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2분기에 3.0%(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의 ‘깜짝 성장’을 달성하면서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러나 낮은 노동 생산성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과 이민 정책 등을 이유로 올해 미국이 2~3%대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텍사스주 휴스턴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일원에 엄청난 인명과 재산 손실을 입힌 허리케인 ‘하비’의 여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크루거 교수는 실업과 노동시장에서 교육의 효과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노동경제학자다. 2009년 3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재무부 경제정책 차관보를 맡아 채용인센티브법과 중소기업대출펀드,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 등 오바마 행정부의 첫 경기부양책을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2011년 8월에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2013년 5월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고용 확대와 급여세 감면, 중소기업 및 중산층 지원 정책 등을 추진했다. 크루거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봐도 될까.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하듯 2~3%대의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정적인 2~3%대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거나 정책적으로 노동력을 늘려야 하는데 둘 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의 양을 뜻한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은 경제성장률 상승과 전반적인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미국의 생산성은 금융위기 이전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1.2%에 머물렀다. 인터넷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작업 효율성이 높아지던 2000~2007(2.6%)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의 중단기 전망은.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은 계속되겠지만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노동력 부족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인구 구성을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매일 1만명이 65세 생일을 맞이할 만큼 미국 노년층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50년까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현재의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 단기 전망의 주요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과 이민 관련 정책이다. 정책 방향과 여파에 대해 전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의회는 9월 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위기관리에 필요한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신뢰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세제개혁 관련 법안도 올해 안에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지역지 밀워키 저널 센티널에 “자기 파괴적인 세금정책을 고쳐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세제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은 현행 35% 이상인 연방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골자로 한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이민자들이 불법 체류자 추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의 여파는.
“‘일단 지르고 보는’ 트럼프식 수사법과 트위터 메시지가 무역 전쟁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서 대대적인 노선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트럼프 행정부의 배타적인 정책은 국제무대에서 중국과 독일 등 다른 강대국의 위상과 역할에 무게감을 더해 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검토 발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미 FTA 철회는 한·미 양국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역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편견 가득한 과거 발언은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미 FTA 관련 발언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허리케인 하비의 미국 경제적 영향은.
“피해 지역 인근에 정유 시설 가동이 허리케인으로 중단됐다. 이로 인해 휘발유 선물 가격은 급등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그때와 다른 점은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의 초점이 원유 공급보다는 원유 수요(정유시설) 쪽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태풍으로 파괴된 가옥과 차량이 많아 단기적으로 관련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연내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까.
“물가 상승률이 지금처럼 연준의 목표인 2%를 밑돈다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연준이 중시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물가(식품과 에너지 가격 제외) 상승률은 지난 7월 1.4%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8월 고용 실적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은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줄까.
“전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방식과 그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짐작하기 어렵다. 만일 미국이 북한과 교역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과 교역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과 북한 어느 한쪽이라도 군사 행동에 나선다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 부탁한다.
“한국이 지금까지 이룬 경제 성장은 눈부시다.  한국 경제가 더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


▒ 앨런 크루거(Alan Krueger)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미국 재무부 차관보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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