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리스크가 고조된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의 근무 모습. <사진 : 블룸버그>

“Welcome to the cruelest month for U.S. equities(미국 주식시장에 있어서 가장 잔인한 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블룸버그가 지난 5일 올린 주식시장 전망 기사의 첫 문장이다. 블룸버그는 이 기사에서 미국 금융시장이 힘든 한 달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핵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허리케인 ‘하비’는 미국 동남부를 강타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은 10월 회의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예고했고,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예산 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연방정부 기관이 일시 폐쇄되는 것)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굵직한 일정이 줄줄이 이어진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셈이다.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퍼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 신중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주식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지난 5일 폭등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집계되는 변동성지수는 S&P500지수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데, 이날 변동성지수는 하루 만에 34% 올랐다. 앞으로 한 달 안에 주가지수가 34%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주식 | 공포지수 급등 속 신흥국 증시 선방

실제로 선진국 주식시장은 최근 한 달간 정체 상태다. 올해 들어 10% 가까이 올랐던 미국 S&P500지수가 8월 이후 오히려 하락했다. 유럽 12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우량 기업 50개사를 선정해 만든 유로스톡스50지수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 FTSE100지수, 프랑스 CAC40지수, 독일 DAX지수, 스페인 IBEX35지수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최근 한 달 사이 모두 하락세다.

선진국 주식시장 최대 변수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다. ECB는 다음 달 열리는 회의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고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ECB 집행위원회가 내년도 통화정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10월 회의에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CB의 정책 변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유로화 환율이 출렁이는 등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보유자산 축소도 시작될 예정이다. FRB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자산을 매입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자금)을 공급했다. 이 때문에 FRB의 보유자산은 2008년 9000억달러 규모에서 지금은 4조5000억달러까지 늘었다. FRB의 유동성 공급이 글로벌 증시의 상승장을 이끈 만큼 보유자산 축소는 반대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도이체방크의 마쓰오카 미키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선진국이 오랜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고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다”며 “이런 정책 변화는 위험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만큼 주요 선진국 증시가 한랭전선을 맞고 있다”고 했다.

환율도 주요국 증시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이 13% 올랐다. 유로존 경제가 회복 국면인데다 ECB의 테이퍼링까지 유로화 강세에 일조했다.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 유럽 주요국 주가지수는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로화 강세는 유럽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글로벌 주식 자금의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FT는 8월 마지막 주에 유럽 주식 펀드에서 순 유출된 자금이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자금 순 유출이었다. 미국 투자은행 인터내셔널 에프시스톤(INTL FCStone)의 빈센트 딜루아드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유로화 강세가 투자 심리를 해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도 유럽과 비슷한 분위기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3% 넘게 하락했다.

주요 선진국 증시의 부진은 신흥국에 기회가 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때문에 신흥국 증시도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이지만, 올해 전체로 봤을 때는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8.5% 상승했고, 한국 코스피지수, 대만 가권지수, 인도 센섹스지수 등 주요 신흥국 주가지수 대부분이 연초 이후 10% 넘게 올랐다. 글로벌 자금도 아시아 신흥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한국과 대만 주식시장에 순 유입된 투자금이 각각 72억1500만달러, 87억47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MSCIEM레버리지상장지수(주혼-파생) (합성 H)’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58.8%에 달한다. 이 펀드는 주요 신흥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좋은 상위 10개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9개가 중국과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중국 펀드와 인도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각각 28.3%, 26.2%에 달한다. 유럽 펀드(8.8%), 일본 펀드(6.3%)에 비하면 수익률이 3~4배나 된다.



