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우버 재팬 직원이 우버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우버는 행동경제학을 이용해 수익을 증대시키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행동경제학과 주류 경제학의 가장 큰 차이는 인간의 본성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비용과 편익을 합리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선택을 한다고 가정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얻은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주먹구구식 결정을 내리며, 미래의 큰 편익보다 눈앞의 작은 쾌락을 좇는 등 나약하다고 본다.

이처럼 인간이 때때로 비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마케팅에 이용하면 기업은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어떤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실제로는 도움이 될지라도, 감정을 상하게 해 실패하기도 한다.


성공 사례 1 | 아마존

온라인 쇼핑몰을 구경하다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결제를 마치고 배송을 기다리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해 ‘싸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품을 사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여느 온라인 쇼핑몰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일부 상품의 가격을 표시하는 숫자 중앙에 수평으로 한 줄을 그은 ‘취소선’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취소선은 실수로 잘못 쓴 글자를 고칠 때 긋지만, 아마존에선 상품 가격이 할인되기 전의 정가를 나타내는 데 쓴다. 할인 후 가격만 제시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11월 30일 현재 아마존 홈페이지엔 정가 49.99달러(약 5만4500원)인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에코닷’을 29.99달러(약 3만2500원)에 판매한다고 적혀 있다. 정가를 나타내는 ‘$49.99’에 취소선이 그어져 있다.

개인용 이동수단 ‘세그웨이’엔 정가 399.99달러(약 43만6000원)에 취소선이 있고, 249.99달러(약 27만2000원)에 판매한다고 적혀 있다. 또 할인 행사가 끝날 때까지 ‘20시간 32분 3초’ 남았다고 알려 준다. 남은 시간은 매초 줄어든다.

아마존의 이런 전략은 행동경제학의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이 느끼는 이익과 손실은 ‘기준선’에 의해 달라진다. 취소선이 그어진 정가가 없다면 상품이 얼마나 저렴한지 몰랐겠지만, 정가를 보여줘 소비자에게 기준을 제시하고 싸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할인 행사 마감까지 시간을 표시하는 것도 인간이 이익보다 손실에 대해 크게 반응한다는 프로스펙트 이론에 따른 것이다. 남은 시간이 1초씩 줄어드는 것을 보면 ‘지금 사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이 가격에 살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러면 손해 보는 거겠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이는 구매로 이어진다. ‘싸게 사서 이익을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지금 사지 않아서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사람을 움직인다.



아마존 홈페이지. 정가 49.99달러(약 5만4500원)인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에코닷’을 29.99달러(약 3만2500원)에 판매한다고 적혀 있다. 49.99달러에 취소선이 그어져 있다. <사진 : 아마존>

성공 사례 2 | 우버

우버 이용자가 몰리는 혼잡 시간대에 요금을 정상가보다 할증한다는 표시. <사진 : 우버>
우버는 출퇴근 시간대나 축제가 열렸을 때, 연말 저녁과 같이 교통량이 많아 차량 통행이 많은 시간대(피크 타임)엔 할증 요금(surge pricing)을 부과한다. 할증 요금은 우버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 지금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한 요인이다.

우버는 공유 차량과 승객을 중계하고 수수료로 이익을 얻는다. 그런데 피크 타임과 같이 우버를 이용하려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되는 차량이 적으면 회사는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을 놓치는 셈이다. 이 시간대에 운전 기사가 평소보다 요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하면 더 많은 ‘우버 드라이버’가 도로로 나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우버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할증 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볼 때 흥미롭다. 우버에서 경제 연구 책임자로 재직한 키스 첸(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은 지난해 5월 미국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할증요금이 정상 가격의 2.0배일 때보다 2.1배일 때 더 많은 손님이 탑승했다고 말했다. 첸은 “단순히 ‘두 배’라고 하면 회사의 누군가가 그저 비가 와서 길이 혼잡하다는 이유로 가격을 적당히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2.1배’라고 하면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산출된 수치라는 느낌을 줘 불공정해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비싼 돈을 내는 게 덜 억울하다는 것이다.

