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성장 전략이 아니라 경기 대응 정책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역량을 지닌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산업(삼성전자 등)에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한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산업,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과거에는 비용 구조가 좋은 국가에 생산시설을 만들고 연구·개발(R&D)은 자신의 나라에서 했는데 이제는 R&D와 제조가 결합되고 있다”며 “한국도 기술적인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를 진단한다면.
“한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이후 살아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이 선전했다. 반도체가 다른 산업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산업이 이끌었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반도체 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생산성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한국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일자리 문제로 연결된다.”

한국 경제는 내수가 작은 것이 약점인데, 해결책은.
“한국은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내수가 작은 경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같은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들과 함께 블록경제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처럼 다른 국가가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과 개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국제 통상 질서는 블록 밖에서는 어느 정도 무역 장벽을 쌓지만 블록 내에선 최대한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어느 경제블록에 편입돼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북핵 리스크’는 어떻게 보나.
“정확히 말하면 북한 핵 문제가 경제 이슈는 아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금융 시장에는 부정적이지만, 실물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위험이 실제적 위협으로 바뀌고 있다. 한반도에 고정된 형태의 자산을 투자하는 데 불안을 느끼고 이는 장기적인 실물 경제, 소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금융기관 등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산업이 올 상반기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 <사진 : 조선일보 DB>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과 미·중과의 관계도 예전과 다르다.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미국과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을 하는 중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그러면 한국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확실한 제스처를 보여줘야 할 경우도 있다. 갈등이 심하지 않을 때는 양쪽 모두와 이야기해 경제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만 갈등이 심화되면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국 중 경제블록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이 한계를 맞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낙수효과를 낼 수 있는 대기업이 줄고 있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이 줄고 있고, 성과가 국내로 전이되는 것도 약화되고 있다. 해외에 진출했지만 국내 기반이 아예 없는 기업도 있다. 내수 경기가 부진하다는 것 자체가 한국 경제가 대외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가 어려운 저소득층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그 이름이 소득 주도 정책이든 뭐든 상관없다. 글로벌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도 더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줘야 한다. 대기업의 수출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그들이 번 돈을 지출하거나 협력업체를 통해 내수를 확장하는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비용과 관련이 있는데,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임금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소득 주도 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한다면.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 지원은 동의한다. 그러나 일괄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형태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노동생산성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을 올리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진다. 그러면 기업은 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나가려고 할 것이다. 실업과 관련된 부분도 중요하다. 몇 명을 고용하면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의 정책은 효과가 떨어진다. 중소기업 정책이 일종의 복지정책과 비슷한데 이보다는 중소기업을 어떻게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복지가 아니라 성장정책으로 가야 한다. 개인에 대한 것은 복지정책이 맞지만 기업은 다르다.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붙잡고 있으면 구조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활성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단순히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재원을 받는 스타트업보다 민간 투자를 받아서 성공한 경우가 많은 이유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역할은.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산업단지, 연구단지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선진 외국 기업을 유치하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기술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연구단지, 경제 특구를 만드는 것보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더 많이 실행한다. 이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만들고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과거에는 비용 구조가 좋은 나라에 생산시설을 만들고 R&D는 자신의 나라에서 했는데, 이제는 R&D와 제조가 결합되고 있다. 기술적인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성태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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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경제 정치·경제적으로 관계가 깊은 여러 국가가 결집해 역내의 경제교류를 촉진하는 경제나 경제권을 말한다. 반면 역외 국가에 대해선 차별대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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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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