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유럽연합(EU)보다 영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영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은 올해 1~2분기에 2013년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8월 경기체감지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영국과 EU는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영국의 EU 탈퇴 비용과 무역 협정 체결 등의 문제를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영국과 EU는 ‘리스본 조약 50조’ 규정에 따라 2019년 3월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합의가 불발되면 영국은 추가 협상 없이 EU 회원국 자격을 잃게 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의 악셀 드레허 경제학 교수는 “브렉시트에 따른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며 “변수가 없진 않지만, 유럽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72년생(45세)인 드레허 교수는 미국 경제논문학회(IDEAS/RePEc) 선정 세계 500대 경제학자에 이름을 올린, 떠오르는 경제학자다. 독일 만하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분석관과 괴팅겐대 교수를 역임했다. 독일 개발경제학회 회장과 ‘국제기구리뷰’ 저널의 발행인도 겸하고 있다. 드레허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유럽 경제의 중단기 전망은.
“유럽 경제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전체 EU 회원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지출이 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고용도 늘고 있다. 물가 상승도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인 2%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폭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EU 경제는 내년 1.8%까지 성장할 것이다. 다만 영국의 내년 성장 전망은 1.2%로 다소 낮다. 이런 추세는 몇 년간 이어질 것이다. 물론 변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정책과 브렉시트 협상 결과, 그리고 시리아와 북한을 둘러싼 정세 변화 등이다.”

브렉시트가 유럽 경제에 미칠 여파는.
“브렉시트 여파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다. 물론 브렉시트에는 비용이 따를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영향이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어떻게 되더라도 EU나 영국의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파 양쪽의 주장은 모두 과장됐다. 한쪽은 분리에 따르는 대가가 전혀 없는 것처럼 호도했고, 또 다른 쪽은 대가가 너무 큰 나머지 영국경제를 망가뜨릴 것처럼 떠들었다. 양쪽 모두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래도 영국이 브렉시트로 입는 손실은 크지 않을까.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많다. 따라서 브렉시트는 경제 성장의 마이너스 요소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협상에 실패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미만으로 후퇴하는 정도에서 끝날 것이다.”

영국이 없는 EU의 미래는 어떨까.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공공연하게 런던을 대신할 금융 허브 역할을 원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브렉시트로 덕을 보는 도시나 산업 분야가 있을 수 있다. EU 경제 규모가 영국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브렉시트로 인한 EU의 경제 손실은 영국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EU 입장에서도 교역의 기회 측면에서 분명 손실이 있다. 영국의 정치적 중요성도 아쉬운 부분이다. 영국의 탈퇴로 EU의 지정학적 무게감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은 어떤 영향을 줄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과 ECB 등 각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늘었고, 이는 글로벌 증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금리가 매우 낮게 형성되면서 미국은 물론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가계부채 증가가 심각한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 등도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경우 한계가구의 파산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보험사의 단기채권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지급여력비율(RBC)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사진)는 브렉시트 이후 EU의 금융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블룸버그>

금리 인상은 보험사에 ‘양날의 검’이다. 저금리로 인해 부진했던 자산운용수익률이 높아지지만, 채권평가이익은 줄어든다. 이는 자기자본 감소로 이어져 이에 따른 RBC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ECB와 영란은행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시장에 엄청난 자금이 풀렸지만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가계부채 증가와 대규모 자금의 증시 유입, 보험사의 상황 등 영향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도 낮아졌다. 더구나 유로존의 양적완화는 통화정책이라기보다는 재정 확장 수단의 성격이 강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제 양적완화를 끝내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그리스 경제 회복의 의미는.
“유로존 같은 단일 통화권에서 회원국 간 경제 불균형은 상황이 좋은 나라에서 좋지 않은 쪽으로 자금 이동을 통해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후자는 임금과 소비지출 감소, 세금 인상 등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리스는 여기 대규모 실업과 연금 혜택 축소까지 더해져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결과는 좋다. 그렇다고 단일 통화권 내 국가 간 불균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부유한 나라들이 오랫동안 상당한 자금을 가난한 나라에 공급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극우 정권만 득세하게 만들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현재 유로존의 구조에서는 그리스가 아니라도 어디서건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 악셀 드레허(Axel Dreher)
독일 만하임대 경제학 박사, 스위스경제연구소 겸임교수, ‘국제기구리뷰’ 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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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여력비율(RBC)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RBC 비율이 100%면 모든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은 150%다. 100% 아래로 떨어지면 경영개선 명령을 통해 퇴출시킬 수 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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