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경영자를 꼽으라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그리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300년 뒤까지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는 경영자는 손 사장뿐입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 부학장은 손 사장에 대해 ‘미래를 가장 멀리, 정확히 내다보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인수·합병(M&A) 중심의 성장 전략을 깎아내리는 의견에 대해서는 “소프트뱅크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M&A는 손 사장의 미래 구상에 맞춰 빈칸을 채워가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사업체 간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치밀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부학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모토롤라와 비자 인터내셔널의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현재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의 EMBA(Executive MBA)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박 부학장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에도 소프트뱅크가 급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해외 시장에 중심을 두고 움직였기 때문에 내수 변동 영향을 적게 받았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주요 기업들을 보면, 중국 1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등으로 일본 내수 시장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내수 사업도 모바일 등 성장 산업 중심이어서 타격이 크지 않았다.”

M&A 중심 성장 전략을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있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M&A는 성장 전략의 ‘백미(白眉)’다.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지만, 성장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소프트뱅크의 성장 전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투자 성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
“가장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받는 알리바바의 경우는 물론이고 투자 결정을 두고 말이 많았던 야후 재팬과 스프린트의 경우에도 투자 이후 수익이 크게 늘었다. 1996년 6800만달러(약 757억원)를 들여 설립한 야후 재팬은 지난 21년간 수익이 80% 넘게 늘었고, 2012년 30억달러를 투자한 스프린트의 수익도 5년간 50% 가까이 증가했다.”

손 사장의 투자 원칙은.
“경쟁자보다 멀리 내다보고 앞서 투자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무(無)에서 시작하지 않는다(not from scratch)’는 것도 핵심 투자 원칙이다. M&A가 소프트뱅크의 핵심 성장 전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투자 기업 간 시너지 창출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말 위성통신 스타트업인 원웹(OneWeb)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지난 5월에는 혈액검사와 인공지능(AI) 데이터로 암을 진단하는 가든트헬스(Guardant Health)에, 6월에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OSI소프트에 각각 투자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기술 스타트업인 ‘나우토(Nauto)’에도 투자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 기업은 데이터를 취합(나우토)해 분석(가든트헬스)하고 통합(OSI소프트)하며 인프라를 구축(원웹)한다는 점에서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AI 전문 기업인 브레인코프(Brain Corp), 여기에 쓰이는 핵심 칩을 만드는 ARM도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상현실(VR) 전문 기업 임프로버블도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과거 구글이 인수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구글은 자율주행과 제조업의 관점에서 인수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지금도 당장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을 살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여기에 브레인코프의 AI 솔루션을 탑재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해 공개한 ‘스팟 미니’ 로봇. <사진 : 보스턴 다이내믹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네 발 달린 로봇 ‘빅독(BigDog)’을 개발한 업체다. 빅독은 동물처럼 네 발로 보행할 수 있고,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 이 회사는 2013년 구글에 인수됐다가 지난 7월 소프트뱅크가 다시 인수했다.

지난 여름에는 ‘수직 농업(vertical farming)’스타트업 ‘플렌티’ 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별도의 농경지 없이 실내 벽면에서 작물을 대량으로 속성 재배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첨단 스타트업이다.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 물 사용량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면적 대비 생산성은 기존 농장의 350배나 된다. 여기서도 작물 재배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취합하게 된다. 언젠가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산업용 로봇을 작물 재배에 이용하게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성장에서 우리 기업이 배울 점은.
“M&A를 통한 창조다. 요즘 같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M&A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M&A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매출과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손 사장의 ‘300년 존속 기업’ 계획에 대한 평가는.
“먼 미래를 목표로 한다는 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열정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혁신’을 논할 때 보통의 기업은 점진적인 혁신을 80~90%, 급진적 혁신을 10~20% 정도의 비율로 생각한다. 그런데 손 사장의 경우는 급진적 혁신을 20~30%, 새로운 창조를 70~80%의 비율로 잡는다. 사실 지금까지 경영학의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이 점에서 소프트뱅크는 전형적인 관리형 정보기술(IT) 기업인 소니와 도시바 등 다른 일본의 거대 기술 기업과 확연히 구분된다.”

소프트뱅크의 약점은 뭘까.
“지금까지의 성과로 보면 알리바바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손 사장이 닷컴 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털고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알리바바 투자의 결실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현재 집중 투자하고 있는 AI와 로봇 관련 기술 분야의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하지만 이들 영역의 미래 성장 전망이 밝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 미국 뉴욕대(NYU) 경영학 박사, 마이애미대 교수, 모토롤라 전략 자문위원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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