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광범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1.2%(연율 기준) 성장에 그쳤던 미국 경제는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3% 성장하며 낮은 지지율로 고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기쁘게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세제 개혁과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연간 성장률을 3%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진했던 개인 소비 지출과 기업 투자 등 실물경제의 회복이 성장 요인이라는 점이 의미가 크다.


美·中·日 2분기 깜짝 실적 달성

미국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PCE)은 이 기간 3.3% 늘면서 전 분기(1.9%)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판매가 늘었고, 통신 서비스 가입도 증가했다.

중국 경제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하며 시장 전망치(6.8%)를 뛰어넘었다. 교역과 내수 소비 증가가 성장을 견인했다.

중국의 관세청 격인 해관총서가 발표한 상반기 수출 규모는 1년 전보다 15% 늘어난 7조2097억위안(약 1253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25.7% 증가한 5조9317억위안이었다. 6월 산업생산은 1년 사이 7.6% 증가했고 소매판매는 11% 늘었다.

일본은 2분기에 0.6%(연율 2.5%) 성장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일치했다. 이번 분기까지 성장을 기록할 경우 7분기 연속 성장으로, 2001년 이후 최장기간 성장을 이어가게 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수가 살아났고, 2.8%에 불과한 낮은 실업률도 투자를 늘리는 원동력이 됐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8% 성장했다. 1분기의 0.5% 성장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소니와 샤프 등 주요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통해 오랜 부진을 털고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화답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일본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호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013년 2분기부터 17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업률 역시 9년 만에 최저 수준인 9.1%로 떨어졌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독일과 함께 EU를 이끌어야 할 프랑스의 경제 성장이 눈에 띈다.

프랑스의 7월 제조업 PMI 지수는 시장 예상치(54.6)를 큰 폭으로 넘어서며 7월 55.4로 6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CB(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효과 가시화와 유로화 약세에 더해 마크롱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 안정과 경기부양 의지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6월과 7월에 각각 중국과 프랑스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미국 기준금리의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美 연준 통화긴축 예고

머레이 오스트필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이른바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해 “글로벌 경제가 광범위하게 회복되고 있다”며 “지난 10년 사이에 이토록 광범위한 회복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MF가 당분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지난 7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의 전 세계 경제성장률로 각각 3.5%, 2.5%를 제시했다.

하지만 IMF가 내년 경제성장 전망을 올해보다 낮춰 잡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안정적인 장기 성장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극복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 양적완화(QE)를 통해 4조5000억달러(약 5080조원)의 자금을 시장에 풀었다.

연준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비교적 가까운 시일(relatively soon) 안에 보유자산 축소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 이상의 2분기 미국 경기 지표를 근거로 오는 19~20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통화 긴축(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본격적인 통화 긴축 기조는 세계 각국에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강요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리 차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 유럽·일본, 아시아 국가들도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유럽이 동시에 테이퍼링에 돌입할 경우 또 다른 ‘긴축발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긴축발작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자산 매입 축소를 시사하면서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태를 말한다. 당시 신흥시장에서 4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中 10월 당대회서 지도부 개편 주목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7일(현지시각) 열린 ECB의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와 관련한 많은 부분들이 오는 10월에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에서는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10월 18일에 개최된다.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르면 중국 최고지도자인 공산당 총서기는 10년마다 한 차례씩 짝수 차수 당대회를 통해 뽑는다. 홀수 차수 당대회가 주목받는 것은 5년 후 열릴 당대회에서의 총서기 교체에 대비한 후계자를 미리 정해두는 관행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난 2007년 17차 당대회를 통해 중앙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두 단계 도약하며 5세대 최고지도자로 확정됐다.

관례대로라면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상무위원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향후 경제정책의 색깔과 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

