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이동통신 매장. <사진 : 블룸버그>

소프트뱅크그룹의 사업은 일본 국내 통신, 스프린트(미국 통신), 야후재팬(인터넷·전자상거래), 유통, ARM(반도체 설계) 등 5가지 분야로 구성된다. 이 중 국내(일본)와 미국 통신 사업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5.1%에 달한다. 소프트뱅크를 ‘통신 제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소프트뱅크는 정체된 일본 통신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미국 4위 이동통신 회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했다. 일본·미국 통신 시장을 공략해 차세대 통신인 5G(세대) 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5G는 2기가바이트(㎇)짜리 영화 한 편을 0.8초 안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의 무선 통신 기술을 말한다.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에서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는 핵심으로 꼽힌다.


속도 경쟁하는 일본 이동통신 시장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NTT도코모, KDDI에 이은 3위 이동통신 사업자다. 소프트뱅크는 후발주자지만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을 일본에서 가장 먼저 독점 공급해 파란을 일으켰다. 아이폰이 일본에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는 5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공세로 NTT도코모의 50% 벽이 무너지고 소프트뱅크의 일본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25%까지 올라갔다. KDDI(2011년)와 NTT도코모(2013년)도 소프트뱅크와 아이폰 경쟁에 나서면서 아이폰은 외국산 IT 제품에 인색한 일본 시장에서 ‘1등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했다.

소프트뱅크는 통신 요금·마케팅 전략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2008년에는 아이폰 도입과 함께 3G 무제한 데이터정액제를 출시했고, 2011년에는 아이폰 4S 도입과 함께 기존 아이폰 사용자에게 무상 기기변경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일본 통신 시장이 최근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소프트뱅크 역시 이동통신 가입자수 증가와 실적 개선이 둔화된 모습이다. 소프트뱅크의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는 올 6월 말 기준으로 3244만8000명으로 지난해 6월 말(3214만9000명)과 비교해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7 회계연도 1분기(4~6월) 매출도 7556억엔으로 2016 회계연도 1분기(7617억엔)보다 0.8% 감소했다. 이동통신 사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도 2017 회계연도 1분기에 4380엔으로 2016 회계연도 1분기(4610엔)보다 약 5% 낮아졌다.

결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소프트뱅크가 ARPU를 높일 방법은 차세대 통신인 5G의 조기 상용화다. 일반적으로 통신 사업자는 네트워크(망) 설비투자를 한 다음, 그 명목으로 비싼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 이익률을 높인다.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NTT도코모와 KDDI는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5G 서비스를 선보이고, 2023년부터는 일본 내 전국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G 서비스를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표준)가 올 연말까지 확정될 것”이라며 “5G는 현재 상용화된 4G(LTE)보다 100배 빠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초고속 통신이 제공되면 대용량 데이터가 자유자재로 송수신될 수 있어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의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손정의 사장은 2013년 미국 4위 이동통신 회사인 스프린트를 2조엔(약 20조원)을 주고 인수했다.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 통신 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5G(세대) 통신 테스트 장비. <사진 : 소프트뱅크>

미국서 스프린트·T모바일 합병 추진

하지만 스프린트는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가 5970만명 수준으로 미국 이동통신 시장 1위 버라이즌(1억4600만명), 2위 AT&T(1억3420만명)와 비교해 열세다. 소프트뱅크는 가입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 스프린트 인수 이후 3위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인 T모바일(7230만명)과의 합병을 추진해왔다.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가입자 규모가 비슷해야 브랜드 인지도나 마케팅 측면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내 5G 상용화 시기가 2019년으로 예정돼 있어 5G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1·2위와 격차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4년 T모바일 인수를 추진했다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들어서도 T모바일의 대주주인 도이치텔레콤과 ‘스프린트-T모바일’ 합병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손정의 사장이 미국에 500억달러(56조원) 투자와 5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조건만 맞는다면 소프트뱅크와 도이치텔레콤의 합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plus point


원웹의 인공위성 모형도. <사진 : 원웹 홈페이지>

美 위성통신 회사 ‘원웹’에 1조1200억원 투자

‘통신 제국’ 소프트뱅크의 사업 영역은 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말 미국 위성통신 스타트업 원웹(OneWeb)에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투자했다. 원웹은 저궤도 소위성을 640개 이상 쏘아 올려 전 세계를 잇는 초고속 통신망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통신망이 구축되면 천재지변 등의 영향으로 지상 내 통신망에 문제가 생겨도 위성을 통한 통신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통신망 사정이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 이용자들도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외신들은 소프트뱅크의 원웹 투자가 지난해 말 손정의 사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500억달러(56조원) 투자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원웹은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을 위성통신 생산 시설 건설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통신 생산 시설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들어설 예정이다. 원웹은 오는 2025년까지 약 1억명의 서비스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와 원웹은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와 위성통신 기술 회사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설성인 조선비즈 위비경영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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