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드 호수가 보이는 슬로베니아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 : 이우석>

“어서와, 동유럽은 처음이지?”

최근 한국인의 여행 경향을 보면 SIT(Special Interest Travel)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SIT란 개인적 취미와 관심사를 찾아 떠나는 특수 관심 관광을 뜻한다. 맥주·카페·와인·식도락·클럽·역사·종교 등을 집중 탐구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지역적으로도 기존 인기 여행지에서 벗어난 곳을 찾아 여행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추세다.

일본과 중국 등 근린 여행 목적지를 비롯해 서유럽과 동남아시아, 북미주, 대양주 일부 국가들이 지금도 한국인의 해외 여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장 눈에 띄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곳은 중·동부 유럽.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에 따르면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대표 지역 여행자가 2015년 3만2000명에서 지난해 3만6000명으로 10% 이상 늘어났다. 유럽의 동남북을 거점으로 동유럽 국가 주요 도시로 취항하는 터키항공과 핀에어 등의 항로 확장도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체코와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은 이미 런던과 파리를 뛰어넘는 유럽 내 인기 여행지 반열에 올랐다. ‘낯섦’이 바로 장점으로 작용, 여행객의 눈길을 끌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 이 중 한국인의 여행 위시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 슬로베니아를 다녀왔다.



유람선이 오가는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의 야경. <사진 : 이우석>

사랑의 나라, 슬로베니아

슬로베니아는 거대한 산과 호수 그리고 아름다운 성이 있어 특히나 매력적인 여행지다. 슬로베니아 역시 독립이 늦어 큰 존재감이 없었지만 최근 몇 년 새 여행객 교류를 통해 한국과 많이 친숙해지는 중이다. 수도는 류블랴나. 관광지인 블레드 호수와 포스토니아 동굴 등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가까워 두 나라를 묶어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블레드(Bled) 호수는 슬로베니안들의 자랑이다. 유럽인들의 신혼여행지 선호도 조사에선 늘 상위권에 오르내린다. 조그마한 호수와 섬 그리고 섬 안의 작은 성당. 사랑하는 여인을 안고 성당 계단을 오르면 부부가 된다는 전설도 있다. 99개 계단은 무척 가팔라, 신부를 안고 끝까지 오르면 실제 결혼 생활에서도 모든 역경을 이겨낼 게 틀림없다. 하체도 튼튼해진다. ‘금슬 좋은 부부 생활을 하라’는 뜻인 듯하다.

호숫가에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빌라 블레드다. 원래 티토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지어졌다. 2004년 정부가 이 별장을 호텔로 개조했다.

호수에는 백조(고니)가 노닐고 작은 거룻배(플레타나)가 섬을 오간다. 플레타나는 화석연료 동력이 아니라 사공이 노를 젓는다. 보트 운행을 시작한 1886년 조합을 결성해 반드시 블레드 지역 사람만, 그것도 꼬박 삼 년을 연습해야 뱃사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껏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보트에서 사공은 감미로운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곳이 왜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섬을 지키고 있는 성 마리아 성당은 1142년에 처음 지어졌다. 여러 차례 지진으로 무너졌다가 1747년에 개축됐다. 성당엔 으레 종이 있는데 이 종을 치면 ‘뎅뎅’ 소리와 함께 사랑과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슬로베니아의 관광 슬로건은 ‘사랑’이다. 국명(SLOVENJA)에서 ‘S’와 ‘NJA’를 살짝 띄어 러브(LOVE)를 만들었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포스토니아 동굴이다. 총 21㎞의 석회동굴로 이 중 5㎞를 공개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동굴이다. 1872년 동굴에 관람용 증기기관차 철도가 놓였을 정도다. 동굴을 밝히는 전등도 1883년에 들여왔다. 일본 도쿄 시내에도 전기가 보급되지 않았던 때다.

동굴을 돌아보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입구에서 한국어 포함 가이드 헤드셋을 받아가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

동굴을 탐사하려면 지붕이 없는 탐사 열차를 타야 한다. 종유석에 머리를 부딪칠 듯 아슬아슬 스릴 넘친다. 열차에서 내리면 아주 근사한 데크 탐방로가 있다. 데크를 따라 걸으며 각양각색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들을 볼 수 있다. 헤드셋에선 종유석과 석순의 이름에 대한 설명이 흘러나온다.



슬로베니아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 <사진 : 이우석>

연인들 여행지로 최고

동굴 안에는 명물이 하나 산다. 작은 뱀처럼 생긴 ‘올름(Olm)’이라는 생물인데 뭘 먹고 사는지는 모르겠다. 빛을 못 봐서 그런지 하얗다. 유리관에 넣어서 보호하고 있다.

한 시간쯤 걸으면 거대한 홀이 나온다.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구멍이다. 보통 영화 속에선 이런 곳에 보물선이 있지만 이 동굴 안에는 기념품 숍이 있다. 이곳에서 다시 열차를 타고 나오면 된다.

류블랴나는 중유럽의 아름다운 정취를 자랑하는 중세 도시다. 로마시대에 군사 도시로 생겨났지만, 의외로 류블랴나(Ljvljana)란 이름은 러블리(사랑스럽다)라는 뜻이다. 슬로베니아(Slovenja) 철자에도 LOVE란 글자가 들어가니 ‘연인들의 여행지’로 딱이다.

깔끔하고 고풍스러운 류블랴나 성이 도시 탐방의 중심이다. 곳곳을 지날 때면 기사와 군인, 수녀, 수감자 등 시대순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갑자기 나타나 연기를 하며 슬로베니아의 역사를 들려준다.

한때 감옥으로 쓰였다는 성 꼭대기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어 이곳에서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 유럽 중세 도시가 대개 그렇듯 중심에는 맑은 강이 흐르고 강변을 따라 시장과 카페가 있다. 슬로베니아는 ‘용의 나라’로 통한다. 시내 곳곳에서 박쥐 날개를 단 서양 용 (龍)을 볼 수 있다. 10월에는 드래곤 페스티벌을 펼칠 정도다.

겨울을 맞아 새하얀 도시는 다른 계절보다 아름답게 빛난다. 다리에 버티고 선 용이 마침 내린 눈을 맞고 있다. 과연 신비스럽고도 아름답다. 서·남유럽에선 쉽사리 느껴볼 수 없는 동화 같은 풍경이다.


▒ 이우석
성균관대 미술교육학과, 여행기자협회 회장, 14년째 여행·맛집 전문 기자로 활동 중


여행 정보

국가 정보 유럽연합(EU)가입국. 오스트리아·헝가리·이탈리아·크로아티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바다(아드리아 해)를 살짝 낀 내륙 국가다. 전략적 요충지로 지정학적 가치가 있다. 1991년 유고연방으로부터 가장 먼저 독립했다. 면적은 약 2만㎢로 경상북도만 하다. 1인당 GDP는 2만3200달러.

항공편 국내에서 류블랴나로 가는 직항은 없고 터키항공의 연결편이 좋다. 인천~이스탄불 구간을 주 11회 운항하고, 이곳에서 류블랴나(2시간 15분)로 매일 직항이 있다. 크로아티아까지 연계하는 것도 좋지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슬로베니아로 넘어가는 여행 루트도 괜찮다. 블레드에서 류블랴나는 약 55㎞(버스로 3시간).

이우석 스포츠서울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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