1990년 이후 20여 년간의 장기침체를 겪은 뒤 재도약하고 있는 일본은 북한 리스크 고조에 따른 엔화 가치 상승이 중요한 변수다. 지난 몇 년간 일본 경제의 가장 큰 성장동력 중 하나는 엔저(低) 효과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연 80조엔(약 832조원) 규모의 양적완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4년간 풀린 돈(본원통화)은 무려 303조엔에 달했고, 전례 없는 돈 풀기는 엔화 가치를 달러당 90엔대에서 120엔대로 대폭 끌어내리면서 일본 기업들의 수출을 도왔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 1일(현지시각) 달러당 110.25엔에서 핵실험 직후인 4일 109.72엔으로 떨어졌고, 6일에는 108.69엔까지 떨어졌다(엔화 가치 상승). 엔화는 금, 스위스프랑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영국을 포함한 EU의 최대 변수는 브렉시트 협상이다. 영국과 EU는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측은 영국의 EU 탈퇴 비용, 상대국 체류민의 권리, 미래 무역 협정 체결 등의 문제를 놓고 합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EU 이민자를 미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로 나눠 관리할 방침이다. 미숙련 노동자는 최장 2년까지만 체류를 허가하지만 고숙련 노동자들은 최단 3년에서 최장 5년까지 체류를 허용한다. 현재 영국에 머물고 있는 EU 이민자도 새 규정의 적용을 받을 예정이다.



영국 런던의 상징 빅벤(국회의사당 시계탑) 맞은편에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 깃발이 함께 걸려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중이다. <사진 : 블룸버그>

영국 경제 브렉시트 후유증 커져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 여파에 대한 불안감으로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0.2%와 0.3% 성장에 그쳤다. 2013년 이래 최악의 결과다. 이에 따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최근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5월의 1.9%에서 1.7%로 낮췄다.

오는 24일에는 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에서 총선이 개최된다. 기독민주연합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사회민주당 총재 마르틴 슐츠의 양자 대결이 될 전망이다.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여유 있게 앞서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 등으로 경제성장률 3%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은 한국의 고질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로 꼽히고 있음에도 지금껏 경제 부문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했다. 최근 잇단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북한의 도발 패턴이 기존 공식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완강한 입장과 중국과의 기 싸움이 겹쳐 예상치 못한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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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국채 등의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자산은 국·공채나 주택저당증권(MBS), 회사채 등 다양하다.
테이퍼링(tapering)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통화정책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용어다.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양적완화(QE)정책을 점차 축소하는 통화긴축을 의미한다.
아베노믹스(Abenomics) 2∼3%의 인플레이션 목표, 무제한 금융 완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장기 침체에서 탈피시키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이다.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엔고(円高) 탈출을 위해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는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긴축발작(taper tantrum)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한 뒤 신흥국 통화가치와 주가, 채권값이 대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친 현상을 말한다. 이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유동성을 거두는 조치에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을 표현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plus point

가계부채·低물가는 각국 공통의 경제 문제


영국 런던의 테스코 매장. <사진 : 블룸버그>

하반기 세계 경제에는 지역을 초월한 공통의 위험요인도 있다. 부진한 물가 상승률과 늘어나는 부채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까지 2%대를 유지하다가 7월 1.7%로 낮아졌다. 유로존은 4월 1.9%까지 기록했다가 7월 1.3%로 떨어졌고, 일본은 0%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요인으로는 기술진보와 국제화, 전자상거래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저렴한 비용에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화로 물가수준이 낮은 신흥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위 ‘아마존 효과’라고 불리는 전자상거래의 확대도 물가상승 둔화요인이 될 수 있다.

경기가 회복 주기에 접어든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은 통화 완화를 위한 최적의 시점을 잡기 위해 물가상승률을 예의 주시해왔다. 하지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따로 놀면서 통화정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가 이어지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도 큰 부담이다.

2분기 미국 가계부채는 12조8000억달러(약 1경4534조원)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의 9조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160%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기업+정부) 비율은 지난해 258%로 8년 사이 90%포인트 넘게 늘었다. 그중에서도 기업 부채는 GDP의 120~150%로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볼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인민은행은 중국 기업들의 외화 부채 내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 부채의 절반 이상이 미 달러화 표시 부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와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GDP 대비 국가부채가 250%에 육박한다. 선진국 가운데서도 특별히 높다. 그나마 일본은 투자가 해외 자산과 국내 자산에 골고루 분포돼 있고, 부채 대부분이 엔화 표시여서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다. 일본 국채를 보유한 사람들 대부분이 내국인이어서 자본 유출 위험이 높지 않은 것도 고무적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0년대를 거치면서 부채 규모는 GDP의 100%를 넘어섰고, 지난 2010년에는 200%를 돌파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찾아온 엔고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금리를 빠르게 내리며 자산 거품을 키웠다.

우리나라의 2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388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하는 등 부채의 질이 나빠진 것도 문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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