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소비지출 등이 증가하면서 2분기 미국 경제가 3% 성장했다. 최근 문을 연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의 홀푸드매장에서 고객들이 물건 값을 계산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약 19조4000억달러(약 2경2000조원)로 2위 중국과 7조6000억달러나 차이가 난다. 규모가 큰 만큼 경제 상황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엄청나다.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3% 성장했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지난 1분기 1.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2015년 1분기 3.2% 증가율 이후 최고 성장률이다. 미국 상무부는 전체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이 증가하고 산업투자도 늘어나면서 2분기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신규 고용 증가세 둔화… 실업률 소폭 상승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27일(현지시각) 연례평가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1%로 조정했다. 지난 4월 제시한 올해 2.3%, 내년 2.5% 성장률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와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규제 완화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세제개혁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실현된다 해도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완전고용 상태”라며 “지속적인 고용 개선 덕분에 1850년 이후 세 번째로 긴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률 연 3% 달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 인하,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올해 GDP 증가율 3%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중 어떤 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지만, 목표치는 달성한 셈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달까지 98개월 연속 성장하며 1990년대와 1960년대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긴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경제 성장이 매우 낮고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1970~90년대 미국 경제 평균 성장률은 3.3%였지만, 지난달까지 98개월간 평균 성장률은 2.1%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완전고용 상태’라고 하지만 최근 들어 신규 고용자 수 증가세가 둔화됐다. 지난 1일 발표된 8월 미국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15만6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시장 전망치 19만명과 올해 평균치 17만6000명을 밑도는 수치다. 실업률은 지난 7월 4.3%에서 지난달 4.4%로 소폭 상승했다.

임금상승률도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달 미국인의 평균 시급은 1년 전과 비교해 2.5% 늘어났다. 실업률이 낮은 경우 통상적인 임금상승률은 3.5~4% 수준이다.

미국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은 가계부채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2분기 미국 가계부채는 12조8000억달러(약 1경4534조원)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의 9조7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다만 가계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7%로 2009년(87%)과 아직 차이가 크다.

신용카드 부채는 지난 6월 1조210억달러에 달했다. 2008년 4월(1조200억달러)보다 10억달러나 큰 규모다. 카드 발급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체 비율이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6월 한 달간 신용카드 연체 비율은 6.2%로 지난해 2분기 5.1%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예정된 ‘통화긴축(테이퍼링)’과 앞으로 있을지 모를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화긴축은 세 차례 양적완화 과정에서 쌓아둔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와 주택 담보 증권(MBS) 보유 규모를 줄이는 작업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빠르면 오는 20일 통화긴축에 나설 전망이다. 시중 유동성이 흡수되기 때문에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양적완화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만큼 양적완화를 뒤집는 통화긴축의 부정적인 효과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낮아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통화긴축이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확인해야 하는데 긴축 속도가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금리인상은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FRB는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했고 연내에 한 번 더 올린다는 입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보수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와 연방정부 채무 한도 상향시한을 12월 8일까지 3개월 늘리기로 지난 6일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달 말까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채무 한도를 늘리지 못할 경우 미국은 ‘셧다운(정부 부분 폐쇄)’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민주당 지도부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해마다 반복해서 올려야 하는 절차를 영구적으로 폐지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plus point

들썩이는 美 집값… 6년 새 50% 올라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주택 시장의 최근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인 코어로직의 최근 발표 내용을 보면, 미국 집값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6.7% 증가했다. 2011년 3월 바닥을 쳤을 때보다 50% 올랐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에 ‘버블(거품)’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집값이 오르면서 집을 담보로 가계자금을 빌리는 ‘홈에쿼티론’ 대출 규모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조사 업체 에퀴팍스에 따르면 미국의 홈에쿼티론은 2분기에만 8% 급증, 약 460억달러에 달했다. 이와 함께 대출 규모를 늘려 새로운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은 같은 기간 6% 상승한 150억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주택 시장은 대중들의 소문만으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사회적 현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순간에 이유 없이 극단적으로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일자리 증가 및 경제 회복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전과는 달리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편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달 미국인 1079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58%가 “2년 안에 주택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83%는 ‘지금이 집을 팔 적기’라고 답했다.

이용성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