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미국 내 최고 수준 인재와 유연한 제도, 대학, 세계 최대 규모 벤처캐피털(VC) 투자 자금이 어우러져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될 수 없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정부가 인프라를 제공할 순 있지만 기업가를 양성할 수는 없다. 성공의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문화를 갖출 때 더 많은 기업인이 탄생할 것이다.”

올라브 소렌슨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 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혁신 클러스터(기업·연구소·대학·기관이 모여 있는 산업 집적지)인 실리콘밸리(스탠퍼드대 석·박사)와 보스턴(하버드대 졸업)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캐나다·홍콩 등에서 살면서 ‘왜 특정 지역이 더 많은 기업가를 배출하는가’라는 주제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 결과 창업을 장려하는 문화,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기회,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얼마나 쉽게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혁신 기업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실리콘밸리에는 기업이 성장할 여건이 갖춰져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인재들이 있고, 기업 간 이직을 허용하는 노동법 같은 유연한 제도도 만들어져 있다.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보유한 대학들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벤처캐피털 투자 자금이 몰린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돼 기업가는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넉넉한 자금과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외에 성공적인 클러스터를 꼽는다면.
“세계 곳곳에 창업 허브가 많지만 실리콘밸리만 한 곳은 없다. 굳이 예를 들자면 미국 보스턴, 캐나다 워털루, 영국 케임브리지, 에스토니아 탈린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혁신을 이끌고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학이 한 곳 이상 있다는 것이다. 열정적인 기업인과 지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있어야 클러스터가 잘 운영될 수 있다.”

세계의 혁신 클러스터 중엔 판교테크노밸리처럼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곳이 있고, 실리콘밸리처럼 자율적으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곳도 있다. 어떤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정부가 클러스터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벤처캐피털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은 정부가 직접 기업가를 양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업가는 기업가 정신과 문화가 자리 잡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마련이다.”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기업·대학이 해야 할 일은.
“가장 중요한 역할이 풍부한 아이디어와 연구를 위한 자금을 제공하는 일이다. 이는 정부 자금, 기업 연구·개발(R&D), 대학 연구 역량이 결합돼야 가능하다. 기업가를 양성하고 잠재력 있는 인재를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좋은 교육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공하는) 기업가는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

클러스터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혁신을 촉진한다고 생각하나.
“연구에 따르면 클러스터는 혁신을 촉진한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클러스터가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성장에 실제 기여하는지,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는 단순히 클러스터 내 하나의 사례나 클러스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실리콘밸리 내에서 창업 관련 교육을 하는 스탠퍼드대. <사진 : 블룸버그>

클러스터 내 기업끼리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지.
“클러스터 내 기업들은 동종 산업의 경우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하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대학·벤처캐피털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나 U.C.버클리는 기업인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한다.”

동종 산업 기업끼리 경쟁하면 동기부여가 되나.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글로벌 기업이 많지만) 스타트업의 성공률은 다른 지역보다 낮다. 기업가 정신을 위해서는 (경쟁보다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기업가가 성공했을 때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흔히 우리는 이를 기업공개(IPO)나 잠재적인 인수자를 통한 투자 유치라고 부른다. 또 다른 요소는 기업 활동으로 부(富)를 축적하는 것이 사회에서 존경받고 용인될 수 있는 문화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기업 간 경쟁이 심해지면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데.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임금이 높고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이다. 물론 직원들은 높은 수입을 보장받고 임대 업자는 수익을 많이 올리겠지만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이 낮고 성공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클러스터 내 기업들은 직원 채용, 고객 확보, 유통 채널 등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심지어 사무실 확보를 위해서도 싸운다. 경쟁 때문에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기 마련이다.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고, 여전히 대다수 직원이 런던에서 근무한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해외 혁신 클러스터 사례가 있다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보스턴 지역)를 한국의 서울과 비교할 수 있다. 두 지역 모두 클러스터를 성공시킬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 올라브 소렌슨(Olav sorenson)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토론토대 로트만경영대학원 기술 혁신·기업가 정신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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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 외에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갖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새로운 생산 방법과 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기술 혁신으로 규정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기업가를 혁신자로 봤다.
에스토니아 탈린 에스토니아는 인구 125만 명의 유럽 국가다. 1990년대 전자정부를 추진했고,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시민권을 발행해 외국인도 시민권을 얻어 회사를 설립하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유럽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생겨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설성인 조선비즈 위비경영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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