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HP를 창업한 차고. ②인텔 창업과 성장을 이끈 앤디 그루브,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왼쪽부터). ③1995년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구글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래리 페이지(왼쪽)와 세르게이 브린. <사진 : 블룸버그>

실리콘밸리는 미국 첨단산업, 특히 정보기술(IT) 산업과 벤처기업의 대명사이자 요람이다. 1939년 휴렛팩커드(HP)가 이곳에서 창업한 이래 수많은 기업이 세워졌고, 이들 대부분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 | HP

HP의 공동 창업자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처음 만난 곳은 스탠퍼드대였다. 휴렛과 팩커드는 1937년 팰로앨토의 한 주택에 딸린 조그만 차고에 작업장을 차렸다. 회사 이름은 ‘엔지니어링 서비스 컴퍼니’였고, 자본금은 538달러가 전부였다. 사업 첫해 5369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자신감을 얻은 두 사람은 1939년 1월 1일 공식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HP라는 사명은 동전 던지기에서 이긴 휴렛의 이름이 앞에 온 결과다.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한 HP는 이제 세계 1위 PC 업체로 성장했다. 차고 창업은 이후 애플, 구글로 이어졌다.


2 | 인텔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은 실리콘을 원료로하는 반도체 산업을 선도한 인텔이 등장하면서부터다. 1956년 스탠퍼드대 교수였던 윌리엄 쇼클리가 설립한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가 인텔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계기가 됐다. 1957년 연구소를 그만둔 8명의 직원들은 투자자를 찾아 나섰고, 미국 동부 지역에 본사를 둔 페어차일드그룹으로부터 150만달러를 투자받아 페어차일드반도체를 창업했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페어차일드반도체의 주요 자리들이 본사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이에 불만을 품은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가 사표를 던지고 창업한 회사가 바로 인텔이다. 1968년 창업한 인텔에 첫 번째로 스카우트된 사람이 바로 앤디 그루브였다.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 앤디 그루브는 완벽한 삼두체제를 이루며 인텔의 성장을 견인했다.


3 | 애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도 그 시작은 초라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고교 시절 HP에서 방과 후 수업을 들었다. 여기서 훗날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게 된다. 1976년 잡스는 부모님의 차고에서 워즈니악과 애플컴퓨터를 창업했다. 워즈니악이 개발한 애플1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었고, 애플2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1984년 내놓은 매킨토시 컴퓨터의 판매가 부진한 데다 경영권 분쟁까지 일어나, 1985년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며 데스크톱 회사가 아닌 모바일 회사로 변신했다. 아이팟의 성공에 힘입은 애플은 2007년 1월 새로운 방식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뒤흔들었다.



세계 2위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을 설립한 래리 엘리슨. <사진 : 블룸버그>

4 | 오라클

세계 2위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오라클은 실리콘밸리 초기 개척자 중 하나다. 일리노이대·시카고대를 중퇴한 래리 엘리슨은 웰스파고은행 등 여러 회사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래리 엘리슨이 SW에 새롭게 눈을 뜬 것은 암펙스(AMPEX)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였다. 래리 엘리슨은 1977년 동료 2명과 함께 2000달러를 투자해 데이터베이스 업체를 창업했다. 창업 당시 회사 이름은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실’이었다. 1979년 사명을 릴레이셔널 소프트웨어로, 1982년 오라클로 바꿨다.


5 | 넷플릭스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넷플릭스는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가 함께 설립했다. 넷플릭스는 초기엔 비디오와 DVD 대여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월 사용료를 받고 우편 택배로 비디오나 DVD를 무제한으로 대여해주는 방식이었다. 2007년부터는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이 서비스에도 정액제를 적용했다. 2013년부터는 자체 제작한 영상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6 | 구글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995년 스탠퍼드대학원에서 만났다. 스탠퍼드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이 조를 짜 고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했다. 원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다른 팀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이디어에 흥미를 가지고 의기투합했다. 초기에는 래리 페이지가 검색엔진을 개발하면서 난관에 봉착하면 세르게이 브린이 같이 해결했다. 1996년에 스탠퍼드대의 네트워크를 통해 검색엔진을 제공했고, 외부에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비스 이름을 구글로 정한 이들은 유명 포털 사이트에 이를 팔 생각이었다. 하지만 구글 서비스의 판매가 무산되면서 직접 회사를 창업했다. 구글의 첫 번째 사무실은 어느 주택의 차고였다.


