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시대가 열리면서 국토 발전의 축이 서쪽으로 이동했다. 동쪽에서도 내륙에 위치한 대구는 자연스럽게 발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대구가 다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항공, 철도 같은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접근성을 높이고 경남, 호남 등 인근 지역과 연계해야 한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대구의 경제·산업 발전이 더딘 이유를 입지에서 찾았다. 대구는 전형적인 소비 도시다. 1인당 승용차 등록 대수나 대형 백화점 매출 수익 등 소비와 관련된 지표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반면 산업생산 부문은 상황이 좋지 않다. 오 실장은 “대구의 경쟁력 분석 결과를 보면 교통이나 국제화 같은 부문에서 점수가 낮게 나온다”며 “대구가 인근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대도시권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공항과 철도 같은 교통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제 발전이 더딘 이유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만 보면 대구가 전국에서 제일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1인당 GRDP 대비 민간소비지출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1인당 승용차 등록 대수나 대형 백화점 매출 수익도 상위권이다. 소비활동이 활발하고 발전 잠재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생산 부문 상황이 어렵다는 점이다.”

생산 부문 상황이 나쁜 이유는.
“외국 평가 기관이 실시한 대구 경쟁력 평가 자료를 보면 교통과 국제화 같은 부문에서 점수가 낮게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장거리 해외 여행이 힘들고 공항 이용객 수가 적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관문공항을 확보하지 못한 것 때문에 도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구국제공항이 있지만 수용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미국에는 인구 20만~30만명 정도 되는 도시에만 가도 대구국제공항 정도의 공항이 있다. 교통이 좋지 않다 보니 입지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대구는 국토 동쪽에 위치한데다 내륙에 있어서 서해안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국토 발전 축이 서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공항뿐 아니라 내륙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도 부족하다.”

대구 내부적인 문제는 없었나.
“물론 대구 내부적인 요인도 있다. 1990년대 후반 대구·경북 지역의 섬유 산업을 살리기 위해 ‘밀라노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업구조를 개편할 기회를 잃었다.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이후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권영진 시장 취임 후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대구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앞으로 우리 국토가 크게 두 개로 나뉠 것이라고 본다. 수도권이 점점 확장하면서 충청, 강원, 전북 일부와 함께 중부경제권을 이루게 될 것이다. 영호남은 남부경제권으로 묶이게 된다. 대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남부경제권을 주도하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경북의 8개 시·군이 대구를 감싸고 있는데 이걸 뛰어넘어서 경남의 창원, 울산 같은 도시까지도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제공동권으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인구 1000만 명 규모의 대도시권이 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호남 지역과 연계해서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구와 광주가 동반 발전을 위해 ‘달빛동맹’을 맺고 사회간접자본(SOC)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협력하기로 했다. 관련 사업 내년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는데, 국토 동반 성장 등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 대구시>

대구와 광주는 2013년 ‘교류 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2015년에는 ‘달빛동맹 민관협력위원회’를 구성해 5개 분야 29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대구와 광주를 잇는 191㎞ 길이의 달빛내륙철도를 건설하는 것이다.

달빛내륙철도는 시속 200~250㎞의 고속화 철도로 건설이 끝나면 대구와 광주가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이게 된다. 대구와 광주는 지난 7월 광주시청에서 ‘달빛내륙철도건설 추진협의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조기 건설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 실장은 “달빛내륙철도가 건설되면 대구와 광주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져 남부경제권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5대 첨단산업 육성에 대한 평가는.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강점을 살려서 육성 분야를 정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높다.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구의 산업구조가 크게 변화할 것이다. 다만 이런 산업구조 개편은 성과가 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눈앞에서 대형 건물이 올라가고 토목공사가 진행되는 게 아니다 보니 지켜보는 입장에서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런 단기 실적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미래 산업 육성이라는 장기 과제에 올인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재 확보가 중요한데.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일자리 문제다. 대구시도 이런 점을 생각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대구시가 육성하고 있는 물산업이나 미래형자동차, 로봇산업 같은 분야에서는 이미 기업 유치 성과가 나고 있다. 이런 기업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청년 창업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대구시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늘리는 등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린다고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충분히 만드는 동시에 청년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부터 대구는 보수적, 권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창의적인 인재들이 대구를 기피한 것도 사실이다. 보수적, 권위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면 청년들이 공공문화시설을 마음 편하게 놀이터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적으로도 감성이 살아흐르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문화·예술, 인문·사회, 과학·기술을 포괄할 수 있는 콘텐츠 전문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오창균
미주리대 사회학 박사,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대통령직속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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