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이후 미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율은 계속 둔화됐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1995~2005년 미국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5% 수준이었지만 2005~2015년에는 0.9%에 그쳤다. 이를 놓고 경제학자들 간 논쟁이 벌어졌다. 많은 전문가가 생산성 정체 현상이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일부 경제학자들이 생산성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 경제학자는 생산 규모와 생산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지난 10년간 새로 등장한 기술 혁신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실제로 둔화된 것이 아니라, 생산성은 예전과 같은 속도로 향상되고 있지만 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논쟁이 이뤄지는 가운데 채드 사이버슨 시카고부스경영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6년 발표한 논문에 관심이 쏠렸다. 사이버슨 교수는 이 논문에서 최근 수십개국에서 발생한 생산성 증가율 둔화 현상은 각국의 정보통신 생산·소비와 무관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고, 인터넷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이 창출한 생산량 추정치는 생산성 증가율 둔화에 따라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 2조7000억달러의 생산량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사이버슨 교수는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생산성 증가율 둔화는 단순히 지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에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사이버슨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생산성 논쟁은 한발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악화되는 생산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사이버슨 교수는 지난해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지 않는 상황을 고찰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그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에도 생산성이 정체되는 상황을 ‘AI 역설’이라고 표현하며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 것은 맞지만, 아직 AI 기술이 생산성에 영향을 줄 만큼 널리 확산되지 않았고 관련 자본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노스다코타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뒤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이버슨 교수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고 지금은 시카고부스경영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정체된 생산성을 연구한 논문들을 발표하며 경제학계에서 주목받는 학자로 떠올랐다.


주요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다.
“생산성 증가율의 저하가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하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정체가 경제 성장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생산성 증가율이 오랫동안 정체되면 경제 성장률도 오랫동안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생산성 저하로 성장률이 소폭이라도 하락하면 경제와 복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생산성이 2004년 이후로도 그 이전 수준과 같이 빠르게 증가했다면 2017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현재보다 3조달러 이상 더 높았을 것이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1인당 연간 1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국가마다 다른가.
“미국이나 유럽·일본과 같이 기술 수준이 발전한 경제에서는 생산성이 혁신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술이 더 많이 발전한 국가일수록 혁신이 더 절실하다는 의미다. 중국같이 경제가 아직 성장기에 있고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채택하는 국가보다 훨씬 더 그렇다.  한편으로 생산성 향상은 업무에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과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는 시장에서 나타난다. 생산성이 높고 더 효율적인 기업이나 시장이 그렇지 않은 기업과 시장을 대체한다.”

과거 낮은 생산성을 극복한 정책 사례가 있나.
“낮은 생산성을 높인 정책 사례는 매우 많다. 특히 아시아 국가의 사례가 눈에 띈다. 몇몇 아시아 국가는 불과 몇십년 사이에 놀라운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 일본은 1950~70년대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고, 몇십년 뒤 한국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에는 중국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런 생산성 증가는 자본 축적에 따른 결과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생산성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미국 정부는 법인세를 기존 35%에서 21%로 인하했다. 자본에 대한 세금을 낮추면 투자가 촉진되는 만큼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세제개편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정량적으로 얼마나 클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민간의 혁신을 지원해야 하고 우수 사례가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사업 전반에 발전한 기술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제품·서비스(생산물) 시장은 물론 노동·자본(투입물) 시장이 잘 작동하고 경쟁하도록 유지해야 한다. 사람들이 더 질 높은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AI를 포함한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의 기술 발전 추세는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지난해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릭 브린욜프슨, 다니엘 록 교수와 함께 AI를 중심으로 한 최근 기술 발전이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AI가 아직 주목할 만큼 생산성 증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AI는 미래 생산성 향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충분히 많은 관련 자본이 축적돼야 하고 기술과 조직, 업무에 대한 보완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수준으로 자본이 축적된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 노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조직문화와 성과 보상 체계와 같은 경영학적 요인이 기업 생산성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각 기업의 성과는 좋은 생산설비를 사용하거나 학력이 높은 직원을 채용하는 데서가 아니라, 경영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 채드 사이버슨(Chad Syverson)
메릴랜드대 경제학 박사,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원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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