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중개인들이 전광판을 보며 주문을 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카펠라 에듀케이션’은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 본사를 둔 온라인 교육 전문 업체다. 사이버 대학원과 소프트웨어 전문 교육기관 등을 운영 중이며 2006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시장 전망치를 35%나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냈다.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나, 카펠라 주가는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풀러앤드세일러 비헤이비어럴 스몰캡 에쿼티 펀드(FTHSX)’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라이페 지오비나조는 당시 상황에 대해 “주가가 충분히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한다. 그는 카펠라에 대한 보다 자세한 분석을 한 후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FTHSX는 자산운용사 ‘풀러앤드세일러’가 운용한다. 풀러앤드세일러는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와 워싱턴주립대 재무학과 학장을 역임한 47년 투자 경력의 러셀 풀러 박사가 의기투합해 1999년 설립했다. 지오비나조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또 다른 행동경제학의 거장인 다니엘 카네만 교수의 프린스턴대 제자다. 이 회사의 이사회에는 카네만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지오비나조의 판단은 행동경제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지적 편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고정관념 또는 초기 정보에 집착하는 ‘앵커링(anchoring) 효과’가 그것이다. 어떤 기업이 ‘깜짝 실적’을 냈다는 것은 바꿔 생각하면 시장이 해당 기업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도 시장의 전망치가 충분히 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앵커링 효과 때문이다.


과대·과소평가의 허점 파고들며 펀드 운용

물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펀더멘털 분석도 필수다. 당시 카펠라의 경우 졸업률과 취업률 등 주요 지표에서 경쟁 교육 업체에 앞섰다. 카펠라 주가는 이후 6개월간 40% 가까이 올랐다. 그 결과 풀러앤드세일러 펀드도 큰 수익을 거뒀다.

풀러앤드세일러는 이렇듯 과대평가, 과소평가와 관련된 인지적 빈틈을 파고들며 펀드를 운용한다. 수익률도 좋다. FTHSX는 2011년 9월 설정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192.52%의 수익률을 냈다. 자산의 80% 이상을 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5년 성과가 상위 2% 안에 들어갔으며 펀드 평가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3년 누적 수익률은 49.6%로 비교 대상인 미국 소형 가치주 펀드(33.0%)를 크게 앞질렀다. 최근 1년 수익률은 28%를 웃돌며 대형주 중심의 S&P 500(18.6%)을 능가했다.

풀러앤드세일러가 운용하는 또 다른 펀드인 ‘언디스커버드 매니저스 비헤이비어럴 밸류 펀드(UBVLX)’는 1998년 말 설정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83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소형 가치주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이 펀드의 최근 3년 누적 수익률은 40.08%로, 비교 대상(벤치마크)인 미국의 소형 가치주 펀드 평균 수익률(33%)과 S&P 500 지수 상승률(36.07%)을 앞질렀다. 10년 성과 기준으로 펀드 순위 상위 1% 안에 들어갔고 역시 별 5개를 받았다.

이들 펀드의 탁월한 성과는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투자자의 오류에 주목한 ‘역발상 투자’로 설명할 수 있다. 시장에서 거품이 발생하거나 바겐세일(할인판매)을 할 경우 주류 다수의 투자자와 반대로 움직이는 역발상 투자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풀러앤드세일러의 경우 긍정적 뉴스에 시장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부정적 정보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 시장과 반대의 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을 구사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행동경제학적 통찰이 이들 펀드의 실적에 정확히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에 입각한 투자와 가치투자의 구분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사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투자는 장기적인 ‘가치투자’다. 접근법이 다를 뿐이다. 행동경제학에서 가치투자를 바람직하게 보는 것 또한 인지적 오류와 관련이 있다. 세일러 교수는 이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주가가 1만원 올랐을 때의 기쁨보다 1만원 떨어졌을 때의 아픔이 두 배 이상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세일러 교수는 지난해 세계적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의 장기 수익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주가가 단기적으로 요동치게 되면 손실 회피 본능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자기 능력 과신도 투자실패 요인”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과신(overconfidence)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투자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스스로가 투자자로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한곳에 ‘몰빵’하거나 거품 증시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거품이 붕괴하더라도 다른 투자자들보다 빨리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세일러 교수는 이 같은 이유로 개별 종목 투자에 회의적이다. 본인도 개별 주식은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라고 해도 그 회사 주식을 사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관점은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을 거둔 펀드매니저 중 하나인 피터 린치의 생각과 정반대편에 있다. 린치는 투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소비자로서 안목을 갖추면 투자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plus point

주식시장의 캘린더 효과 분석


공휴일 다음 날 수익률이 높은 것은 투자자들의 근거없는 낙관 심리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캘린더 효과’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캘린더 효과란 공휴일 다음 날이나 일요일의 시장 평균 수익률은 다른 날의 수익률보다 높다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투자 전문가들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휴일 다음 날과 다른 평일 사이에 수익률의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 보니 휴일을 보낸 다음 날의 주가들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주식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면 월요일의 시장 수익률은 다른 평일의 수익률과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캘린더 효과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결제 시스템이나 거래 관습과 같은 논리적인 근거를 찾았지만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그 이유는 행동경제학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됐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휴식을 취한 다음 날 주식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근거 없는 낙관 심리’에서 캘린더 효과의 원인을 찾았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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