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GE는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에 가전 부문 매각을 완료했다. 하이얼은 GE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다. <사진 : 블룸버그>

잭 웰치 전 회장은 GE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이나 GE를 경영했다. 후임자인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올해까지 16년간 경영하고 있다. 이멜트도 웰치 만큼이나 GE라는 거대 기업을 바꿔 놓았다.

이멜트는 재임 기간 두 차례의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CEO로 임기를 시작한 날짜는 2001년 9월 7일이다. 불과 4일 뒤 9·11테러가 발생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GE 시가총액은 10억달러가 사라졌다.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로 GE의 사업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에서 “내가 GE의 CEO로 재직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 변화가 너무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라고 했다. GE의 변신은 이멜트가 임기 중 마주한 충격과도 관련 있다.

이멜트는 웰치에게서 물려받은 GE에서 금융, 미디어, 주요 가전제품 사업부를 매각했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2009년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GE가 지배하던 NBC는 지상파 TV 네트워크와 케이블 채널(CNBC 등), 영화(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 사업을 해 왔다. 제조업과는 관련이 멀다. 이 NBC 지분을 케이블 TV 업체 컴캐스트에 매각했다. 2013년 잔여 지분을 완전히 컴캐스트에 넘기면서 이멜트는 “이번 거래로 현금도 늘리고 산업 부문 투자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GE는 2015년 금융 부문인 ‘GE캐피털’이 갖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 은행 웰스파고와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매각했다. 개인용 신용카드와 소비자 금융 부문도 분리했다. GE캐피털엔 의료기기 장비 구입 시 금융 지원 목적의 리스 사업만 남았다. 이에 대해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GE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영 개혁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GE 모태인 전구 사업도 매각 예정

GE는 1930년대 가전제품을 소비자에게 쉽게 팔기 위해 금융업을 시작했다. 웰치 시대에 금융 부문은 크게 성장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타격을 받아 구제금융을 받았다. 당시 이멜트 회장은 GE캐피털 사업 확장으로 위기를 겪게 됐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GE는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에 가전 부문 매각을 완료했다. 미국의 가전 시장에선 월풀이 가장 점유율이 높고 그 아래에 삼성전자·LG전자·GE가 있었다. GE는 당초 2014년 스웨덴 가전 업체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하려 했으나 반독점 문제에 걸려 무산됐다. 가전 사업은 상당한 수익을 냈지만 삼성전자·LG전자에 밀려 점유율이 계속 떨어져, GE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로 줄었다. GE의 가전 사업을 인수한 하이얼은 GE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다.

GE의 역사는 토머스 에디슨이 1879년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최초의 상업용 백열전구를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GE의 모태인 이 가정용 전구 사업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매각 가격은 5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상업용 LED 조명 사업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용을 포함한 GE의 전구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22억달러로, GE 전체 매출에서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산업용 솔루션 사업 독일 ABB에 매각

이멜트는 금융과 미디어, 가전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제조 기반의 첨단기술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GE를 탈바꿈시켰다. 인수한 기업은 GE의 핵심인 제조업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업체다. 머신러닝 전문 회사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와이즈 아이오’, 산업용 대량 데이터 처리 기술에 특화된 벤처 기업 ‘비트 스튜 시스템스’, 재고 관리와 인력 운영을 위한 앱을 개발하는 회사인 ‘서비스 맥스’ 등을 인수했다.

GE는 최근에도 스위스의 전력 및 산업 자동화 기술 업체 ABB에 유틸리티 장비 회사인 ‘인더스트리얼 솔루션’ 사업을 26억달러(약 2조9800억원)에 매각했다. 인더스트리얼 솔루션은 데이터센터와 석유·가스 설비 등에 들어가는 회로 차단기와 변압기, 기타 전기설비 등을 제공하는 사업부다.

울리히 스피에스호퍼 ABB CEO는 “인더스트리얼 솔루션 사업이 GE에서 핵심 사업은 아니지만 ABB에는 핵심 중의 핵심 사업이다”라고 했다. 그는 “ABB는 미국 시장에서 기대보다 선전하지 못했다”라며 이번 인수로 미국에서 입지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매각은 지난 8월 이멜트에 이어 신임 CEO에 취임한 존 플래너리가 지출을 줄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약속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GE는 내년 말까지 20억달러의 지출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플래너리는 내년 1월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플래너리는 GE 사업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새로운 경영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plus point

GE의 차세대 연구·개발 계획 ‘넥스트 리스트’

GE는 2014년 ‘넥스트 리스트(NEXT LIST)’라는 연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제조업을 넘어 소프트웨어로 첨단기술을 이끄는 차세대 신수종 사업 전략이다. 향후 수년 동안 GE가 우선적으로 진행할 연구·개발 원칙을 담은 계획으로 에너지·소프트웨어·제조·헬스케어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 리틀 GE 최고기술책임자(CTO)는 “GE는 ‘차세대 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답해왔다. 생산하고 운송하고 에너지를 만들고 사람을 치료하는 기계와 기술에 투자해왔다. 이런 투자는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넥스트 리스트는 바로 그 해답의 하나다”라고 했다.

넥스트 리스트에 선정된 6가지 기술은 △전천후 에너지 △마인드 매핑 △생각하는 공장 △극한 작업용 기계 △수퍼 소재 △산업용 인터넷이다.

전전후 에너지는 어떤 극한 조건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는 에너지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마인드 매핑은 뇌의 언어와 구조를 이해해 새로운 브레인 맵을 그려내고, 뇌 관련 질병과 장애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데이터·분석·클라우드·3D프린팅 기술의 조합으로 스스로 진화하는 공장, 유기적인 생산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생각하는 공장이다.

극한 작업용 기계는 우주·심해·고산 등 가혹한 외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계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수퍼 소재는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벼우면서도 최고 수준의 내구성과 내열성을 갖춘 소재다.

또 GE는 산업용 인터넷 기술로 더 스마트하고 더 신속하게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기계끼리, 인간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기계들은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하게 도와줄 수 있다.

손덕호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