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30여년간 빠르게 성장해 연 매출 2조엔(패스트리테일링 기준)을 눈앞에 뒀다. ‘유니클로 대 자라(ZARA)’의 저자인 사이토 다카히로(齊藤孝浩) 일본 디맨드웍스 대표는 ‘매출 3조엔’이라는 목표는 패스트리테일링이 제시한 것보다 5년 늦은 2025년에 달성할 수 있겠지만, 현재 1위인 인디텍스(자라 브랜드 보유)는 더 앞서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SPA 브랜드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지만, 대형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상품기획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SPA 브랜드 가운데 오직 유니클로만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가격이 저렴하고 베이직한 디자인을 가졌으며 품질은 뛰어난 의류’다. 유니클로는 지속적으로 품질을 개선해 일본 의류 업계에서 매출액이 가장 많은 기업이 됐고, 그 뒤 중국과 한국에서도 규모 면에서 최고 수준의 의류 업체로 올라섰다. 큰 규모를 이용해 품질이 더 좋은 상품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유니클로만의 강점이다. 이는 오너 경영자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타협하지 않는 리더십’ 덕분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의 매출액 목표 ‘2020년 3조엔’을 달성할 수 있을까.
“목표로 제시한 2020년까지는 어렵겠지만 2025년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야나이 회장이 건재해야 할 것이다. 다만 3조엔이라고 하더라도 의미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 그때 인디텍스의 매출액은 5조엔에 이를 것이다.”

유니클로 의류의 소재와 품질, 디자인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
“소재와 품질 면에서 유니클로 의류는 2~3배 비싸게 팔리는 다른 브랜드의 상품과 비슷할 정도로 좋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일본 대중 80% 이상에게서 지지를 받는 것이 목표여서 심플하면서 무난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특별히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유니클로는 디자인이 단점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유니클로의 디자인은 어느 수준인가.
“유니클로의 옷은 누구라도 입을 수 있는 베이직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기본이다. 한편으로 유니클로는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거나, 해외에 디자인 사무소를 설치해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개발해 왔다. 이 방법으로 이미지를 멋지게 개선하는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력 상품은 심플하고 무난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의류다.”

유니클로가 북미나 유럽에서 판매를 확대하려면 어떤 점을 공략해야 할까.
“먼저 옷 사이즈를 다양하게 제작해야 한다. 북미와 유럽 소비자들은 일본보다 옷을 크게 입는 경향이 있어, 옷 사이즈 종류를 지금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 단, 북미와 유럽엔 이미 저렴하고 베이직한 디자인의 대형 의류 업체가 많이 있다. 이 업체들을 제치고 유니클로가 지배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북미·유럽에선 품질보다 저가격을 우선하는 고객이 많다고 생각한다.”


서울 중구 명동의 ‘에잇세컨즈’ 매장. 에잇세컨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다. <사진 : 김연정 조선일보 객원기자>

자라가 세계 1위 SPA 브랜드가 된 이유는.
“자라는 트렌드에 맞춘 패션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 그리고 의류 사업 최대의 리스크인 가격 인하와 팔리지 않은 재고를 독자적인 방법으로 최소화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한다. 이 방법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해 점포의 대량 신규 개점이 가능하게 했다. 또 독자적인 물류·수송 인프라에 투자해 현지 물류 상황과 관계없이 세계 각국에 점포를 열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일본 시장에서 유니클로는 자라나 H&M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유니클로는 자라·H&M과 같은 유럽의 패션과 경쟁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어떤 패션과도 잘 어울리는 베이직 디자인으로 승부하고 있다. 기본적인 의류에 있어서는 유니클로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뛰어나다. 또 이런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판촉 활동에 광고선전비를 집행하고 있다.”

유니클로가 자라와 H&M에서 배울 점은.
“점포 개점 지역에 대해 현지에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공통적인 상품 기획력을 갖추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리스크가 따라온다. 유니클로는 지금까지 지나치게 일본 시장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세계 공통적인 상품을 기획하면, 일본의 고객이 유니클로에서 이탈해 점유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 또 베이직한 디자인과 트렌디한 패션의 상품 관리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베이직한 디자인 의류 상품 관리는 유니클로가 세계 최고다. 만약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을 도입한다면 동아시아 지역에 생산 거점을 만들어, 자라가 스페인에서 운영하는 것과 같은 관리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한 판촉 활동은 H&M에 배울 점이 많다. 다만 H&M이 스웨덴 회사여서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도 많다. 유니클로가 H&M의 장점을 따라 하려면 국제적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간부 사원을 교체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 SPA 브랜드의 수준을 글로벌 SPA 브랜드와 비교해 평가해달라.
“한국 SPA 브랜드 가운데 에잇세컨즈(8Seconds·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와 스파오(SPAO·이랜드의 SPA 브랜드)는 알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디자인이 독특하고 아시아에서 인기가 있다. 단 자라·H&M·유니클로와 같은 대형 점포를 운영할 수 없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규모가 작은 매장으로 점포수만 많이 늘리는 것보다, 한 점포당 규모와 매출액이 많은 점포를 확실하게 만들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없다. 그런데 에잇세컨즈는 개성이 강해서 대형 점포를 운영할 만큼 적정한 상품을 적절한 시기에 수량과 가격을 맞춰 공급할 수 있는 상품 기획 역량을 갖췄는지 모르겠다. 스파오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유니클로나 갭(GAP·미국의 SPA)을 흉내 내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같은 이랜드의 미쏘(MIXXO)도 자라와 비슷하다.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흉내 내는 방식의 사업을 하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상품을 그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

한국의 SPA 브랜드가 유니클로처럼 글로벌 SPA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한국의 패션은 아시아에서 인기가 있어 한국 브랜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대형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 사이토 다카히로(齊藤孝浩)
메이지(明治)대 상학부, 도쿄 어패럴 구매담당, 미국 트렌덱스그룹 아시아 수출 담당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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