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그린 네이처 2018 EXO 팬 페스티벌’에서 엑소 멤버들이 팬들과 함께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 스포츠조선>

과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아티스트의 곡을 들으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무겁고 꽉 차 있으며, 파괴적인 느낌을 주는 사운드가 특징이었다. 가사는 사회 비판적이었다. H.O.T.의 데뷔 곡 ‘전사의 후예’, 보아의 ‘아이디 피스 비(ID; Peace B)’, 동방신기의 ‘라이징 선(Rising Sun)’, 슈퍼주니어 ‘돈 돈!(Don't Don)’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곡들은 모두 SM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유영진이 만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이 자주 내놓는 음악이어서 ‘SMP(SM Music Performance)’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SM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에선 SMP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남성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히트곡 ‘으르렁’은 유영진이 아니라 신혁, DK, 조던 카일, 존 메이저, 자라 깁슨 등 5명이 공동 작곡했다. 국내외 작곡가 협업의 산물이 ‘으르렁’이라는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시대 흐름에 따라 청중의 취향이 변하자,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회사의 전통적인 음악 대신 전 세계 작곡가와 협업을 택했다.

엑소의 지난해 히트곡 ‘코코밥(Ko Ko Bop)’의 작곡가는 캘린 베어, 테이 재스퍼, 셰일렌 캐롤, MZMC 등 4명이다. 이 노래는 영미권 어린이들의 리듬놀이 ‘다운 다운 베이비(Down Down Baby)’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국내외 작곡가 머리 맞대는 ‘라이팅 캠프’

이런 음원 제작이 가능한 것은 SM이 해외 500여명의 작곡가와 관계를 맺고 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SM엔 매주 100곡씩, 연간 5000여곡의 신곡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를 35명의 전문가들이 들어보고 400곡 정도를 추려 곡에 어울리는 아티스트에게 준다. 해외 작곡가를 국내외 여러 곳으로 불러 국내 작곡가들과 함께 곡을 쓰게 하는 ‘라이팅 캠프’도 열었다. 선택된 곡은 국내 전문가가 아티스트와 어울리게 수정한다.

세계 정상급 프로듀서와 협업하기도 했다.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2011년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더 보이즈(The boys)’의 타이틀곡 ‘더 보이즈’는 테디 라일리가 작곡, 프로듀싱했다. 기존 소녀시대의 곡들과 비교해 사운드가 강렬하고, 그루브가 넘치는 비트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테디 라일리는 고(故)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레이디 가가 등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의 앨범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세계적인 유명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 소녀시대와 함께 작업했다. <사진 : 테디 라일리 페이스북>

색깔 다른 기획사인 미스틱과 제휴도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가수 윤종신, 하림, 조정치, 정인, 장재인, 정진운, 에디킴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다. 유희열이 이끄는 안테나뮤직, 이적과 김동률이 소속된 뮤직팜은 싱어송라이터 위주의 음악 레이블 성격이 강하다.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SM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

그런데 SM은 지난해 3월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스틱의 지분 28%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SM은 자체적인 역량이 다소 부족했던 부분에서 미스틱과 협업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SM 공식 인스타그램엔 여성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f(x))’의 루나, 레드벨벳의 웬디와 함께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소속 유용민, 퍼센트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이들은 네이버 V라이브에서 에프엑스와 레드벨벳의 노래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르며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엠넷에서 방영한 음악 예능 ‘눈덩이 프로젝트’는 SM과 미스틱이 함께 만들었다. SM의 헨리와 마크, 미스틱의 윤종신과 박재정 등이 출연했다. 윤종신은 방송에서 “SM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라는 말을 했다.

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 기업도 다양한 뮤지션에게 문을 연 SM처럼 폐쇄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만들 땐 진입장벽이 높아 오픈 이노베이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기술적 난이도가 낮아지고 콘텐츠가 더 중요해진다”며 “자동차 업체들은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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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기업이 연구·개발(R&D)과 상업화 과정에서 대학이나 다른 기업, 연구소가 가진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전략이다. R&D 투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지만 성공 확률은 점점 떨어져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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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핵심 기술 공개해 경쟁력 강화


‘2017 LA모터쇼’에서 관람객이 테슬라의 ‘모델3’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제치고 후발주자인 테슬라가 전기차에서 앞서나간 배경엔 오픈 이노베이션이 있다.

테슬라는 2014년 6월 보유하고 있던 전기차 핵심 특허를 외부에 공개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인 전력 공급, 배터리 생산, 전력 충전에서 기술이 뛰어나다. 배터리 관리 기술은 전기차 생산을 가로막는 큰 진입 장벽이다. 그래서 이런 핵심 특허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장성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발 기업이 테슬라의 기술로 전기차를 개발하게 되면 테슬라의 기술이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궁극적으로 테슬라를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테슬라는 관련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했다. 배터리 공급 업체인 파나소닉과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미국 네바다주에 대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기가 팩토리’를 지었다. 또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도 협업하고 있다.

다른 자동차 업체보다 폐쇄적이었던 현대차도 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현대차그룹-오로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국의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 이노베이션’엔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총책임자였던 크리스 엄슨,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총괄을 맡았던 스털링 앤더슨, 우버의 인식 기술 개발 담당이었던 드루 배그넬 등 자율주행 분야의 최고 엔지니어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의 강자인 오로라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1년까지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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