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17조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은 모빌아이의 암논 샤슈아 창업자. <사진 : 블룸버그>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은 올해 이스라엘 자율주행차업체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달러(약 18조원)에 인수했다. 1999년에 설립된 모빌아이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자율주행차용 충돌방지 시스템과 지도 소프트웨어에서 세계적 수준의 노하우 및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에 필요한 카메라 및 위치 센서 기술에 기반한 ‘로드 익스피리언스 매니지먼트(REM)’ 플랫폼이 주특기로 ‘첨단 운전지원 시스템(ADAS)’ 분야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애플과 구글은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리얼 페이스(Real Face·얼굴 인식 업체)와 슬릭로그인(SlickLogin·음파 인증기술 업체)을 각각 인수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이들이 단순한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아닌, 이미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하기 때문이다. 인수한 뒤 곧바로 이들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 사이버 보안, 센서, 무인 항공기, 빅데이터·스마트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이스라엘에는 6000여개가 있고, 매년 1500개씩 새로 생겨난다.


R&D 투자비중 OECD 1위

애초부터 연구소나 대학에서 독자 개발한 핵심 기술을 해외에 제대로 팔기 위해 창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내수 시장이 작아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뛴다”며 “자국 내 1위 기술은 의미가 없고 오직 세계에서 통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좁은 영토, 전쟁 위험 지역, 천연 자원 부족, 작은 내수 시장 등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대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을 추구한 것과 다르게,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이뤄왔다. 인구 80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인구당 창업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자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스타트업이 많은 창업국가(Startup Nation)가 이스라엘이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해온 덕분이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비중이 OECD 국가 중 1위로 혁신역량에 대한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1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추진했으며 1993년에는 벤처캐피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요즈마 펀드를 조성했다. 요즈마 펀드는 1998년에 민영화시켜 정부에서 민간으로 주도권을 이전시켰다.

요즈마 펀드의 성공 이후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털 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1990년대 초 1개에 불과했던 벤처캐피털이 요즈마 펀드의 성공 이후 88개로 증가했고,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이 2000년 GDP 대비 2.7%로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첨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로 우수한 창업 초기 기업들이 탄생했으며 이러한 기업이 성공하면서 높은 투자 수익률이 실현됐고, 미국 및 유럽 펀드들이 대거 이스라엘 기업에 투자함에 따라 정부의 개입 필요성이 거의 없는 자생적 스타트업 생태계가 마련된 것이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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