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의 엔지니어가 기계장치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 : GE>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2015년 10월 “우리의 목표는 디지털 회사다”라고 말했다. 거대한 제조업 기반의 GE를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시키겠다는 선언이었다. GE는 현재 60억달러의 소프트웨어 가치를 갖고 있고, 2020년까지 100억달러의 가치를 가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멜트 회장이 취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업을 정리했고, 새로운 분야를 육성했다. 육성한 사업 가운데 힘을 많이 쏟은 분야가 디지털이다.

‘디지털 기업’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초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물리적인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옮기고,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관리하는 것이다. 요즘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기계장치로 동작하던 기능이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고 있다.

GE가 디지털을 강조하는 것은 바뀐 시대에 맞춰 본업인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멜트는 제조업 분야 경쟁 우위 원천이 하드웨어에서 애널리틱스(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 전반) 관련 소프트웨어 및 기계에 내장된 센서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의 생산 및 관련 서비스 제공에 GE의 역량을 집중했다.

GE는 2011년부터 ‘디지털 제조업’을 이야기했다. 산업용 사물인터넷 기술인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 개발과 보급을 강화했다.

이멜트는 부족한 디지털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적임자를 찾았다. 그가 고른 인물은 시스코시스템스의 부사장이었던 윌리엄 루 최고디지털책임자(CDO·수석부사장)다. 루는 GE에 합류해 1~2년간 변화를 주도할 소프트웨어 조직을 구성했다. 현재의 ‘GE디지털’이다.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GE의 ‘디지털 파운드리’ 내부. <사진 : GE>

“열차·항공기·의료기기 연결하는 SW 개발”

그러나 우수한 인재들은 GE가 소프트웨어 조직을 만든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고, 굳이 GE로 직장을 옮기려 하지 않았다. GE는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위해 캘리포니아 샌라몬에 구글 분위기가 나는 오피스를 만들고 성과보상제도를 새롭게 설계했다. “비행기·기차·의료기기 등 다양한 기계들이 알아듣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 것”이라는 TV 광고도 내보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2011년 말 30명 정도에서 2012년 말엔 500명까지 늘었고, 최근엔 1300명으로 확대됐다.

GE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 인력과 기존 사업부의 협업을 강조한다. 에너지·발전·운송·항공 등 GE 각 산업 분야 전문 지식과 소프트웨어 지식이 융합돼야 의미 있는 제품·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 그래서 각 사업부에 디지털 책임자를 뒀고, 샌라몬의 GE디지털과 각 사업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겼다. 수많은 사업부 인력이 샌라몬에 출장을 가서 소프트웨어 센터 사람들과 교류하고 협업했다.

샌라몬의 소프트웨어 조직과 사업부는 긴밀히 협업해 2013년 연말 초기 버전의 프레딕스(Predix)를 개발했다. GE는 또 30억달러를 투자해 두 개의 3D프린팅 업체와 네 개의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다.


이멜트 “GE는 125년차 스타트업”

이멜트 회장은 CEO직에서 물러날 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에서 “사람들은 지극히 전형적인 대기업이던 GE를 이제 ‘125년 차 스타트업’이라고 부른다”며 “GE는 사물인터넷의 미래를 직접 만들어가는 디지털 산업 기업이다”라고 정의했다.

GE는 2016년 8월 프랑스 파리에 디지털 비즈니스 거점 ‘디지털 파운드리’를 설립했다. 유럽의 산업인터넷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파리의 디지털 파운드리에선 현지의 신생 기업을 지원하고, 고객과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2018년까지 250명의 데이터 과학자를 채용하게 된다. GE는 보스턴과 두바이, 상하이에 디지털 파운드리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plus point

산업용 인터넷 운영체제 ‘프레딕스’
엔진·터빈 등 데이터 분석해 생산성 향상


디지털 파워 플랜트 개념도. 발전설비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GE의 산업용 인터넷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 GE>

프레딕스는 모든 종류의 기계와 기기를 연결하는 산업인터넷 운영체제(OS)다. 2011년 센서를 부착한 터빈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플랫폼에서 시작됐다. 프레딕스를 통해 GE는 제트엔진, 가스터빈, MRI 스캐너 등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하고 분석한 후 기기를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프레딕스 개발에 지난해까지 10억달러를 투자했다.

2015년 8월엔 클라우드 서비스로 출시됐다. ‘프레딕스 클라우드’는 기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GE는 프레딕스 클라우드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항공, 의료 보건, 에너지, 수송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프레딕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이용해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기업이 자체 플랫폼(앱)을 개발·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 확장성이 높다.

프레딕스 총괄 관리자인 하렐 코데시 부사장은 “기계 데이터를 포착하고 분석하도록 특별히 고안된 클라우드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문제, 기회의 손실 등은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GE는 프레딕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기계 데이터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용해 연간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설비 운용상의 사고 위험을 줄이고 리스크를 관리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이미 많은 기업이 GE의 프레딕스를 도입했다. 석유개발 업체 셸은 프레딕스를 이용해 심해 유정의 누유(漏油) 탐지를 기존보다 1만 배 이상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중 하나인 쉰들러그룹은 프레딕스를 이용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피트니보우스는 90여 년간 우편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글로벌 기업이다. 2015년 이 회사는 운송, 글로벌 전자상거래, 위치 정보 등 사업의 여러 측면을 혁신하기 위해 GE의 산업인터넷 기술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피트니보우스는 프레딕스를 이용해 연간 9억 통의 편지를 분류하는 대형 우편기계를 최적화했다. 우편 발송 생산성을 높였고 가동 중지 시간을 줄였으며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켰다. 운용 비용이 줄었고 업무 일정도 최적화했다.

작년 11월 GE는 프레딕스의 차세대 버전 ‘프레딕스 엣지(Edge) 시스템’을 발표했다. ‘엣지’는 클라우드와 고객의 접점을 뜻한다.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대신 기계 자체 또는 시스템의 ‘엣지’에서 직접 분석한다. 고객 기업은 초소형 의료기기부터 네트워크 게이트웨이, 라우터 등 원하는 기계에 앱을 설치할 수 있고, 이 기계들은 모두 클라우드와 연결된다. 응용프로그램이 더욱 빠르게 실행되고, 기계는 분석된 데이터를 신속하게 활용해 자체적으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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