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는 매출 기준 국내 1위 게임회사인 넥슨 사옥(사진 왼쪽)과 3위인 엔씨소프트 사옥이 있다.

최근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다. 3인칭슈팅(TPS) 게임에 서바이벌 방식을 접목한 배틀그라운드는 올해 3월 출시된 이후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판매량만 2000만카피(개)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고, 전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서 판매량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동시접속자 수는 200만명이 넘는다. 이미 국내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블리자드가 만든 ‘오버워치’를 제쳤고, 국내 정식 출시가 이뤄지면 부동의 1위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배틀그라운드 등 세계적 게임 탄생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배틀그라운드가 태어난 곳이 바로 판교다. 배틀그라운드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해 있는 블루홀이 만든 게임이다. 블루홀은 네오위즈와 세이클럽, 첫눈 등으로 유명한 장병규 의장이 2007년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265억원 정도였는데, 올해 매출액은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의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낮에는 개발하고, 밤에는 해외에 있는 다른 개발자들과 회의를 하는 강행군을 했다”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카카오게임즈도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다. 블루홀은 개발에만 집중하는 전형적인 게임 개발사다. 게임 유통과 고객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많지 않다. 더욱이 배틀그라운드처럼 수백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게임은 전문적인 지원 조직이 필수다. 이 때문에 카카오게임즈와 블루홀이 손을 잡은 것이다. 내년에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도 배틀그라운드라는 대작 게임의 국내 퍼블리싱을 도맡으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판교에 위치한 두 게임회사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판교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게임회사들이 서울 강남·구로·상암에 흩어져 있어서 지리적으로 협업이 쉽지 않았다”며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블루홀과 카카오게임즈가 손을 잡은 것처럼 판교에 자리한 게임회사들 간의 합종연횡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홀이 입주해 있는 건물은 판교의 엠텍IT타워다. 이 건물은 또 다른 게임회사인 스마일게이트가 사옥으로 쓰고 있기도 하다. 스마일게이트는 1인칭슈팅(FPS) 게임인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에서 성공 신화를 쓴 게임회사다.

게임업계의 떠오르는 샛별들만 판교테크노밸리에 모여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게임 산업을 이끌고 가는 대표기업 대부분이 판교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게임업계 매출액 상위 10개 회사 중 7개 회사가 판교에 본사가 있다.


대형 게임회사가 스타트업 지원

국내 게임회사 중 올해 상반기 매출액 1위는 넥슨으로 1조2348억원을 기록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히트 등이 골고루 인기를 얻으며 1위 자리를 지켰다. 3위를 기록한 엔씨소프트와 4위를 기록한 NHN엔터테인먼트도 판교에 본사가 있다. 이달 초에 카카오 게임 부문과 통합 출범한 카카오게임즈의 본사도 판교에 있다. 카카오 게임 부문은 올해 상반기 15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통합 법인 출범을 통해 일일실사용자(DAU) 3000만명을 돌파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 밖에 웹젠, 위메이드 본사도 판교테크노밸리에 있고, 조이시티 본사도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멀지 않은 분당에 위치해 있다. 10대 게임회사 중 판교에 없는 것은 넷마블(구로), 컴투스(구로), 게임빌(서초)뿐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회사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할 여지가 많고, 개발자 같은 전문 인력을 충원하기도 쉽다고 말한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중소 규모의 게임회사만 해도 150여개가 입주해 있다. 대형 게임회사와 중소 게임회사 간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가깝다 보니 중소·중견 게임회사들의 발전을 위해 서로 돕거나 정보를 교류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넥슨처럼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직접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넥슨은 판교에 넥슨앤파트너즈센터(NPC)를 세우고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NPC에 입주한 게임 스타트업은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전액 지원받고 법률·재무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수십 개의 스타트업이 NPC를 거쳤다. 실제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에는 넥슨이 직접 투자도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와 모바일게임센터도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중소 게임회사에 사무공간과 게임개발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지원한다.


Plus Point

‘성남 게임월드 페스티벌’ 개최


2017 성남 게임월드 페스티벌에서 이재명(오른쪽 세번째) 성남시장이 게임 캐릭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성남산업진흥재단>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G-Star)’ 가 이달 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2009년 이후 매년 부산에서 열리고 있지만, 올해 지스타는 성남에서 열릴 수도 있었다. 판교테크노밸리를 품고 있는 경기 성남시가 지스타 개최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게임회사가 180여곳에 달하고 게임산업 종사자도 1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내세워 지스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넥슨·엔씨소프트·NHN엔터테인먼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게임회사들이 판교에 있다는 점도 성남시에 유리한 부분이었다. 또 지스타에 참여하는 게임회사의 98%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도 지스타 개최지 이전에 긍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반면 부산시는 벡스코라는 대규모 전시 공간이 있지만, 게임산업이나 게임 인프라는 성남시보다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성남시가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면 지스타 개최지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성남시가 막판에 유치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결국 지스타 개최지는 부산 벡스코로 확정됐다. 대규모 게임쇼를 열 만한 전시 공간이 판교에 없는 것이 문제였다.

대신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 일대에서 ‘성남 게임월드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2017 성남 게임월드 페스티벌’은 9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판교테크노밸리 일대에서 열렸다. 특히 올해 페스티벌에서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레전드 매치’가 진행돼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성남시가 게임산업과 4차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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