북핵 위기 등으로 인해 안전자산인 금값이 오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공장에서 골드바가 만들어지는 모습. <사진 : 블룸버그>

금·채권 | 금값 오르고 하이일드 채권도 강세

국제 금값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2월물 국제 금값이 온스당 1350.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다. 국제 금값은 올해 내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도 온스당 1300달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늘었고, 국제 금값이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행보도 금값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등 굵직한 무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본인의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상황이 반복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국제 금값 상승에서 ‘트럼프 리스크’와 ‘북핵 리스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85%, 15%라고 분석할 정도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애널리스트는 “7월 중순 이후 금값이 온스당 100달러 정도 올랐는데, 이 가운데 북핵 리스크에 의한 것은 15달러 정도”라며 “나머지는 워싱턴에서 벌어진 일들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금값 상승에 힘입어 금 펀드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최근 1개월 금 펀드 평균 수익률은 5% 정도로 대부분의 펀드 수익률보다 높았다.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금-파생)(합성 H)’ 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1%를 넘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 가격이 향후 몇 년에 걸쳐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하이일드채권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올해 해외 채권형 펀드에 순 유입된 돈은 1조3363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1480억원이 순유입되는 데 그쳤다. 해외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글로벌하이일드채권에 8625억원이 순 유입됐다. 하이일드채권은 투기등급(BB 이하)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반적인 채권 펀드보다 위험성이 높다. 대신 그만큼 수익률도 높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이 선택한다.

최근에는 달러화 약세를 틈타 신흥국 채권도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여러 증권사가 신흥국 채권 투자 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신흥국 경제 지표가 안정을 찾아가는데다 달러화 약세로 신흥국 채권의 매력을 키웠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신흥국 통화 가치는 오르기 때문에 채권에 투자하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신흥국 채권인 브라질 국채의 경우 올해에만 3조원이 넘게 판매됐다. 지난해 판매액은 9200억원 정도였다. 다만 신흥국 채권은 전형적인 고위험 상품인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환율 변동성이 큰 데다 정치적으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부동산 |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과열 경고

국내 부동산 투자는 ‘8·2 대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투기 억제를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책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다주택자와 정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활황세였던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도 과열 경보등이 켜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캐나다·스웨덴·호주 등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 있다고 직접 경고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 상승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러 민간 조사 기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TMF그룹은 호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발표했고, 글로벌 투자은행인 제프리스(Jefferies)는 부동산 투자 사이클이 현재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움직인 건 중국이었다.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과 유럽·호주·홍콩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의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CRB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아시아 투자자들은 452억달러를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해외 부동산 취득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제프리스의 마이클 프류 매니징 디렉터는 “(지금의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1990년과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당시 성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때문에 하락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plus point

배당주, 수출 제조업 종목 주목

당분간 국내 증시는 안갯속에 잠겨 있을 전망이다. 북핵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는 편이 낫다. 한국투자증권은 배당주를 추천했다.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로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우는 점도 배당주 투자에 유리한 부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천하는 배당주는 한국전력·SK텔레콤·에쓰오일 등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배당주는 10월까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배당주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수출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기술(IT)·화학·정유 등의 업종을 투자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글로벌 교역량이 증가하고 있고, 올해 3분기 기업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핵 리스크 같은 정치적 변수와 상관성이 적은 코스닥시장 종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코스닥시장 제약주(株)는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 비해 북핵 리스크의 여파를 덜 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헬스케어 종목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코스닥 제약주에는 좋은 소식이다.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보다 나스닥시장 헬스케어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plus point

국제 유가 지지부진, 금속 원자재 고공행진


지난 7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석유회의 참가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전광판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국제 유가는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면, 금속 원자재 가격은 최근 몇 달간 눈에 띄게 올랐다.

지난 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이 배럴당 49.09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458만 배럴 늘었다고 발표한 것이 부담이 됐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OPEC 가입국은 일평균 3287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는데 이는 감산 결정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PEC의 감산 이행률이 지난 6월 77%에서 7월에는 75%로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비 OPEC 국가들의 감산 이행률은 이보다 낮은 67% 수준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은 “당분간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국제 유가에 비해 금속 원자재 가격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가격은 톤당 6875달러였다. 최근 3개월 동안 23.1%가 오른 것으로 3년 이내 최고 수준이다. 아연 3091.5달러, 알루미늄 2080.25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 3개월 사이 각각 26.6%, 9.6%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속 원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졌고, 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다. 덕분에 세계 최대 금속 생산 업체인 글렌코어 주가가 1년 사이 두 배로 뛰었다. 증권업계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금속 원자재 관련 종목이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 풍산, 고려아연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다만 금속 원자재 가격이 최근 급등한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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