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실시간으로 엔화 환율을 보여주는 증권사 지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일본의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이로써 일본은 플러스 성장을 1년 6개월째 이어갔다. 전 분기보다 0.6% 성장한 것은 2015년 1분기(1~3월)에 1.1%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성장을 계속하면서 일본 경제가 20년 장기 침체를 벗어나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2년 말 취임한 후 추진한 양적완화, 디플레이션 탈출 등 아베노믹스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것은 내수다. 일본 정부는 “개인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가 확장되고, 일본 경제는 완만한 회복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北 도발로 엔화강세 움직임

내수 중심으로 일본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엔화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해 엔고(円高) 현상이 다시 발생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때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이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지난 2월 아베 총리는 “2% 물가안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적절한 금융정책을 펴도록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의 일본은행에 위임했다”며 환율 조작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작년 9월 1달러당 100엔에 접근했던 엔화 환율은 작년 12월엔 118엔까지 상승(가치 하락)했다. 그 후 점차 강세로 돌아서 현재 110엔 아래로 내려왔다(가치 상승).

현재 엔화 환율을 움직이는 주요한 요인은 북한의 도발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을 하는 등 도발을 계속하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NHK는 외환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새로운 도발에 대한 우려로 비교적 안전자산인 엔화를 선호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하락하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다시 높여 아베노믹스가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다. 장기적으로 엔화 강세 요인이다.

아베 총리는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 특혜를 주도록 정권 실세들이 문부과학성에 압력을 넣었다는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있자 지지율이 다시 상승했다. 아베 총리는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만들려 한다. 그래서 북한 도발의 강도가 높아지면 지지율도 올라간다.

북한은 8월 29일 새벽 예고 없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날 오전 6시 1분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보고를 받고 미사일 발사 4분 만에 “정보 수집·분석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려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해 일본 정부 대응을 지휘하는 등 리더십을 보였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4%포인트 오른 39%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기 위해선 아베 총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해야 한다. 지지율이 추락하면 총리는 실각한다. 아베 총리는 2007년 제1차 집권 당시 30%대의 지지율로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후 사임했다.

현재 아베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현 자민당 정조회장)은 자신이 총리가 된다면 아베노믹스를 수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7월 세미나에서 “지금의 경제 정책에 있어서 격차라고 하는 부작용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같은 달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선 아베노믹스를 보완해 소득 격차 해소에 힘을 쏟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이 일본을 넘어 태평양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8월 29일 오전 출근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소비세 인상은 리스크 요인

아베 총리는 당초 아베노믹스로 발생하는 대규모 재정 적자를 두 차례의 소비세율 인상(5%에서 8%로 1차 인상, 8%에서 10%로 2차 인상)으로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2014년 4월 소비세(한국의 부가세에 해당)를 종전 5%에서 8%로 인상하자 급격히 내수가 침체되고 경기 회복이 타격을 받았다.

두 번째 소비세율 인상은 2015년 10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일본 정부는 인상 시점을 두 차례 연기했다. 현재는 2019년 10월에 소비세율을 인상할 계획이지만, 경제 성장이 목표보다 더디면 다시 연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힘을 잃을 경우 경기와 관계없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예정대로 소비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포스트 아베(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5일 강연에서 “(소비세 증세를) 단지 싫다고 미루기만 하면 국가가 멸망할 것”이라며 다시 연기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시다 전 외무상도 같은 날 인터뷰에서 “재정건전화 목표를 고려하면 확실히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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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율(年率) 환산 월별, 분기별, 반년 기준으로 작성한 통계 수치를 1년 기준으로 고치는 것. 어느 분기의 실질 GDP가 1조원이라면 그것의 4배인 4조원이 연율로 환산한 값이다. 또 어느 분기의 실질 GDP가 전 분기보다 1% 성장했다면,‘1%(1.01)’을 4승해 얻는 ‘4.06%(1.0406)’가 연율 환산한 성장률이다.

plus point

4%로 발표한 경제 성장률 2.5%로 하향 조정

지난달 14일 일본 정부는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했다. 일본 경제가 2분기(4~6월)에 전 분기 대비 1%, 연율로는 4%라는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것이었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3배인 일본이 4% 성장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8일, 2분기 성장률을 1.5%포인트 하락한 2.5%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 민간 연구기관들은 정부가 발표한 ‘4.0%’라는 수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분석해 왔다. 그러나 수정해 발표한 경제 성장률은 민간 연구기관의 추정보다도 낮다.

산케이신문이 민간 연구기관 9곳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을 집계한 평균 예상치는 2.96%였다. 일본종합연구소가 3.3%로 가장 높았고, 미즈호종합연구소가 2.6%로 가장 낮은 예상치를 내놓았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정부가 발표한 속보치보다 훨씬 낮은 성장률을 예상하면서 설비투자가 1분기 수준에서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2분기 성장률 확정치는 미즈호의 예상보다도 0.1%포인트 낮았다.

일본의 2분기 GDP 성장률이 1.5%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것은 기업의 설비 투자가 0.5% 증가하는 데 그쳐, 당초 추산한 증가율 2.4%보다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개인소비가 견인하는 내수 주도의 성장이라고 하는 모습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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