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둔화로 인해 자동차 산업 등 한국 주력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문형남(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은 “더딘 기술 혁신, 심각한 노조문제, 각종 규제가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이젠 어떤 기업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올해가 힘든 한 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임금 인상이 어려워지고,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없다. 수익성이 하락한 기업은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 바로 생산성 혁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45% 수준인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숙명여대 연구실에 만난 문 회장 역시 “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면 생산성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승패도 생산성 혁신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우리나라는 가장 긴 시간 일하면서도 생산성은 거의 꼴찌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근로시간은 연 2069시간(주당 40시간)에 달한다. OECD 35개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하지만 노동생산성(근로자 한 명이 창출하는 시간당 실질 부가가치)은 27위다. 오래 일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노동에 목매는 기업은 신산업 시대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와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에 나서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낮은 생산성을 그대로 둔 채 일하는 시간만 줄이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추가로 고용할 힘이 없다. 임금도 줄어든다. 오랜 시간 일해도 생산성이 낮은 시스템을 먼저 뜯어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 생산성이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생산성을 결정하는 것은 자동화 시스템이나 노동자의 숙련도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적인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울산공장에서 차 한 대 만드는 시간이 현대차 해외 공장이나 경쟁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노동의 질 때문이다. 해외 공장에서 5시간에 할 일을 8시간에 걸쳐 한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도 생산성 저하의 요인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생산성은 부가가치를 노동, 자본 등 투입 자원으로 나눈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투입자원을 줄이거나 성과를 올리는 것이다. 생산 공정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에서도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사회구성원이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사회적 신뢰)도 축적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핀테크·공유경제 등 창업 벤처 활성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도 키워야 한다. 이미 한계에 봉착한 기존 경제성장 모델로는 더 이상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특히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땐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하기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한국형 유망산업’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는 고용 유연화도 생산성 향상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인력을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원활하게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고용 경직성을 오히려 더 키우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도 생산성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인더스트리 4.0’이 추진된 배경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독일 제조업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의 상승, 낡은 인프라, 숙련 노동자 부족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독일 제조업의 혁신을 위해 추진한 국가전략이 바로 인더스트리 4.0이었다. 이후 독일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업에 적극 활용하면서 생산성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문 회장은 한국 정부가 스마트공장 확산 등과 같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나선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가 생산성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획기적인 개혁 작업부터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첨단기술을 접목해 자동화를 추진하게 되면 고용이나 인력 투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공장 건설이 확산되고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사람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과대 포장된 것이다. 인공지능(AI)이 환자의 X-레이 사진을 판독한다고 하지만 이는 의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하는 일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데 불과하다. 선진국의 실업률 추이를 보면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였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4.1%로 떨어졌다. 일본 실업률은 2.7%에 불과하다.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생산성 혁신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현격하게 낮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절반 수준(45.1%·2014년 기준)이다.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은 규제 때문이다. 특히 금융 부문이 심각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미국에 비해 22년, 일본에 비해 17년, 중국에 비해서도 2년이나 늦었다. 규제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는 지금도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창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돌파하기 위해선 서비스산업 육성이 필수적이고,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규제 철폐가 가장 시급하다.”


▒ 문형남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 전공, 웹발전연구소 대표

장시형 부장대우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