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지주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재취임한 후 ‘리플레이션’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고, 이후 총리실 고문(내각관방 참여)을 맡아 아베노믹스 추진을 도왔다. 리플레이션이란 아베노믹스의 핵심정책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로 통화를 팽창시켜 경기 회복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마다 교수는 아베 총리의 측근답게 일본 경제의 회복 동력을 아베노믹스에서 찾았다. 하반기 일본 경제에 영향을 줄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북한의 핵 도발 여파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 변화를 꼽았다. 지정학적 불안 고조로 안전자산인 엔화의 가치가 오를 경우 수출과 관광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마다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일본 경제가 6분기 연속 성장한 이유는.
“7월 실업률이 2.8%에 불과할 만큼 고용 상황이 좋다. 일자리 대비 구직자 비율은 1 대 1.6으로 매우 이상적이다. 인플레이션은 아직 일본은행(BOJ)의 목표인 2%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물가 목표는 어디까지나 최적의 고용 환경과 생산성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7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했다. 7개월째 상승세지만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2%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보다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컸다. 앞서 언급한 성과들은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기에 접어든 이후 아베 총리 이외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것들이다.”

한국이 아베노믹스에서 배울 점은.
“아베노믹스가 특별한 것은 이전 정부에서 ‘소용없는 일’로 여겼던 통화정책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원화절상을 막고 필요할 경우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 경제의 중단기 성장에 영향을 줄 변수는.
“동북아 정세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지면 ‘안전자산’인 엔화의 인기가 커지면서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와 일본 기업의 수출이 줄면서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은 일본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다. 그렇다고 위협을 피해 물러서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겁을 먹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어떻게 하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면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金)과 엔화 등 안전 자산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 1일(현지시각) 110.25엔에서 핵실험 직후인 4일 109.72엔으로 떨어졌고(엔화 가치 상승), 6일에는 108.69엔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의 임금 상승이 부진한 이유는.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해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졌고, 생산직에 종사하는 백인 노동자들이 분노했다. 일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상황이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가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했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일본의 지난 7월 명목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하락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의 하락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7월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0.8% 하락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한때 60%가 넘었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각종 스캔들과 관료들의 망언 등으로 7월 중순 30% 안팎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3일 개각 이후 40% 가까이로 반등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로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그 점에서 일본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배워야 한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외국인은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특별한 전문 기술이 없는 이들의 이주는 신중히 검토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 (오바마 행정부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트럼프 당선을 도운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최근 후생노동성은 2015년 1억2709만명이던 일본 인구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2065년 8808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데도 의미 있는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민간 투자는 늘고 있지만 금리가 워낙 낮아 통화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동북아 정세 악화로 엔화 가치가 오르면 통화정책의 효과는 더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실질잔고효과 등을 따져가며 정량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1960년대에는 공공 분야 투자가 민간 분야로 확산되면서 일본 경제가 급성장했다.
“그때와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당시에는 노동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었고,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도 늘면서 생산성이 큰 폭으로 향상됐다. 기술력이 낮았던 일본 기업들은 서구 기업의 첨단 기술을 모방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하나같이 현재 상황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기술 발전을 원한다면 이제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까.
“정부의 지나친 통제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관료주의의 폐해도 심각하다. 일본에서는 지난 34년 동안 병원에서 새로 생긴 진료 부서가 하나도 없었다. 동물병원에서 그렇게 된 지는 50년이 됐다. 병원도, 담당 정부 부처도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모두 아베노믹스의 구조개혁을 통해 달라져야 한다.”


▒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예일대 경제학 박사,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 일본 총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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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잔고효과(real balance effect) 경제주체의 화폐보유량의 실질가치, 즉 실질잔고의 변화가 재화 수급량에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실질잔고의 증가는 재화 수요의 증가를, 실질잔고의 감소는 재화 수요의 감소를 초래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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