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시그마(Six Sigma)는 1990년대 당시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던 잭 웰치가 총 2억달러(2260억원) 이상을 투자해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 산업계에 크게 확산됐던 품질혁신 기법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해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요즘 산업 흐름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 전도사’ 게리 해멀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식스시그마는 20세기 모델”이라며 “21세기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혁신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비르 초두리(Subir Chowdhury) ASI(American Supplier Institute)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이상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식스시그마의 힘(The Power of Six Sigma)’의 저자인 그는 “산업 환경이 아무리 달라져도 실수를 줄이고 결점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영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아무리 혁신에 성공하더라도 제품 혹은 서비스의 품질 관리에 소홀하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초두리 회장은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는 ‘싱커스(Thinkers) 50’에 세 차례(2011·2013·2015년)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뉴욕타임스는 그에 대해 ‘최고의 품질 전문가’라며 극찬했다. 초두리 회장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식스시그마를 철 지난 경영학 이론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식스시그마를 구시대적 유물로 비판하는 목소리는 과거부터 있었다. 2006년 경제지 ‘포천’은 ‘잭 웰치의 경영교본을 찢어버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무려 10쪽에 걸쳐 다룬 적이 있다. 당시 ‘포천’은 ‘잭 웰치가 구축한 30년 가까이 된 경영 지침서만으로 새로운 경영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날마다 새로운 혁신 기술이 등장하면서 경영 환경은 더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모두가 ‘혁신’ ‘신기술 개발’을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것, 바로 품질을 지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수비르 초두리 회장의 저서 ‘식스시그마의 힘’ <사진 : 아마존>
잭 웰치는 식스시그마를 어떻게 활용했나.
“현재 전 세계 경영자들이 경영 교과서로 알고 있는 잭 웰치 방식은 30년 전 아날로그 시대에 경영자 혼자 생각해낸 것들이다. 웰치는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세계 1, 2위가 되자, 그러지 못한 사업은 매각하거나 정리하자’라는 생각으로 식스시그마를 도입했다. 그는 모토롤라에서 벤치마킹한 식스시그마 기법을 제품의 생산라인은 물론 인사·관리·총무·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적용했다. GE는 식스시그마 도입에 총 2억달러를 투자했는데, 도입 3년 뒤인 1998년에만 약 10억달러, 1999년에는 20억달러가량의 비용을 절감했다. 웰치는 2005년 출간한 저서 ‘위대한 승리’에서 ‘식스시그마는 지난 25년 동안 가장 위대한 경영 혁신 운동이자 기업의 경쟁력을 증대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식스시그마를 도입한 후 무엇이 달라졌나.
“식스시그마란 생산품을 100만 개로 잡았을 때 3.4개에서 불량이 나오는 수준으로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식스시그마가 유행하기 전까지 기업체들의 불량률 목표는 주로 ppm 단위였다. 보통 100ppm이란 목표가 많이 채택됐는데 이는 100만 개 중 100개 이내로 불량률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식스시그마는 이보다 월등히 낮은 불량률을 요구한다. 따라서 식스시그마를 위해서는 제조뿐만 아니라 영업·관리·서비스·구매·지원 등 기업활동 전 분야에서 의식 및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웰치는 이런 측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 관리자를 포함한 전 직원에게 식스시그마 목표를 설명하고 의식 개혁 운동을 벌였다. 또 식스시그마 활동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그린벨트, 블랙벨트, 마스터 블랙벨트 등의 단계를 만들어 전파했다. 즉 제조업의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출발한 식스시그마가 경영 전반의 숨은 해결책이 된 것이다.”

GE는 1980년대 초 삼성과 삼성의료기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이때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이 미국에 가서 잭 웰치 당시 회장을 만난 적이 있고, 잭 웰치 회장도 한국에 와서 삼성을 방문한 바 있다. GE에 호감을 갖고 있던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 초에 신(新)경영을 선포하면서 GE의 혁신 방법을 모델로 삼았다. 삼성 임원들은 GE의 혁신 방법을 학습했다. 1995년에 삼성SDI에서 GE가 시행했던 식스시그마를 실행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상무일 때 한 달 동안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연수받도록 했다. 이후에 GE의 혁신모델은 삼성에서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졌다.

과거 한국에서 GE의 경영 기법을 배우려는 시도가 많았는데, 최근엔 첨단 기술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많은 돈을 투자해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앞으로 성과가 나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적은 비용으로 이룰 수 있는 ‘작은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결점을 개선해 전체적 품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식스시그마는 작은 혁신을 위해 매우 유용한 도구다.”

식스시그마는 제조업에만 적용되지 않나.
“서비스업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리버뷰 병원은 고객 만족도를 개선하는 데 식스시그마를 활용했다. 과거에는 대다수 병원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을 단체로 교육하거나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리버뷰 병원이 고객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퇴원 안내와 관련한 만족도가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버뷰 병원은 퇴원한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안내서의 어려운 용어를 쉽게 고치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집중 관리했다. 그 결과 목표한 것 이상으로 고객 만족도가 올라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적용되는 식스시그마가 동일한가.
“차이는 있다. 제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식스시그마 비율을 100%로 잡으면 서비스업은 25% 정도다. 서비스업은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이드라인이 아무리 좋아도 직원이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결국 서비스 품질이 좋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인재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긴가.
“그렇다.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직원들을 여러 부서에 근무시키고, 다양한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교육을 하는 것이다. 개인마다 특성이 다르고 역량이 제각각인데 이 방법이 과연 효율적일까. 세계적 금융 기업 에드워드 존스는 고객이 늘면서 전화 상담 서비스의 품질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직원의 특성을 고려해 업무를 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고객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에드워드 존스는 직원 훈련 단계부터 직원의 특기를 집중적으로 키워주는 방향으로 전략을 짰다. 그 결과, 개별 직원이 처리하는 전화 상담 수는 10% 늘었고 고객과 통화 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었다. 인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즉 식스시그마는 말단 직원으로부터 비롯되는 ‘작은 혁신’을 의미한다.”


▒ 수비르 초두리(Subir Chowdhury)
인도공대 졸업, 미국 미시간대 석사, GM 품질 컨설턴트, 아메리칸소사이어티협회 자동차 품질부문 회장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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