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LA에서 열린 케이콘 당시 LA컨벤션센터 앞에서 즉석 K팝 댄스를 추는 팬들. <사진 : CJ E&M>

지난해 8월 18일, 미국 LA의 스테이플스 센터. 아이돌 가수 워너원과 갓세븐 등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공연장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들은 한국어 가사를 목청 높여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콘서트장 밖의 각종 부스에는 현지인들이 한국 화장품 사용법과 한식을 즐기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섰다.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LA이지만 현장에서 한국인을 찾기는 어렵다. 전 세계적인 한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CJ E&M의 케이콘(KCON) 모습이다.

케이콘은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한국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이다. 한 나라를 테마로 문화·서비스, 제품, 마켓이 결합된 컨벤션 형태의 페스티벌은 케이콘이 처음이다. ‘K’는 한국적인 것을, ‘CON’은 콘서트와 콘텐츠, 컨벤션을 의미한다. 케이콘에선 K팝 콘서트와 드라마, 영화, 뷰티, 패션, 음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2012년 미국 어바인을 시작으로 7년째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뉴욕·도쿄·아부다비·파리·멕시코시티 등지에서 총 14회 개최됐다. 그동안 케이콘에 참여한 관객수는 46만여명에 달한다. 올해 첫 개최지는 일본(지바현)이다. 오는 4월 13일부터 3일간 열린다.

2012년 CJ E&M 아메리카는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는 미국 내 K팝 팬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개최를 고민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콘서트뿐만 아니라 컨벤션을 결합해 ‘한류의 모든 것’을 보여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0~30대 젊은 해외 소비자 눈길 사로잡아

하지만 CJ그룹 내부의 반응은 ‘당혹스럽다’는 것이었다. 개최장소가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한류가 미약한 미국보다는 한류 팬이 많은 아시아가 훨씬 유리하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았고, 컨벤션이 너무 생소하다는 비난도 일었다. 하지만 최고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문화강대국인 미국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전파력이 폭발적일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이재현 회장이 마침내 케이콘의 미국행을 승인했다.

2012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하루짜리 파일럿 테스트로 열린 ‘케이콘 2012’는 성공적이었다. 1만2000석 규모의 공연장에 1만여명의 현지 팬들이 자리잡았다. 파란 눈, 금발 머리의 소녀부터 흑인 남성들까지, 한국어로 가사를 따라 부르고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첫해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다시 한번 CJ의 고민이 깊어졌다. 돈을 벌지 못할 확률이 크니 이대로 멈출 것인가, 아니면 한류를 북돋우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브랜드 가치를 지닌 대형 이벤트로 키울 것인가.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선 CJ는 다시 한번 결단을 내렸다.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투자액을 2배로 늘리면서 무대를 캘리포니아주의 심장부인 LA로 옮겼고, 행사 기간을 하루에서 이틀로, 참가 아티스트 수도 2배 수준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케이콘은 2013년부터 음악·영화·음식뿐만 아니라 패션·뷰티·게임 등 다양한 한국 문화콘텐츠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전까지는 음악이면 음악, 음식이면 음식, 이렇게 따로 국밥이었던 이벤트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케이콘에서는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K팝 스타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고, 이들에게 춤을 가르쳤던 할리우드 댄스 강사가 춤을 가르치고, 한식 전문 셰프가 비빔밥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었다. 특히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한국 스타들의 화장법을 따라 할 수 있는 클래스를 운영했는데,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비빔밥 등 한식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쿠킹 클래스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불고기 바비큐 등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에는 길게 줄을 늘어설 정도였다. 케이콘은 이렇게 트렌드에 민감하고 전파력이 빠른 10~2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잠재 소비자로 유입, 그들을 통한 입소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역할 톡톡히

케이콘은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 창구 역할도 한다. CJ는 2014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이 케이콘 현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 홍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케이콘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총 445개사, 해외 바이어 수출상담은 1425건에 이른다. 특히 중소기업의 재참여 의사가 92.5%에 달할 정도로 케이콘은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우수모델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홍보효과가 생각보다 쏠쏠하자 글로벌 기업의 스폰서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케이콘 초창기만 해도 농심·아시아나 등 한국 기업들이 주를 이룬 스폰서십에서 글로벌 기업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케이콘에는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4년 연속 참여한 데 이어 아마존·AT&T·스테이트팜 등이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이 케이콘 후원에 나선 것은 케이콘이 현지 기업들에 한류 팬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력 타깃 소비계층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가 운집하는 한류 대표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에서 열린 케이콘을 찾는 관람객 중 15세 이상 24세 미만 관객들이 84%를 차지하고 있다.

LA한인타운엔 7~8월이면 케이콘을 보기 위해 미국의 각 지역에서 팬들이 모여들면서 ‘케이콘 특수’라는 말도 생겼다. 과거 한인 2~3세 위주였던 한인타운 방문객은 지난 몇 년 사이 80~90%가 외국인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K뷰티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화장품점과 선물가게, 옷가게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신형관 CJ E&M 음악콘텐츠부문장은 “케이콘은 한류를 매개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plus point

한국 음악의 아시아 교류 플랫폼 ‘MAMA’


지난해 홍콩 아시아월드엑스포에서 열린 MAMA. <사진 : CJ E&M>

연말이면 아시아 지역 언론의 헤드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시상식이 있다. 바로 MAMA(Mnet Asian Music Award)이다. 이 행사의 전신은 CJ의 음악채널 엠넷이 10여년간 진행해온 국내 음악 시상식이다. 2010년 CJ는 이 시상식 무대를 해외로 옮겼다. 당시만 해도 뜬금없는 행보로 여겨졌지만 이제 MAMA는 어엿한 글로벌 행사로 발돋움했다. 쇼를 보기 위해 1만여명의 다국적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수천만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다. 그중 한국인 비율은 10%를 넘지 않는다. 그동안 아시아 1개 지역에서 열렸던 MAMA는 지난해 베트남·일본·홍콩으로 지역을 확대해 일주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특히 CJ는 MAMA를 K팝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문화 상품으로 기획했다. 이는 그래미·오스카 등의 글로벌 시상식이 장기적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확신이 깔려 있다. 시상식의 원조라 불리는 오스카의 경우 연간 수익이 1억달러(약 1100억원)에 육박한다. MAMA는 2014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티켓 판매 매출, 광고 판매 수익 등 한 번의 공연에서 발생하는 직간접 경제효과는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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