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류 국유기업인 우량예그룹이 2014년 1월 쓰촨성 이빈시 본사에서 자사 소유 관용차 340대를 경매에 부쳤다. 시진핑 정부의 부패 척결 움직임에 국유기업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 조선일보 DB>

“다음 금융위기는 2018년 중국에서 시작될 수 있다.”

금융위기 전문가인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총괄사장은 최근 저서 ‘애프터 크라이시스’에서 중국의 부채비율이 높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의 말처럼 중국의 부채 총액은 2016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부정적이다. 블룸버그·니혼게이자이 등 주요 언론이 6.5%를 예측했고, 세계은행(WB)은 6.4%로 예측했다.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조차도 올해부터 3년 동안 ‘중요한 투쟁’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2기에 돌입한 중국 정부는 경기신장, 부채 해소,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안정성 강화와 내실 다지기에 나설 전망이다.


노동생산성 증가율, 1999년 이후 최저 수준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의 노동생산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생산성은 일정 시간에 투입된 노동량에 대한 성과물(생산량)의 비율로, 근로자 한 명이 일정기간 산출한 생산량 혹은 부가가치를 말한다. 생산효율이나 생산기술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노동생산성 둔화는 중국 사회의 구조적인 영향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개선이 쉽지 않을 뿐더러 개선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려온 중국에서 산업구조 고도화, 경제발전에 따른 노동자 임금 상승 등 비용 증가, 국유기업들의 비효율성 같은 산업구조적인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35년간 지속되다가 지금은 폐지된 ‘한자녀 정책(計劃生育政策)’으로 노동력의 신규 유입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중국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5년 6.6%였다. 이는 2007~2013년의 평균치인 8.1%에서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1990년대 후반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중국 국유기업들이 수백만 명을 해고했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5년 당시 중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은 미국 노동자의 19%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인도인 노동자의 미국 노동자 대비 생산성인 13%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이라는 지표로 보면 문제는 더 명확해진다. TFP는 노동이나 자본의 추가 투입 없이도 늘어나는 생산이다.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TFP는 1998~2007년 연평균 2.6%로 성장했지만 이후로는 거의 ‘0’이라고 중국 전문가 로렌 브랜드 토론토대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의 TFP는 같은 기간 1%에서 0.5%로 떨어졌지만 중국보다는 높다.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생산성이 차츰 둔화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생산성 둔화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고 브랜드 교수는 평가했다.

레이먼드 영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은행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득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과 소비 위주의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산성 둔화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유기업 개혁하고 경제 개방해야

전문가들은 급격한 생산성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비생산적인 국유기업을 지목한다.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에는 통제경제를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국유기업이 있다.

중국은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을 막기 위해 2008년 4조위안(약 5860억달러)에 달하는 부양패키지를 주로 국유기업에 쏟아부었다. 이런 강력한 부양책은 중국의 성장 전반을 지지했고 대량 실업 사태도 막았다. 하지만 부양이 과도하게 국유기업으로 쏠린 탓에 방만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컨설팅업체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국유기업들이 중국 전체 대출의 30%를 챙겼지만 GDP 기여도는 10%도 채 되지 않았다. 앤드루 배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 연구소장은 “정부가 단기적으로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국유기업을 반복해서 지원했다”면서 “이 때문에 민간 부문이 약화하고 생산성 성장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계획경제정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일종의 수정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을 통해 포괄적 산업 개선을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국유기업에 투입했다. 항공·로봇·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국유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신용완화, 보조금, 세금우대 등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부실한 국유기업이 보호막 속에서 생명만 연장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극심한 비효율 사례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톈진의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사무실 로비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인근 도시에서는 트럭용 고무 부품을 손으로 깎는 등 가내 수공업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하에서는 경쟁력이 높은 기업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아지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런데 수정 자본주의를 채택한 중국에서는 이런 논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 인구 감소와 임금 상승을 감안할 때 생산성 둔화는 앞으로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금보다 한층 강화된 시장 개방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중국 경제에 비효율과 잘못된 자원 배분이 매우 많다”며 “이를 없애면 생산성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통신과 운송 부문을 해외에 개방하고 경쟁을 강화해 좀비기업의 도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lus point

중국, 국유기업 줄이고 부패 단속 강화

시진핑 지도부가 올해 출범 2기를 맞아 향후 5년간 강력한 국유기업 개혁을 진행한다. 방만했던 국유경제의 규모를 줄이고 민영기업을 지원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국유기업들도 정부 개혁에 맞춰 최근 회사 차원에서 뇌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속속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 기조에 따라 새해 첫날부터 뇌물 단속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SASAC는 차이나모바일, 동방전기, 중국 자오상(招商)은행, 중국철도그룹, 중국석유천연가스유한공사 등 5개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이행 방안 구축을 지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뇌물죄 처벌 수위를 기존 벌금 20만위안(약 3280만원)에서 300만위안(약 4억9100만원)으로 강화하고, 중대 위반 시 영업 허가를 취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많은 기업이 부패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법인 베이커매켄지 관계자는 “자금 세탁, 정보 보호, 성 범죄 등도 부패 척결의 대상”이라며 “많은 기업이 내부 부패 척결에 나서는 것은 물론, 지역 규제 당국과 가이드라인 이행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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