡고, 또 앞서 갈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인도에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예로 들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한국보다 적었다.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300여개, 한국 기업은 350여개였다.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이 450여개로 늘어난 반면 일본 기업 수는 1300여개로 증가했다. 오 원장은 “일본은 인도의 여러 분야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열악한 인프라 등 투자 저해 요인을 겁낼 게 아니라 인도의 잠재력을 보고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뭄바이 빅바자르 매장. <사진 : 블룸버그>

어떤 분야의 잠재적 가치가 클 것으로 보는가.
“인도는 이머징 마켓으로 손색없고, 구매력 등에서도 다른 신흥국을 압도한다. 하지만 그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 하는 것은 개별 기업에 달려 있다. IT, 자동차, 인프라 등은 한국 기업이 전통적으로 많이 진출했던 분야다.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남과 다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서비스 분야는 이미 많은 외국 기업이 진출했다며 한국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제조업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디 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 즉 인도에서 제조업을 하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IT 부문은 인도와 협업할 수 있는 분야다. 인도는 소프트웨어가 강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에 경쟁력이 있어 협력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인도는 1960년대의 가내수공업에서부터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는 첨단우주 산업까지 다양한 산업이 공존한다”며 “제조·IT 분야 전 산업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인도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은 무엇인가.
“인도는 굉장히 더운 나라다. 더울 때는 40~50도가 넘어간다. 인도 정부가 도로, 철도, 전력 등에 대한 개선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인프라는 여전히 좋지 않다. 지역 공동체는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 잘못하다간 정치 이슈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우리나라가 인도에 투자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인도가 여타 신흥국과 다른 점으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도 꼽았다. 인도 정부는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개발을 밀어붙이지 못한다.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허가한 해외 기업의 진출이 소수의 지역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원장은 “인도에선 지역 공동체의 동의를 얻어야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조언한다면.
“한국 기업은 인도에 대해 잘 모른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성이 큰 국가다. 사용하는 언어만 800여개에 달한다. 공용어만 22개다. 언어가 다르니 지역마다 문화와 가치관도 상당히 다르다. 지역사회의 문화를 존중해야 인도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 오화석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석·박사, 매일경제 기자, 저서 ‘마르와리 상인’


plus point

인도 최대 수퍼마켓 성공비결

오화석 원장은 한국 기업이 벤치마킹할 인도 토종 기업으로 ‘판타룬리테일’을 꼽았다. 판타룬리테일은 인도 신생 재벌인 퓨처그룹 산하의 소매유통 기업으로 수퍼마켓 체인인 ‘빅바자르(Big Bazaar·바자르는 인도어로 시장을 의미)’를 운영하고 있다. 빅바자르는 인도 전국 250여개 도시에 14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판타룬리테일은 독특한 매장 운영 방식으로 인도 유통시장을 장악했다. 빅바자르 매장은 시골 재래시장처럼 운영된다. 비좁은 통로 옆에 상품들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수북이 쌓여 있다. 하지만 빅바자르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인다.

퓨처그룹의 창업주인 키쇼르 비야니 회장이 처음부터 이런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은 아니다. 2001년 빅바자르를 오픈할 때는 선반 위에 제품을 가지런히 진열했고, 통로도 널찍이 설계했다. 미국 할인점 월마트를 그대로 옮겨 놓듯이 했다. 매장을 개장하자마자 손님들이 밀려들었지만 제품을 사는 사람은 없었다.

비야니 회장은 대대적인 시장조사를 통해 인도의 중산층 소비자들은 재래시장 분위기의 편한 가게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비야니 회장은 널따란 매장 통로를 반으로 좁히고, 가지런히 정리한 물건을 뒤죽박죽 흩어 놓은 전략을 펼친 것이다. 오원장은 “인도만큼 독특한 시장도 없다”며 “완벽하게 현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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