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사진 : 블룸버그>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고전해온 유럽 경제 회복세가 점점 가팔라지면서 유럽 경제가 마침내 수렁에서 벗어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2013년 2분기부터 17분기 연속 성장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들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 차례나 상향 조정했다”며 “올 가을 성장률 전망을 또 한 번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경제계에선 올해 유로존 성장률이 지난 2007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로존 실업률 8년來 최저치

유로존 경제는 올해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8월 경기체감지수(ESI)는 10년 만에 최고치인 111.9로 집계됐다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했다. 전달(111.3)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11.2도 웃돌았다. 유럽의 최대 고민이었던 높은 실업률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유로존 평균 실업률은 9.1%로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1년 전보다 1.0%포인트가 줄었다. 이는 지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에서 지난 1년 동안 150만명 이상이 실업에서 벗어났다. 특히 독일은 실업률이 3.8%에 불과했다. 시티그룹의 크리스티안 슐츠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면 오는 2019년 전반기엔 유로존 실업률이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제조업 경기는 6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8월 유로존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최종치는 57.4로 7월(56.6)과 비교해 상승했다.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을 비롯해 생산·재고·출하·고용 등을 조사한 수치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올해 유로화는 유로존 경제 호조로 ECB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강화되며 달러화 대비 13% 이상 올랐다. 유로화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8월 수출주문지수는 58.5로 6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니엘레 안토누치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유로존 지표는 ECB 정책위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다”며 “올 가을 전후로 테이퍼링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럽 경제 상승세는 기존 실적이 좋았던 국가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과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스페인은 지난 2분기 0.9%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올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규모가 유로존에서 네 번째로 큰 스페인이 올해 경제성장률 3.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경제 자신감 커지며 反EU 세력 약화

10%가 넘는 실업률과 장기 침체로 국민들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던 프랑스도 확연히 달라졌다. 프랑스 통계청은 “지난 2분기 경제가 0.5% 성장했다”며 “올해 GDP 성장률은 1.6%로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도 늘고 있다. 올 들어 프랑스 실업률은 5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최근 유로존이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은 점도 경제 낙관론을 부추긴다. 지난해 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유로존에 파장을 몰고 왔다. 아울러 프랑스·네덜란드 등에서 반(反)유로, 반EU 등을 내건 포퓰리즘 세력이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유로존의 주요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들은 잇달아 패배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 우파 자유민주당이 극우정당 자유당을 물리친 데 이어, 5월 프랑스 대선에선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물리쳤다. 오는 24일 실시되는 독일 총선에서도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경제에 자신감이 커지면서 유로존 통합에 대한 유럽인들의 믿음도 커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유로화 사용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유로존 잔류를 지지한다”고 답해, 지난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plus point

영국 경제,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제로성장’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블룸버그>

유로존과 달리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파에 대한 불안감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영국 경제는 올해 1분기 0.2%, 2분기 0.3% 성장(전분기 대비)했다. 성장폭은 2분기 들어 소폭 커졌지만, 유로존의 성장률 0.6%(전분기 대비)의 절반에 불과했다.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1분기 0.2%, 2분기 0.6%, 3분기 0.5%, 4분기 0.7%를 각각 기록했다. 작년 6월 브렉시트 결정 직후 성장속도가 빨라졌으나, 올 들어 후폭풍을 맞는 모습이다.

물가도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의 물가는 지난 1월 마이너스 0.5%를 기록하고, 이후 0.3~0.7%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7월 마이너스 0.1%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영국 경제가 겉으로 드러난 상황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에르 라푸르카드 UBS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경제의 성장이 올 들어 느려지고 있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제로수준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에서는 이미 비관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불안한 영국인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기업들도 투자를 보류하면서 영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 여기에 2010년 집권한 보수당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으로 영국인들 사이에서 개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또 다른 불안요소로 꼽힌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에 제시한 1.9%에서 지난달 1.7%로 하향조정했다. 작년 11월에 2.0%를 제시한 이후 전망치를 계속 낮춘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1.7%에서 1.6%로 낮췄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영국과 EU 간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기업들의 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영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재는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 투표를 앞두고 ‘기술적인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의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의 여파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영국 경제가 작년 3~4분기 흔들림 없이 성장하자 브렉시트 위험을 부풀렸다며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영국 경제는 올 들어 성장률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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