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에 있는 르노자동차 조립공장에서 로봇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탑재된 로봇이 생산과 물류 운송에 도입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에 걸맞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 교세라는 지난 5월 AI를 이용해 2020년까지 생산성을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세라는 연간 200억~300억엔(약 2050억~3070억원)을 투자해 공장이나 설계 등 각 부문에서 AI를 활용하게 된다. 특히 새로운 전자 부품 설계, 결함 발견 단계에서 AI를 사용하고, 공장에 로봇을 설치해 자동화 속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AI 기반 공장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일본의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사 화낙과 협력 중이다. 엔비디아 GPU 컴퓨팅 기술과 화낙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결합해 산업용 로봇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화낙의 생산 공정 최적화 소프트웨어 ‘FIELD’에 AI가 적용되면 로봇은 작업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스스로 훈련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하나의 로봇이 여덟 시간에 걸쳐 수행하던 작업을 훈련된 로봇 여덟 대가 한 시간 이내에 완료하는 것도 가능해 제조 공정 전반에 혁신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류 분야의 혁신도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의 글로벌 해운회사인 ZIM 또한 작업자를 자동추적하며 물류작업을 도와주는 ‘캐리로(Cariro)’ 로봇을 도입했다. 일본의 최대 가구회사 ‘니토리’도 로봇이 창고의 물품을 수납하는 로봇창고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작업효율을 3.8배 향상했고, 적재공간을 40% 줄였다.

미국의 물류 기업 DHL은 데이터 통합관리 오픈 플랫폼인 ‘아그히라(Agheera)’를 개발 중이다. 아그히라는 여러 물류회사의 데이터시스템과 접속해, 화주가 아그히라의 사이트에 접속하면 화물의 현재 위치를 포함해 모든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럭과 선박 등 운송수단 제품에 IoT 기술을 접목하면 가능하다.


글로벌 부품 공급 시스템 보안도 중요

문제는 보안이다. 기존에 수동으로 제어하던 공장은 업무 담당자의 악의적 정보 유출 외에 다른 보안 위협이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은 제품 생산 전 과정에 걸쳐 중요정보가 저장, 보관, 활용된다. 중요 정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거나 부정 사용, 불법 유출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면 첨단 기술과 노하우가 유출된다.

다국적 대기업의 경우 스마트공장의 보안이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부품을 여러 나라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품을 국내산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인건비와 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생산시설을 해외에 두거나 부품을 수입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美 정부, 중국산 통신장비 보안문제 제기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애플은 주요 부품을 대만 폭스콘(Foxconn·대만 훙하이 정밀공업)’에 위탁해 중국 충칭(重慶) 등에 있는 이 회사 공장에서 생산한다. 폭스콘은 얼마 전 미국 위스콘신주 남동부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건설 등 100억달러(약 11조26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함박웃음 짓게 했다.

중국의 글로벌 ICT 기업 화웨이(華爲)는 최근 서울시 지하철의 정보통신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광통신망 개량사업의 장비 공급자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공급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독자적인 역량만으로 경쟁하기는 힘든 시대가 됐다.

그런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으로 한·중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국적 부품 생산 공정과 공급 과정에서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중 간의 힘겨루기가 정치와 외교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전개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지난 3월에는 스티브 차봇 미국 공화당 의원(중소기업위원장)과 마크 커크, 존 콜린 상원 의원이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통신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화웨이의 사이버 안보 침해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014년 화웨이의 한국 무선 네트워크 사업 진출 당시에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나서 “화웨이가 한국 무선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할 경우 한·미 관계가 심하게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연 매출 80조원이 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지만 이 같은 이유로 유독 미국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생산 시설 및 공급망 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16년 관계부처와 함께 국내 주요 대기업 공장 10개를 포함한 50개 제조공장을 대상으로 정보보호 관리 실태를 조사했다. 이 결과 중소기업 제조공장은 정보보호 전담부서가 없는 곳이 전체의 80.5%에 달했다. 정보보호시스템 접근 권한 이력관리 부재(75.6%), 중요 생산정보 접속기록관리 절차 부재(58.5%) 등 보안이 미흡했다.


plus point

중국의 ‘스마트 물류’ 경쟁


징둥(JD)닷컴의 배달용 드론. <사진 : 징둥닷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JD)닷컴은 최근 세계 최초로 무인 완전 자동화 물류센터의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쿤산(昆山)에 위치한 무인 택배 분류센터에서는 모든 업무와 공정이 사람의 개입 없이 전자동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쿤산 물류센터는 시간당 9000개의 택배를 처리할 수 있다. 비슷한 면적의 기존 물류센터에서는 180명의 직원을 투입해야 따라잡을 수 있는 물량이다.

경쟁자인 알리바바도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에 한창이다. 알리바바 산하 물류 회사인 차이냐오(菜鳥)는 얼마전 광둥 후이양(惠陽)의 중국 최대 규모 로봇 창고를 공개했다.

차이냐오의 후이양 물류센터에서는 기존의 ‘스마트 창고’보다 훨씬 많은 100개에 가까운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며 업무를 수행한다. 차이냐오 관계자는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로봇이 많아질수록 최적의 업무 동선 파악 등 고려할 것이 많아진다”며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냐오의 로봇 물류센터는 징둥과 달리 100% 완전 무인 시스템은 아니지만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시스템 도입으로 고용은 대폭 줄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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