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선 지금도 유니콘 기업(설립한 지 10년 이하,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이 탄생하고 세계를 놀라게 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미국 라이코스 최고경영자(CEO) 등을 역임했고, 실리콘밸리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혁신이 계속 나오는 것은 실리콘밸리에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 치열한 경쟁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으로 돈을 좇고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민관 협력 단체다. 임 센터장을 지난 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전 세계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실리콘밸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정말 날씨가 좋고 살기 좋은 곳이다. 또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는 이민자의 천국이고 상대적으로 텃세가 적어 외부인에게 많이 열려 있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같은 우수한 대학도 있다. 근본적으로 160여년 전부터 이어져 온 개척 정신이 살아있다. 1849년 골드러시로 캘리포니아로 몰려온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일확천금을 꿈꿨고,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엔 세 가지의 장점이 있다. 기술 혁신, 투자방법 혁신, 일하는 방식 혁신 이 이곳에서 나왔다. 국방 기술부터 반도체 기술까지 이곳에서 혁신이 이뤄졌고, 페어차일드와 인텔 등 수많은 반도체 회사가 이곳에서 태동했다. 그리고 페어차일드에 투자하고 수익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이라는 투자 방법이 나왔다. 벤처캐피털은 수십년 전부터 인텔과 애플의 성공으로 큰돈을 벌었다. 벤처캐피털은 야후와 구글을 탄생시켰고, 투자가 등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됐다. 또 액셀러레이터(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기업)는 혁신 기업을 더 많이 발굴해 훈련하고 투자하고, 그 뒤 다음 단계의 큰 투자자들에게 연결해 준다. 이들은 빠르게 성장해 유니콘 기업이 된다. 이런 생태계가 확립돼 있어 전 세계에서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욱 성장한다.”

지난 9월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느낌은.
“2016년 초에 실리콘밸리 경기가 가라앉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 인공지능(AI) 붐도 생기는 등 상당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집값과 물가가 오르고 인재 구인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리프트뿐만 아니라,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포드가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고, 쇼핑몰을 순찰하는 로봇도 볼 수 있다. 전기차 충전소도 쇼핑몰에까지 확산됐다. 또 애플·페이스북·구글이 회사의 이미지에 걸맞은 사옥을 짓고 있다. 이런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연봉을 많이 받아 이곳에서 살기에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살기엔 물가가 너무 올랐고, IT 기업이 도시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다.”

포드가 자전거 공유 서비스에 진출한 것은 한국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특징은 ‘이런 것도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업 모델이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일반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 남는 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모델이다. 포드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 ‘포드 고바이크(Ford GoBike)’도 그렇다. 한국이라면 서울시의 ‘따릉이’처럼 시에서 추진했을 일이다. ‘민간 기업이 더 잘할 텐데, 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으로 돈을 좇고, 혁신이 일어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공유 자전거 ‘포드 고바이크’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포드 고바이크의 가격은 1회 자전거를 타고 30분간 이동하는 데 3달러다. <사진 : 포드 고바이크>

포드는 지난해 9월 미국의 자전거 공유 업체 모티베이트와 제휴를 맺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포드 고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드는 내년까지 공유 가능한 자전거를 700대에서 7000대로 늘리고 산호세·버클리 등의 지역에 수백 곳의 자전거 공유 스테이션을 세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포드는 또 같은 달 샌프란시스코의 셔틀버스 공유 스타트업 채리엇을 인수했다. 채리엇은 샌프란시스코 지역 28개 노선에 100여대의 15인승 포드 승합차를 투입한다. 탑승자 수요에 따라 노선이 탄력적으로 변한다. 차량이 이동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따라가는 데이터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포드는 “혼잡한 도시에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과 이들을 연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젊은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실리콘밸리의 생태계에 들어가면 기술 스타트업 분야에선 최고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주위에 얼마나 똑똑한 사람이 있는지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IT 업계 트렌드를 가장 잘 안다. 어떤 기업이 뜨고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 인재를 구하기도 쉽고 제휴할 회사, 투자해 줄 회사를 구하는 것도 아주 쉽다. 이런 정보력이 젊은 인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한국은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인수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고,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사실 한국엔 스타트업을 인수할 기업이 많지 않기도 하고, 인수할 만한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별로 없기도 하다. 대기업의 사업을 위협할 만한 스타트업이 나와야 인수가 진행된다. 실리콘밸리에선 대기업에 타격을 주는 스타트업이 나타나면, 대기업이 방어하는 것보다 그 기업을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인수를 추진한다. 대기업이 정부나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문제점도 있다. 포드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그 한 예다. 한국에서 현대차가 이런 걸 한다고 하면 재벌이 중소기업 업종에 뛰어든다고 시끄러웠을 것이다. 중국을 봐도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대기업이 눈치보지 않고, 혁신이 빠르게 일어난다. 텐센트는 어떤 서비스가 나오면 따라 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스타트업을 인수한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생태계가 형성된다. 한국은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지 않다. 규제도 강해 스타트업이 나오기도 쉽지 않다. 4~5년 전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가 한국에서 시작됐다가 1~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사이 동남아에선 그랩이나 고젯이 성장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3년간 30조원을 공급해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을 육성한다고 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안 하는 것보단 낫다. 그런데 정부에서 돈을 너무 많이 풀면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돼 주의해야 한다. 정부 지원 없이 자생할 수 있는 민간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강력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진 배경엔 치열한 경쟁이 있다. 스타트업에 가망이 보이지 않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스타트업이 사업을 빨리 포기하고, 남은 돈은 초기 투자자에게 반환한다. 인재는 다른 회사로 간다. 한국처럼 정부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으면 어정쩡한 상태에서 몇 년이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 임정욱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UC버클리 MBA, 조선일보 기자, 라이코스 대표,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

손덕호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