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하고, 올해는 930억달러(약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했다. 비전펀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업인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40억달러(약 4조4800억원)를 투자했다. 이렇게 소프트뱅크가 거액의 투자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수석 연구원은 “사업의 방향성과 이해 관계를 공유하는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기업 연합의 중심엔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엔비디아, 영국 ARM이 있다”고 해석했다. 또 세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업 연합은 구글과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에 대항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정의의 투자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소프트뱅크가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들, 대표적으로 중국의 알리바바나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업체 수퍼셀(2013년 인수해 2016년 텐센트에 매각) 등을 보면 성공적이었다. 투자한 기업에서 거둔 내부수익률(IRR)이 정말 높다. 또 외환 트레이더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일본 엔화에 유리한 환율이 조성되었을 시기에 인수한다. 환율만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 가능성이 아주 높다. 소프트뱅크는 기업에 재무적인 투자(FI)를 하기보다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측면이 강하다. 투자를 통해 기존에 강점이 있는 기술 영역,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밀어붙인다. 예를 들면 ‘에지 컴퓨팅’ 기술을 밀기 위해 엔비디아와 ARM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

소프트뱅크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일종의 ‘독점적 시장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기업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다. 이 기업들은 데이터를 독점하고 세계 곳곳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해 컴퓨팅 능력을 독점하고 있다. 고도화된 데이터 센터에서 인공지능(AI)을 구현해 네트워크를 통해 기기(디바이스)에 명령을 내리는 구조다. 이세돌과 싸운 알파고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알파고가 서울에서 이세돌과 바둑을 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외국에 있는 데이터 센터에서 모든 계산을 끝내고 서울로 명령을 보낸 것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도 자동차의 모든 움직임을 데이터 센터에서 통제하고 네트워크로 지시를 내린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렇다.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기업 연합은 이런 인터넷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센터가 아닌 우리가 갖고 있는 기기가 개별적으로 AI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선도하는 기업이 엔비디아와 ARM이다. 인터넷 기업이 추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반도체 기업의 에지 컴퓨팅 진영 사이에 싸움이 시작됐다. 반도체 기업 진영의 수장이 손정의 사장, 엔비디아의 젠슨 황 사장이다. 인터넷 기업이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 ‘빅브라더’라고까지 불린다. 소프트뱅크는 여기에 대항하는 반(反)독점의 성격이 있다.”

에지 컴퓨팅이 중요한 이유는.
“인터넷 기업의 방식으로는 이 세상의 IT 기기, 가전제품, 컴퓨터, 자동차 등 모든 하드웨어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인터넷 기업은 플랫폼을 확산해 여기서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매출이 나온다. 그러려면 자기들의 플랫폼이 세상에 받아들여져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이 기기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지금까지 약 15년간 구글이나 아마존이 해 온 게 이런 방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시장을 놓고 구글과 완성차 업체의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런데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가 새로운 AI 기술 대안을 던지니까 기존 하드웨어 업체가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품 가격을 방어하고 기업 가치 하락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는 좋지 않은 듯한데.
“기기 가격이 하락하고 구글이나 아마존의 데이터 센터에서 AI 컴퓨팅을 제공하는 게 이상적인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기업 연합이 탄생한 것은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의 방식에 한계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완성차 업체가 구글이나 MS의 솔루션을 이용해 2020년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려면, 그때까지 5G 네트워크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자동차와 데이터센터가 통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로벌 통신 사업자의 5G 계획에 따르면 그때까지 자율주행차가 돌아다닐 만한 네트워크망을 갖추지 못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물인터넷(IoT) 영역에서 충분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깔려 있지 않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문제다. 그런데 에지 컴퓨팅을 이용하면 네트워크로 인한 제약이 적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이 방식을 더 선호한다.”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기업 연합에 중국·대만·인도 기업은 있지만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연합이 한국에 미칠 악영향은 특별히 없다. 에지 컴퓨팅이나 클라우드 컴퓨팅에 필요한 핵심적인 반도체를 삼성전자가 공급한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있는지 둘러보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소프트뱅크가 인도 투자에서 중국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소프트뱅크는 인도에서 에너지 사업(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소프트뱅크가 앞으로 폭스콘을 매개로 인도에서 테슬라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테슬라의 부족한 자금을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서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인도에서 테슬라가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인도에 일정 규모의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춰야 한다. 시설투자 자금이 부족한 문제는 폭스콘을 활용하면 풀 수 있다. 폭스콘은 생산 시설을 중국에선 더 늘리지 않는 대신 인도에서 증설하고 있다. 또 예전부터 테슬라의 전기차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생산하고 싶어했다. 이미 테슬라의 전장부품은 상당 부분 폭스콘이 제공한다.”


▒ 정희석
연세대 경제학과, 한국투자증권 글로벌 기업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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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기기와 가까운 네트워크의 ‘가장자리(edge)’에서 컴퓨팅(수학적 계산을 수행)을 지원하는 것. 클라우드 컴퓨팅은 물리적으로 떨어진 데이터 센터에서 중앙 집중형으로 데이터를 관리하지만, 에지 컴퓨팅은 각각의 기기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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