7 |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솔루션에 특화된 업체다. 인텔이 PC의 머리에 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든다면 엔비디아는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만든다. 엔비디아는 1993년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이 스탠퍼드대학원 재학 시절 커티스 프리엠, 크리스 말라초스키와 공동으로 창업했다. 반도체 업체 AMD 등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자로 일했던 그는 회사 설립 초기엔 인텔처럼 CPU를 설계했다. 하지만 인텔을 넘어설 수 없다는 판단에 틈새시장인 GPU 시장 개척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2015년 이후 급성장했다. GPU가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차에 쓰이기 시작한 덕분이다.


8 | 에어비앤비

브라이언 체스키는 가정용품 회사 메소드 입사를 위한 면접을 보러 방문한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에 푹 빠졌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던 조 게비아는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는 바람에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체스키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사람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함께 다녔던 친구였다. 하지만 체스키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 게비아는 그 아파트에 살지 못할 것 같다고 걱정을 늘어놓았다. 집주인이 집세를 또 올렸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집세를 어떻게 충당할지 의논하면서 에어비앤비 탄생을 예고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아파트 빈 공간과 침대를 빌려주고 비용을 받는 게 어떨까?” 이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합류했다. 에어비앤비의 숙소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고, 지금까지 1억8000만 명 이상이 이용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사진 : 블룸버그>

9 | 테슬라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일론 머스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물리학, 경제학을 공부한 후 물리학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스탠퍼드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터넷과 재생 에너지, 우주 분야에서 창업한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틀 만에 자퇴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창업과 매각, 페이팔 투자를 통해 억만장자가 된 일론 머스크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2001년)를 설립하고, 테슬라(2003년) 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테슬라는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패닝이 공동 창업했으며, 초기에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에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두 창업자가 회사를 떠난 뒤 머스크가 사장에 취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0 | 우버

2009년 설립된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의 기업가치는 600억달러(약 67조원)에 달한다. 캐나다 출신 벤처사업가 가레트 캠프와 함께 우버를 창업한 트래비스 칼라닉은 같은 이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출시했다. 창업 당시 사명은 우버캡이었다. 하지만 캡(택시)이라는 단어가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이를 제외했다. 우버가 공식 서비스에 들어간 것은 201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이 서비스는 삽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 100개 도시에서 영업에 들어갔다. 앱 하나로 우버 택시를 검색하는 것은 물론 요금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plus point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韓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비트파인더의 사무실. <사진 : 비트파인더>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스타트업의 요람이다. 이 중에는 한국인이 설립한 스타트업도 여럿이다. 또 한국에서 창업해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겨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 스타트업도 많다.

공기 상태 측정 제품인 ‘어웨어’를 만드는 비트파인더는 보잉·삼성전자·시스코를 거친 노범준 대표와 듀폰 엔지니어 출신인 케빈 조 CTO(최고기술책임자)가 2013년 말 창업했다.

어웨어는 직사각형 모양의 기기로 온도·습도·미세먼지·이산화탄소 등을 측정해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주고,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기업용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한 센드버드도 한국 스타트업이다. 센드버드를 이끄는 김동신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거쳐 2007년 창업한 소셜 게임 업체를 일본 게임사에 매각한 후 실리콘밸리에서 센드버그를 창업했다.

2012년 국내에서 설립된 미미박스는 2014년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겼다. 미미박스는 매월 1만~2만원만 결제하면 7만~8만원 상당의 다양한 화장품을 박스에 담아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어비앤비 등을 키운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미미박스는 미국으로 옮긴 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보안 업체인 에스이웍스도 국내에서 창업해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경우다. 홍민표 대표는 2012년 에스이웍스를 설립하고, 이듬해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겼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 기회가 많다고 봤기 때문이다. 에스이웍스는 올 1분기 시장조사 업체 사이버시큐리티 벤처스가 발표한 ‘세계 500대 보안 기업’중 363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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