또 할증요금이 정상가의 1.8배에서 1.9배로 올라갈 때 줄어드는 탑승 수요보다, 1.9배에서 2.0배로 올라갈 때 줄어드는 수요가 6배 많다. 끝 자리가 '0'인 숫자에 대한 저항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2.1배로 올라가면 다시 수요가 늘어난다.

이런 심리는 온라인 경매·쇼핑 회사 이베이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베이엔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면, 경매 형식으로 입찰하게 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받는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같은 물건의 가격(경매를 시작하는 최저 가격)을 49달러로 올렸을 때보다 50달러로 올렸을 때 더 빨리 팔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입찰 참가자들이 생각하기에 ‘50달러’로 가격을 적은 판매자가 49달러로 적은 판매자보다 더 물건을 빨리 팔고 싶어하고, 낮은 가격에도 물건을 판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가정했다. 끝 자리가 ‘0’인 숫자는 ‘대충’ 쓴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우버의 할증 요금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탑승을 원하는 손님이 많을 때는 요금을 올리면서 왜 손님이 적을 때는 요금을 내리지 않을까?’ 대답도 행동경제학에서 구할 수 있다. 첸은 우버에 합류하기 전 예일대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있으면서 원숭이에게 돈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연구 결과 원숭이도 사람과 똑같이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을 갖고 있었다. 같은 돈을 얻었을 때 보인 기쁨보다 잃었을 때 보인 슬픔이 더 컸다. 만약 우버가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요금을 정상가보다 할인하면, 승객들은 좋겠지만 운전 기사들이 크게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은 실행할 수 없다.

우버는 행동경제학을 이용해 운전 기사가 더 오랫동안 운행하도록 유도해 수익을 증가시키고 있다. 우버 운전 기사는 우버의 중계로 자신의 차량에 승객을 태우고 우버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개인사업자다. 택시 기사처럼 정해진 근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승객이 많을 때만 운행하면 적은 노동 시간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우버 회사 측면에선 운전 기사가 짧은 시간 운행하면 수수료 수익을 놓치고, 평상시 우버 차량 탑승이 어려워진 소비자가 우버를 떠날 수 있다. 그래서 우버는 운전 기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더 오랜 시간 운행하라고 독려한다. 뉴욕타임스는 ‘우버는 어떤 심리학적 트릭으로 운전 기사의 반응을 유도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에 대해 다뤘다. 우버 운전 기사가 운행을 중지하고 ‘퇴근’하려고 하면, ‘오늘 330달러를 벌 수 있는데 아직 10달러가 부족합니다. 정말로 운행을 중단하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뜬다. 게다가 ‘운행 중단(go offline)’과 ‘계속 운행(keep driving)’ 버튼 가운데 ‘계속 운행’ 버튼이 색채로 강조돼 있다.

최근, 우버가 행동경제학을 이용해 운전 기사의 노동을 교묘히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마이클 아모데오 우버 대변인은 “우버는 운전 기사에게 수요가 많은 지역을 보여주거나, 그들이 더 많이 운행하도록 독려한다”라면서 “하지만 모든 운전 기사는 그들이 원할 때 앱상의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일을 그만할 수 있고, 결정권은 온전히 운전 기사에게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메이시 백화점에서 손님들이 연말을 맞아 쇼핑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성공 사례 3 | 제너럴모터스(GM)

1970년대 미국에선 자동차 업체들이 매년 쌓이는 재고 차량을 판매해야 한다는 고민을 갖고 있었다. 자동차 업체는 가을에 신형 모델을 발표하고, 소비자들은 1년이 지난 모델을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 이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 게 과제였다.

