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데일 모텐슨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일찌감치 기업 간 생산성의 차이가 임금 격차를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누구는 높은 임금을 받고 누구는 그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차이는 노동생산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주세페 베를링기에리 프랑스 ESSEC경영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 차이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며 주목받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이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보다 높은 이유를 학문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베를링기에리 교수에 따르면 같은 업종에서 임금이 가장 높은 기업과 가장 낮은 기업의 격차는 2001~2012년에 12% 넘게 확대됐다.

임금 격차는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임금 격차를 유발하는 기업 간 생산성 차이에도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조건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동자에 대한 과보호는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협하고 이는 결국 노동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베를링기에리 교수는 “정책 입안자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아니라 업종 내 많은 기업의 생산성을 고루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이 경쟁을 줄이기 위해 독점적인 지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술 발전이 기업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데이터 생성, 접근, 공유에 대한 정책에도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모습. <사진 : 블룸버그>

기업 생산성 차이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실증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주요국의 생산성 증가율 하락이 경제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할 만하다. 최근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평균 임금은 생산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업 규모나 다른 요인보다 생산성이 임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 임금과 생산성의 관계가 더 긴밀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왜 둔화되는지 원인을 찾는 것은 임금 수준이 정체된 상황을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논문을 통해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생산성 격차가 확대될수록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생산성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은 많은 기업이 평균보다 낮은 실적을 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생산성이 높은 일부 기업은 더 좋은 실적을 낸다. 이런 사실은 임금 불평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발표한 다른 논문에서 우리는 기업의 임금 불평등이 생산성 격차가 큰 업종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인지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어떻게 생산성이 고루 높아질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생산성 둔화는 경제 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생산성, 특히 노동과 자본을 포함하는 모든 투입요소를 고려한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물론 총요소생산성이 경제 성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눈에 잘 안 보이는 부분에 대한 생산성은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생산성은 매출 즉 생산물의 가격으로 측정하게 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수요 감소는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성과 경제 성장 간 관계는 훨씬 뚜렷하다. 생산성은 기술의 발전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구조는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이다.”

정부의 노동정책과 규제는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국가 정책은 임금과 생산성 그리고 이 둘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가 노동자와 기업만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임금과 생산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정부 규제는 자원 흐름을 왜곡시켜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원리대로라면 생산성이 좋은 회사에 더 많은 자원이 배분돼야 하지만, 정책이나 규제가 이 과정에서 작용하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으로도 자원이 재분배될 수 있다. 이는 생산성의 향상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들이 생산성이 좋은 기업에서 높은 임금을 받도록 하는 대신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머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과 생산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최저임금과 생산성은 어떤 관계가 있나.
“최저임금과 생산성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임금을 설정하는 정부 역할과 노동 시장의 특징에 대해 조사했다. 최저임금 수준뿐만 아니라 고용보호법, 노동조합의 밀도, 임금 결정 조직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뛰어난 노동정책이 생산성과 연관된 임금 불평등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이 연구를 통해 발견했다. 예를 들어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이나  임금 협상 환경이 중앙화된 국가에서는 임금 격차가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중앙화된 임금 협상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과 생산성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는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은 생산성과 임금 간 상관관계를 더 긴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살아남은 기업들도 인건비가 높은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직원 수를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같은 최근 기술 발전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기술 변화는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기술이 생산성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지금보다 생산성 격차가 더 확대되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신기술로부터 이익을 얻고 어떤 기업은 낙오될 것이다. 그러나 최신 기술 발전이 평균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 주세페 베를링기에리(Giuseppe Berlingieri)
OECD 기술·과학·혁신부 이코노미스트,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제성과연구소 연구원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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