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경제지 ‘포천’은 매년 전 세계 237개 기업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하는데, GE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연속 1위에 오른 것을 포함해 총 일곱 번이나 최고의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파이낸셜타임스도 GE를 7년간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했다. GE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처음 발표되면서 이름을 올린 12개 우량 기업 중 오늘날까지 생존한 유일한 기업이다.

빌 조지(Bill George)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GE는 미국 기업의 위대한 성취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GE가 다음 세기에도 미국의 산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존 플래너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존경받는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 외에도 사회에 공헌하는 목표와 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GE가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단기 수익에만 집착한다면, 수많은 기업을 사고파는 거대한 지주회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교수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지난 7월 GE의 수장이 교체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멜트 전 CEO는 지난 실적 발표에서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알렸다. 오랜 주가 하락과 실적 감소를 참지 못한 주주들 때문에 CEO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GE의 시가총액이 이멜트의 재임 동안 17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올해만 봐도 GE의 주가가 20% 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지수는 10% 가까이 상승했다. GE 이사회는 변화를 꾀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고, 단기간 성과와 즉각적인 현금 유입을 위해 플래너리를 선택했다.”

이멜트의 전략이 잘못된 건가.
“그렇지는 않다. 이멜트의 전략과 방향성은 옳다. 다만 16년의 기간 동안 뚜렷한 결과가 보이지 않자, 참을성 없는 투자자들이 회의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앞으로 GE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GE는 역사적으로 CEO의 결단과 전략에 의해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레지날드 존스, 잭 웰치, 제프리 이멜트까지 각 CEO의 임기 동안 GE의 목표와 문화가 달라졌다. 플래너리는 지금 당장은 GE 투자자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고 실적을 향상시켜야 하는 부담이 클 것이다. 실제로 플래너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비용·마진·현금에 집중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물론 기업의 이익 증대에 집중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GE 투자자에게 즐거운 뉴스다. 하지만 존경받는 기업이 재무적 성과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 존경받는 기업인가.
“재무 안정성 외에도 혁신성, 인재 관리, 글로벌화, 장기 투자 가치, 사회 공헌 등 많은 요인이 있다. 플래너리는 반드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업의 목표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GE가 그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된 것은 금융 공학 혹은 마진 분석을 잘해서가 아니다. 돈을 버는것 외에 기업의 목표가 없다면 GE는 수많은 기업을 사고파는 거대한 지주사에 그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다.”

어떤 기업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가.
“펩시콜라, 엑손모빌, 골드만삭스 등이다. 돈을 버는 것 외에도 소비자, 투자자, 사회에 주는 가치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펩시콜라의 인드라 누이 CEO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시적 상품 판매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목적을 가진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료만 파는 기업이 아니라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2010년 마케팅 비용의 3분의 1을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했다.”


레지날드 존스 7대 GE 회장. <사진 : 블룸버그>

GE는 미국 산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GE는 수십 년간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을 통해 미국 산업의 표준을 설정해왔다. GE의 혁신, 전략은 곧 미국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GE의 수장이 누구인지, 어떤 리더십을 가졌는지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잭 웰치가 1981년 CEO가 됐을 때 그는 전임자인 레지날드 존스의 업적을 즉시 철회했다. GE가 각 사업 분야에서 우위를 선점해야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가차 없이 매각했다. 그는 많은 직원을 해고해 조직을 간소화하면서 20세기에 가장 성공적인 대기업을 만들었다. 가전기기부터 제트기 엔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실적 좋은 사업을 경영했다. 웰치는 단기간 성과에 확실한 관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GE 조직에 관리와 리더십 능력을 구축하는 식스시그마(Six Sigma)와 세션C(직원 개개인의 성과와 가치관을 기반으로 경영자, 간부, 직원에 대한 경영 성과 및 가치를 평가하는 체계) 같은 현대적 경영 기법을 구축했다. 웰치의 임기 당시 GE는 수많은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기도 했다. 데이브 코트 하니웰인터내셔널 CEO, 제임스 맥너니 전 보잉 CEO, 오마르 아이쉬락 메드트로닉 CEO 등이 모두 GE를 거쳤다.”

하지만 웰치의 임기 중에 금융업 비중이 너무 커졌다는 비판이 있다.
“그렇다. 웰치의 임기 막판에 GE캐피털은 GE 수익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증권 분석가들은 GE의 수익 증가에 환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GE를 ‘은행’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웰치의 후계자 이멜트는 금융 부문에 대한 GE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이멜트가 금융업 대부분을 매각한 것인가.
“이멜트가 부임하자마자 웰치의 유산을 모조리 없애버렸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이멜트는 웰치의 방식을 존중했으며 그의 업적을 철회하지 않으려 했다. 이멜트가 본인의 방향은 웰치가 일궈낸 GE의 연장선상이라고 언급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멜트가 금융업의 비중을 줄이지 않고 망설이는 사이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로 인해 GE는 자금 유동성의 위기에 빠졌다. 이멜트는 조지 부지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세계적 기업인 GE에 대한 구제를 요청했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390억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GE를 금융회사인 AIG, 메릴린치, 시티그룹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이는 GE가 의도한 바가 절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멜트는 천천히 ‘웰치가 지은 집’을 해체했다. GE캐피털을 대부분 매각하고, 미디어그룹 NBC 투자를 철회했다. 전자기기, 플라스틱, 전구 같은 사업도 분리했다. 최근 이멜트는 GE의 전문성에 집중하며 에너지 시스템, 제트 엔진, 헬스케어 등 GE를 대규모 시스템 기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사업이 어려워졌고, GE의 최근 실적은 부진하다.”

앞으로 GE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GE가 다음 세기에도 미국의 산업을 이끌기 위해서 플래너리는 GE의 국제적 역량을 활용한 전방위적인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플래너리는 혁신과 경영을 통해 GE 각 사업부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분석해 GE의 주력 사업을 결정해야 한다. 이멜트가 추구하던 성장 사업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을 분해해서 단기 투자자에게 현금 수익을 주는 전형적인 지주사가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이 GE가 앞으로 100년 동안 미국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 빌 조지(Bill George)
조지아공대 졸업, 하버드 MBA, 메드트로닉 CEO,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 하니웰 임원, 골드만삭스 이사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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