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결정이 내려진 이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올해 7월 중국인 관광객은 28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줄었다. 사진은 한적한 서울 명동 쇼핑거리. <사진 : 연합뉴스>

“상장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을 들여다보니 전체적으로 17% 증가했지만 10대 그룹을 빼면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8월 31일 대한상의 회장단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착시(錯視)현상을 우려했다. 전체적인 지표를 보면 한국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10대 그룹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가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 494개사를 대상으로 올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3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조6000억원)보다 17% 증가했다. 그러나 10대 그룹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2조8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24% 감소했다.

10대 그룹 내에서도 온도 차이는 크다. 삼성그룹의 영업이익 증가 규모는 6조4000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증가와 맞먹었다. SK그룹(1조9000억원 증가), LG그룹(1조1000억원 증가) 등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현대차그룹(-1조2000억원), 롯데그룹(-1700억원), GS그룹(-600억원)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박 회장은 “통계 수치상으로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분명하지만 일부 기업과 업종에 수익이 집중된 편중화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 전반에 온기가 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출 증가 추세 역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상당 부분을 이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2분기 성장률 0.6%로 성장세 ‘주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지난 7월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예측했다. 종전의 2.6%보다 0.4%포인트 높여 잡았다. 최근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과 투자 상황이 양호하다는 점,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 등이 낙관적 근거로 거론됐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논란은 있겠지만 우리의 잠재 성장률은 3% 내외”라며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모델을 통해 생산력을 향상시키면 3% 성장도 무난히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3.3% 성장한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회복하게 된다. 정부는 2018년 경제 성장률도 3.0%로 전망, 2년 연속 3%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정부 전망처럼 한국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작년 4분기 이후 살아나던 한국 경제는 올해 2분기 들어 다시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1%(전 분기 대비) ‘깜짝 성장’했던 한국 경제는 2분기에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성장률인 0.7%에 미달하는 성적표다. 1분기 1.1% 성장하면서 35개국 중 8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 분기 만에 성장률 순위는 18위로 미끄러졌다. 특히 한국은 1분기 대비 2분기 성장폭이 0.5%포인트(1.1→0.6%) 줄어 핀란드(1.2→0.4%), 슬로바키아(1.0→0.3%)에 이어 세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사드 논란에 中 관광객 70% 감소

저유가로 인한 수출 저하와 같은 구조적 문제 외에도 한국 경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대외(對外) 리스크에 포위돼 있다. 당장 북한의 핵실험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했다.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전후해 코스피지수가 6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원화 가치 하락 등 ‘셀(sell) 코리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양대 시장인 미국·중국에서도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까지 거론한다. 한·미 FTA의 골격이 흔들릴 경우 우리 제조업의 주요 수입원인 대미(對美)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전면 재협상이 이뤄지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269억달러(약 30조원) 수출 손실과 24만개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도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중국의 보복은 자동차·유통·관광·한류 산업 등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사드 배치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7월 중국인 관광객은 90만명을 넘었지만, 올해 7월에는 28만명으로 6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여행수지 적자는 17억9000만달러(약 2조원)로 역대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한국 제품 불매 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영업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절반으로 떨어진 자동차 판매량, 롯데마트 영업 중단, 세무조사, 선박발주 취소 등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나오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기업들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진행된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적용 확대, 법인세 인상 움직임 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뜨겁던 건설 경기도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을 계기로 빠르게 식었다. 건설 수주 증가율은 4월만 하더라도 34.2%였지만, 7월에는 -30.8%였다.


plus point

“내년 1인당 GDP 3만달러 돌파”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내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2만달러를 넘은 이후 12년 만에 3만달러 문턱을 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1인당 GDP는 2만7500달러(한국은행)였다.

1인당 GDP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실질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인구 증가율, 환율 등이다. 실질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더하면 경상 성장률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와 내년 경상 성장률을 각각 4.6%와 4.5%로 전망했다. 인구 증가와 환율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1인당 GDP는 내년에 3만달러가 약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3만달러 달성이 쉽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실질 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하고 경상 성장률을 잡았다. 하지만 2%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 3%대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2012년 이후엔 2014년(3.3%)을 제외하고 모두 2%대 성장에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가계 부채나 북한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1인당 GDP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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