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회복세와 더불어 상승 흐름을 타야 할 지표들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87~2003년 연평균 2.1%에서 2004~2010년엔 1.2%, 2011~2014년엔 0.6%로 또 낮아졌다.

심지어 2015년 4분기에서 지난해 2분기까지는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최근까지 1%를 밑돌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술이나 도구가 좋아지면 노동생산성도 향상되게 마련이다. 지난 10여 년간 기술이 급격히 진보했지만 이례적으로 생산성이 뚝 떨어지자, 학계에서는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째, 생산성 혁신은 이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생산성 통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둘째, 기술혁신이 적용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으니 기다려보라는 입장이다.

알렉산더 필드(Alexander Field) 샌타클래라대 경제학과 교수는 후자에 속한다. 필드 교수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생산성을 시기별로 분석한 논문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90년대 컴퓨터가 산업과 가정에 보급되면서 20년간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이후 다시 생산성이 반등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며 “새 기술이 도입되면, 그에 걸맞은 인재 교육과 관련된 일자리가 형성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드 교수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네이버의 AI 스피커 ‘프렌즈’. <사진 : 네이버>

과거에도 생산성 하락이 세계 경제에 문제가 됐던 적이 있나.
“1973년부터 1995년까지 10년 동안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 선진국의 총요소생산성이 낮았다. 따라서 경제 성장이 상대적으로 둔화되면서 문제가 됐다.”

왜 당시 생산성이 떨어졌나.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의 이름을 딴 ‘솔로의 생산성 역설(Solow productivity paradox)’ 때문이다. 이는 기술 혁신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현상을 설명한다. 솔로는 1980년대 말 컴퓨터시대가 도래했지만 생산성은 낮아졌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기업에 컴퓨터 보급이 확산된 1973~95년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솔로의 역설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의 생산성은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 미국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5% 너머로 반등했다.”

생산성이 다시 증가한 이유는.
“솔로가 주장한 역설이 해소된 것이다. 컴퓨터의 등장 이후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지금 세계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많은 정보기술(IT)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정보기술이 등장한 직후에는 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시간이 흘러 그 기술을 활용한 업종이 늘어나면 또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진보가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기술 발전은 1930년대와 비교해 특정 분야의 성장으로만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AI 스피커와 구글 번역기 등이 출시됐지만, 사람들이 AI 기술을 얼마나 필요로 할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혁신의 산물이 본궤도에 오르면 생산성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인프라 투자를 늘린다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공공 프로젝트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브리지, 오클랜드 베이 브리지, 뉴저지와 뉴욕 맨해튼을 연결하는 해저터널(링컨터널)과 조지 워싱턴 브리지 건설이 1930년대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 이러한 공공 부문 투자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 대도시와 근교의 이동 거리를 단축했고 더 많은 노동자가 도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보통 대도시는 집값이 높기 때문에 노동자가 거주하기 어렵고, 도시의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도시의 접근성을 높이면 생산성도 높아진다.”

과거 생산성이 오르던 시절의 공통점이 있다면?
“공통 요소는 별로 없다. 그때마다 상황이 달랐다. 1990년대를 분석해보면 기술 발전의 영향이 컸다. 당시에 더 많은 숙련 기술자가 필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열이 높아지고 더 많은 고급 노동자가 나오게 됐다.”

역사적으로 기업 투자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법인세 감면 또는 규제 완화인가.
“나는 기업 규제에 대해 확고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이뤄지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 호황을 불러올 것이라는 데에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줄어든 세수는 결국 주식 환매를 위한 자금 조달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생산성이 늘어나기보다는 자산가들의 배를 불릴 가능성이 크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잠재 성장률(물가를 상승시키지 않으면서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가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성장 정체가 만성이 되면서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꺼려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생산성에 큰 타격을 주었기 때문에 회복이 어렵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뿐 아니라 경기 침체와 그 이후의 경기 회복 속도 저하도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미국 의회 예산국은 2007년 이후 잠재적 생산량의 추정치를 하향 조정해왔다. 미국 기업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실제로 가능한 규모보다 더 적게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경제를 전체 생산 능력 이하로 장기간 운영하는 것은 생산성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낮은 생산성을 효과적으로 극복한 사례가 있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마법의 레시피는 없다. 잘 설계된 사회기반시설,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와 교육, 효율적인 세금 체계, 민간 자본 축적을 장려하도록 잘 성숙된 금융 시스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제 등은 노동력과 총요소 생산성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 알렉산더 필드(Alexander Field)
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 UC버클리 경제학 박사, 스탠퍼드대 교수, 프린스턴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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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생산량 증가분에서 노동증가에 따른 생산증가분과 자본증가분에 따른 생산증가분을 제외한 생산량 증가분을 말한다. 즉 정해진 노동, 자본, 원자재 등 ‘눈에 보이는’ 생산요소 외에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 같은 ‘눈에 안 보이는’ 부문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생산해 내는가를 나타내는 생산효율성지표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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