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확대,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소비여력이 커진 폴란드 국민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한때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서만 부각되던 폴란드 내수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한때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만 알려진 폴란드가 변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여섯 번째, 동유럽에서 가장 많은 인구 3800만명이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로 국민들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폴란드가 ‘유럽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를 넘어 자체만으로 매력적인 시장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폴란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EU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1.6%)했고, 이후 2~3% 수준의 경제 성장세를 지속했다. 최저임금 상승, 내수 확대, 외국 기업 투자 증가 등의 경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2012년 13% 수준이던 실업률은 2017년 기준 7%대까지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만 봐도 실업률은 매달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 일부 고소득층에만 수요가 집중됐던 건강, 미용, 여가생활 관련 소비재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온라인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트라(KOTRA) 집계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폴란드 온라인 시장은 연평균 138% 성장했다. 같은 기간 모바일 거래는 약 50~60%씩 늘었다.

EU와의 정치적 갈등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폴란드는 대통령이 판사 임명권에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등 EU와 마찰을 지속해 왔다. 다만 지난해 12월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부총리 겸 경제개발부 장관이 신임 총리로 임명되면서 갈등이 점점 완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폴란드의 EU 수출 의존도는 지난해 6월 기준 80%에 달한다.


폴란드-EU 간 마찰이 변수

폴란드는 독일·체코·슬로바키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리투아니아·러시아 등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폴란드는 이런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14개 지역에 경제특구를 지정,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2008년 폴란드 남부에 한국의 자동차 분야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LG는 클러스터를 만들어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plus point

이종섭 코트라 바르샤바무역관장
“첨단 기술 강한 韓 기업에 기회… 북동쪽 투자 노려라”

장우정 기자

“폴란드 신임 총리는 전기차,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려고 한다.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이 강한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종섭 코트라 바르샤바무역관장은 11일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4차 산업 육성이 신임 총리의 주요 어젠다인 만큼 관련 제도와 인센티브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모라비에츠키 부총리 겸 경제개발부 장관이 신임 총리로 임명되고 최근 내각 구성까지 마무리되면서 폴란드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내각을 구성한 후 경제·산업 환경 변화가 예상된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 정도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존도가 높은 EU 국가들의 경기가 호전되면서 수출이 늘었고, 최저임금이 매년 올라 내수 시장도 커졌다. 총리 입각과 관계없이 경제 성장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 이와 함께 난민 수용 거부, 사법 개혁 등의 문제로 EU와 대립각을 세우던 강경파들이 신임 총리 내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정치적 갈등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폴란드의 해외 기업 진출 상황은 어떤가.
“최근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고, 일본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기어박스 공장을 설립했다. 관련 협력 기업들도 폴란드에 동반 진출하고 있다. 폴란드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에 맞물려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신임 총리는 전기차·AI 같은 4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려고 한다. 첨단 ICT 산업이 강한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총리는 폴란드를 ‘동유럽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실제 음식 배달 시장에 우버(Uber)가 뛰어들어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길에 서 있으면 음식을 배달하는 우버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10분에 4~5개꼴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우리 스타트업이 폴란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바르샤바 구글 캠퍼스와 논의 중이다.”

현재 14개인 경제특구를 전 국토로 확대하려고 한다.
“경제특구가 몰려 있는 폴란드 남서쪽에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반대로 북동쪽 도시는 실업률이 높다. 고용이 안 되니 임금 수준도 낮고 소비도 위축돼 있다. 총리는 그간 기업들이 별로 없던 폴란드 북동쪽 균형 발전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있다. 지역 개발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차등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이다.”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월 2000즈워티(약 61만원)였던 최저임금이 올해 2100즈워티로 올랐다. 최저임금은 매년 5%씩 상승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저임금 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EU 기금(EU 회원국 간 불균형 해소와 고용 창출을 위해 조성)이 수년간 폴란드에 투입되면서 교통망이 크게 확충됐다. 물류 비용이 줄면서 각 기업은 임금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폴란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류가 퍼지며 한국 화장품 기업의 매출 성장률이 매년 50%를 웃돌고 있다. 올해 이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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