1975년 크라이슬러는 ‘리베이트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판촉 방법을 내놓았다. 기간 한정 행사를 실시해 몇 백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만4800달러의 자동차를 1만4500달러로 인하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1만4800달러로 계약한 뒤 30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payback)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같지만, 소비자들은 현금을 돌려받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보편화되자 소비자들은 흥미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너럴모터스(GM)는 강력한 대출 금리 할인 행사를 발표했다. 당시 자동차 대출 이자율은 연 10%가 넘었지만, GM은 2.9%라는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했다. 소비자들은 리베이트와 금리 할인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그러자 일부 소비자들이 GM 대리점을 찾아가 다른 사람들이 차를 먼저 사지 못하도록 보닛 위에 드러누울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존의 높은 금리로 리베이트를 받아 대출금을 상환하면 낮은 금리로 대출받는 것보다 돈을 더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리베이트 금액은 자동차 가격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것으로 느껴지지만, 행사 금리는 일반적인 수준의 3분의 1도 되지 않아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들린다”고 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GM 대리점에 GM 쉐보레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실패 사례 1 | 메이시 백화점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는 2006~2007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경영진은 할인 쿠폰을 고객들이 너무 많이 써 ‘메이시’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한 단계 아래의 유통 업체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7년 봄 시즌 쿠폰 사용량을 그 전해보다 30% 줄였다. 그러자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경영진은 여름 휴가 시즌에 쿠폰 사용량을 기존 수준으로 되돌렸다.

미국 대규모 소매 체인기업 JC페니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론 존슨은 정상가로 판매된 제품의 매출이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거짓 가격’을 없애고 투명한 가격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쿠폰을 활용하는 판촉 방식을 포기하고, ‘.99달러’로 끝나는 가격 체계를 중단했다. JC페니 측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최종 가격은 제도 변경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역시 매출이 빠르게 떨어졌다.

메이시와 JC페니의 정책이 실패한 것은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이 종전과 같더라도 쇼핑에서 얻는 즐거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가보다 싸게 샀다’는 즐거움이다. 불과 1센트(약 10원)지만, 가격표에 10달러가 아닌 9.99달러라고 써 있는 것은 특정 단위 이하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즐거움을 줘 판매량이 늘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한 과자 가게. 옐프는 사무실 주방을 과자 가게처럼 과자들로 가득 채웠다가 모든 직원들이 과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자 결국 과자를 치워버렸다. <사진 : 옐프>

실패 사례 2 | 옐프

레스토랑을 평가하고 검색을 도와주는 미국 온라인 리뷰 서비스 업체 옐프(Yelp)가 직원이 15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스타트업이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옐프는 스타트업답게 사무실 한편의 주방에 음료수와 과자를 쌓아 뒀다. 주스·과일·감자칩·사탕 같은 것들이 주방 서랍에 가득했다. 스니커즈·트윅스·엠앤드엠(M&M) 같은 과자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옐프 직원들은 마치 과자 가게에 온 아이 같았다. 처음엔 모든 직원이 ‘과자 가게’를 사랑했다. 점심을 먹고 두 시간쯤 뒤 출출할 때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기뻐했다.

인간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보는 주류 경제에서는 주방에 과자가 쌓여 있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마이클 루카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합리적이고 경제학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면 선택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과자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면 되고,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제프 도나커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불과 2주 만에 매일 ‘과자 가게’ 주방에 들러 초콜릿바를 먹는 습관이 붙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과자를 거의 먹지 않던 사람들도 일상적으로 과자를 먹었고, 정말로 과자를 먹고 싶어하지 않았더라도 오후의 일과처럼 주방에 들렀다. 모든 직원들은 유혹에 저항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과자를 적게 먹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직원들은 급진적인 결정을 내렸다. 주방의 과자들을 치워버렸다.

루카 교수는 “COO로 성공하려면 직원들이 선택하고 결정 내리는 환경을 고려하는 행동경제학자처럼 생각해야 한다”면서 “직원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복잡성과 편견이 그들에게도 있다는 점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COO가 직원들이 더 많은 업무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선 적절한 보상 계획과 인센티브 계획을 짜는 것뿐만 아니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루카 교수는 과자로 서랍을 채우면 과자를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도 유혹에 시달리게 되듯이, 벽에 직원들의 성과평가표를 그려서 직원들을 압박하면 다른 부문을 희생해서라도 그 그래프 길이를 늘이는 데만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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