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를 위한 정책부터 아이들 저축 습관 들이기, 음식 용기 표시 등 많은 정책에 행동경제학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좋은 정책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제 주체의 복잡한 심리와 행동을 관찰하는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행동경제학 접근법은 인간 본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정부와 기업이 행동경제학을 채택해야 한다”며 별도의 행동경제학팀을 조직한 미국과 영국 정부는 큰 성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애리얼리 교수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권유로 행동경제학 연구를 시작했다. 2008년 ‘사람은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한 책 ‘상식 밖의 경제학(원제 Predictably Irrational)’을 내고 단번에 스타 학자가 됐다.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고, 미국 경제지 ‘포천’은 애리얼리 교수를 ‘꼭 알아야 할 신진 경영 대가 10인’으로 선정했다.

그는 다작하는 학자로도 유명하다. 2008년 첫 책을 낸 후 다섯 권의 책을 더 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센티브가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 세금 인상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 등 기존 경제학이 당연하다고 전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답변을 녹음 파일로 보내왔다.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많아진 이유는.
“그동안 경제 이론은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전통 경제학의 한계를 확인했다.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이해하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개인이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시장이 잘하는 것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구분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전통 경제 이론의 한계를 보완하는 행동경제학을 통해 경제 현상을 더 잘 설명하고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나.
“이미 많은 분야에서 행동경제학이 활용되고 있다. 연금을 생각해보자. 연금 가입은 대부분 사람에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 전통 경제학자라면 경제 주체가 연금에 매달 돈을 적립하고 나중에 연금을 타는 편익을 분석한 결과,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해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혹은 일부 어리석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택에 실패했다고 본다.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고수하려면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반면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연금을 받는 미래에 대한 편익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진단한다. 현상을 달리 분석하면 처방도 달라진다. 행동경제학자는 개인의 비합리적인 선택을 막기 위한 유인을 제공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나쁜 의도를 가진 정부나 기업이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경제 주체의 나쁜 행동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나.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이는 윤리와 관련된 문제다. 행동경제학이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면 분명 나쁜 의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 행동경제학이라고 나쁜 의도를 막아줄 안전장치를 가진 것은 아니다. 행동경제학이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줄수록 윤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결코 멈추지 말고 계속 토론하고 고민해야 한다. 세상을 지키는 수퍼히어로 스파이더맨은 ‘막강한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고 말했다. 이는 행동경제학에도 적용된다.”

애리얼리 교수는 우리 사회에 ‘시장 규칙’과 ‘사회 규범’이 적용되는 분야가 다르다는 이론도 내놓았다. 이스라엘의 한 탁아소 사례가 유명하다. 이 탁아소는 부모들이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가 줄어야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모가 늘었다. 과거에는 아이를 데리러 오는 시간이 ‘사회 규범’ 영역이었기 때문에 늦게 오면 교사에게 미안해해야 했지만, 벌금이 부과되니 아이를 데리러 오는 시간이 ‘시장 규칙’으로 바뀐 것이다. 벌금을 내고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경우가 늘었다.

더 흥미로운 일은 탁아소가 벌금 제도를 없앤 뒤 일어났다. 돈도 안 내게 됐으니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가 더 늘어난 것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이 사례를 통해 사회에는 사회 규범과 시장 규칙이 있으며, 사회 규범이 적용되던 분야가 한 번 시장 규칙에 노출되면 사회 규범은 힘을 잃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많은 영역에 시장 규칙이 적용되고 있다. 사회 규범이 필요한 분야에 어떻게 다시 사회 규범을 적용할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이 사회 규범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성과급 대신 커피나 여행 기회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정부 역시 세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사회 규범이 잘 지켜지도록 독려한다. 시장 규칙과 사회 규범이 조화되도록 하려면 사회적 평판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베이를 생각해보자. 여기서 물건을 사고파는 회원들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다수의 개인이지만 모두 규범을 지킴으로써 평판을 관리한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판매와 구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베이가 장기적으로 자신의 평판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인데 사회나 기업도 이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하던 선택의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체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동경제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술이 발전해도 도덕성은 인간에게서 분리될 수 없다. 많은 선택에 알고리즘이 활용될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도덕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기술 발전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줄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면 운전하면서 문자를 보내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교통사고라는 비용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비합리성 감소로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다. 어떤 기술을 만들고, 이를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합리성과 비합리성 증가는 동시에 이뤄질 것이다.”


▒ 댄 애리얼리(Dan Ariely)
노스캐롤라이나대 인지심리학 박사, 듀크대 경영학 박사, 저서 ‘상식 밖의 경제학’


plus point

생산성 향상엔 ‘돈보다 칭찬’


인텔 반도체 공장. <사진 : 인텔>

댄 애리얼리 교수는 반도체 회사 인텔의 이스라엘 공장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공장 직원 207명을 3개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다른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며 시작됐다. A그룹은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30달러 지급 예정’, B그룹은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피자 한 판 지급 예정’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C그룹이 받은 이메일 내용은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직속 상사의 격려 메시지 전달’이었다.

이메일 발송 직후 생산성이 가장 많이 오른 그룹은 피자를 받기로 한 그룹이었다. 다음은 칭찬을 받는 그룹이었고, 30달러를 받는 그룹의 생산성은 조금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30달러 현금 또는 피자를 받은 그룹의 생산성이 뚝 떨어졌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보상이 역효과를 낸 것이다. 그런데 칭찬을 받은 C그룹 생산성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소폭이지만 향상됐다. 실험 이후 인텔은 단기 성과급 보상 체계를 수정했다.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전제하는 전통 경제학에 따르면 직원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성과가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애리얼리 교수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금전적 인센티브가 전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과급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획일적으로 돈을 주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기 위해 애태우는 것보다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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