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높은데 생산성은 낮은, 이른바 ‘노동 생산성 역전 현상’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사진 : 블룸버그>

현대자동차의 국내 공장은 그룹 내에서 ‘모공장(mother plant)’으로 통한다. 생산 시스템, 근로자 숙련도, 노동 생산성 등에서 전 세계 현지 공장에 본보기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중국 등 7개 해외 공장보다 낮다. 현대차가 울산 등 국내 공장에서 자동차 1대를 만들 때 들어가는 노동 시간은 26.8시간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14.7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노동 강도가 약한 것으로 유명한 브라질 공장(20시간)과 비교해도 투입 노동 시간이 더 많다. 각 공장마다 자동화 정도 등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당혹스러운 결과다.

반면 국내 공장 근로자는 해외 근로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울산 공장의 평균 연봉(9400만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두 배에 가까운 미국 앨라배마 공장(7700만원)보다 많다. 현대차 중국 충칭(重慶) 공장은 울산 공장 근로자 월급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임금은 더 높고 노동 생산성은 낮은 이른바 ‘노동 생산성 역전 현상’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런 국내 노동 시장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노동 시장이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한국의 노동 시장에 대해 노사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으며 임금 결정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정리해고 비용은 높다고 분석했다.


노동 생산성 2010년 이후 정체

한국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선 노동 생산성, 노동 투입, 정부 규제 등 크게 세 가지 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국내 산업 전반에 걸친 노동 생산성은 2010년 이후 정체되고 있다. 2000년 18.4달러였던 국내 노동 생산성은 2015년 31.8달러(약 3만4000원)로 13.4달러 상승했다. 노동 생산성이 3만4000원이라는 것은 근로자 한 명이 한 시간 일하면 평균 3만4000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내 노동 생산성을 더 자세히 보면 2011년 30.8달러로 30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5년간 1달러 정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노동 생산성(46.8달러)과 비교하면 15달러 낮다.

특히 제조업의 노동 생산성 개선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업종 위주의 편향적 성장 방식, 대기업 중심의 강성노조로 인한 노동 시장 경직화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

국내 제조업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2010년 7.85%에서 2014년 -3.00%, 2015년 -1.72%로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대폭 하락했다. 반면 2012년 0.82%까지 악화됐던 OECD 평균은 2015년 5.92%로 회복세를 보이며 한국과 격차를 벌렸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전체 산업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2010년 7.12%에서 2015년 1.48%로 크게 둔화됐다. OECD 평균 전체 산업 노동 생산성 증가세도 같은 기간 3.39%에서 1.58%로 하락하기는 했으나 한국을 2년 연속 상회하는 수준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별로 노동 생산성 차이도 크다. 국내 제조업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 생산성은 2013년 29.7%를 기록했다. 2013년 기준 독일(60.8%), 일본(56.5%)과 비교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삼성전자 등 몇몇 대기업에 의해 한국 노동 생산성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 투입 측면에선 성별, 연령별 노동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15~64세 경제 활동 참가율은 2000년 64.4%에서 2015년 68.3%로 3.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1.4%포인트 상승한 OECD 평균에 비해 상승세가 높다. 하지만 2015년 기준 한국의 15~64세 경제 활동 참가율은 68.3%로 OECD 평균 71.3%보다 3.0%포인트 낮고, 독일·미국·일본과 비교해도 4~9%포인트 이상 낮다.

2015년 한국의 남성 경제 활동 참가율은 78.6%, OECD 평균 79.8%와 큰 격차가 없으나, 여성의 경우 57.9%로 OECD 평균 63.0%와 5.1%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연령대별로도 한국은 2016년 15~24세 고용률이 27.2%로 OECD 평균 41.1%에 크게 못 미친 반면 65세 이상은 30.7%로 OECD 평균 14.1%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 시간은 OECD 최고 수준으로 오히려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 취업자 1인당 연평균 노동 시간은 2000년 2512시간에서 2015년 2113시간으로 399시간 축소됐다. 그러나 여전히 OECD 평균(2015년 기준)과 비교해 347시간(월평균 약 29시간)이나 많다.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근로자 비율도 23.1%로 OECD 평균(11.7%)보다 높다.


노동 시장 유연성 강화 정책 내놔야

한국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한 마지막 요인은 정부 규제다. 규제가 많을수록 기업의 자유 경쟁을 막아 노동 생산성은 둔화된다. 한국 정부는 수년간 기업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를 보면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동 시장 유연성 강화보다는 고용 확대 등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반 해고, 취업 규칙 관련 지침 폐기로 기업은 성과 나쁜 직원을 해고하기 어려워졌고,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 규칙을 바꿀 수 없게 됐다. 갑작스러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의 고용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나마 자금 여력 등 경영 여건이 좋은 기업은 이미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있다.

정부의 고용 확대 전략이 오히려 국내에서의 신규 고용을 줄이고, 노동 시장 유연성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plus point

한국 서비스업 생산성
선진국의 절반 수준


여행, 관광 등 한국의 서비스업 노동 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45.1%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사진 : 조선일보 DB>

한국의 노동 생산성이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서비스업의 부진 때문이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서비스업 노동 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45.1%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프랑스(87.8%), 미국(82.6%), 영국(80.8%) 등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낮은 노동 생산력으로 서비스 수지 적자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5년 149억달러(약 15조9000억원), 2016년 176억달러에 이어 2017년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15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과 사업 서비스에서 적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운송도 2016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성장 자체도 둔화되고 있다. 서비스업 성장률은 2014년 3.3%, 2015년 2.8%에서 2016년에는 2.3%로 떨어졌다. 2016년 경제 성장률(2.8%)을 밑도는 수치다.

이처럼 서비스업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OECD는 2016년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간, 한국 서비스업 규제 건수가 제조업의 네 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R&D)도 부족하다.

한국의 전체 민간 R&D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기준 8.1%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영국(58.2%), 미국(29.5%) 등과 비교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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