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산업 경쟁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서 매출액, 수익성, 생산성, 성장성 등 4가지 지표로 분석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경쟁력 평가에서 SM엔터테인먼트는 소니뮤직(11위), 워너뮤직(12위)을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6위, YG엔터테인먼트는 10위, CJ E&M은 15위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당시 “뉴미디어와 스마트 기기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조 해체가 가속화되고 새로운 디지털 시장 생태계로 개편됐다”라며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등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진정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대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가 나온 뒤 3년간 K팝은 세계에서 더 많은 팬을 확보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31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K팝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팬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그 데이터를 충실하게 분석해 지역 특성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자생적으로 팬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로 진출했다. 비결은.
“방탄소년단 전까지, 싸이를 제외하고 미국에 진출한 K팝 아티스트는 전부 실패했다. 미국 청중들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없었는데, 회사 경영진의 판단으로 미국에 건너가 도전했기 때문이다. 전혀 문화적인 유사성도 없는 곳인데 미국을 돌면서 공연하게 했다. 일방통행과도 같았다. 기존 아티스트의 미국 진출이 ‘밀어붙이는(push)’ 방식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은 한국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를 미국에서 ‘끌어당기는(pull)’ 방식으로 진출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경을 넘어 팬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 충분한 팬덤이 형성되면 공연하고 돌아오는 방식이다. 활동의 기반은 한국에 두고, 원정 경기를 갔다 오듯이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충성도 높은 팬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소셜미디어를 정말 잘 활용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의 보이밴드는 물론 전 세계 어느 아이돌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 다른 아이돌도 소셜미디어를 쓰지만, 어떻게 활용하는지에서 큰 차이가 난다. 다른 아이돌 그룹은 올리지 않지만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사적인 모습을, 팬이 많지 않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꾸준히 올렸다. 소셜미디어를 기획의 관점에서 활용한 것이 아니라 팬들과 모든 것을 공유하기 위해 이용했다. 양방향 통행이 이뤄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음악성을 갖췄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인기가 점점 올라가 지금에 이르렀다. 뮤지컬은 인기가 높지만 오페라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는 현상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다. 오페라는 뮤지컬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됐고 음악성도 더 높다. 오페라의 문제점은 엄숙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야 하고, 손뼉 치는 것도 제한이 있다. 사진을 찍지 못하니 팬들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지 못하고, 주변 사람에게 홍보할 수 없다. 그런데 뮤지컬은 마지막 앙코르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소통한다. 관객은 전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 동영상을 찍는다. 배우도 팬들과 만나고 사인을 해준다. 이렇게 팬과 소통을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디즈니 공식 팬 행사 ‘D23 엑스포’에서 팬들이 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캐릭터 분장을 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아이돌을 육성해 성공시키더라도, 계약이 종료된 아이돌이 다른 회사로 옮겨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렇다. 보통 팬들은 아티스트를 좋아하지 소속사에 대해선 애정이 크게 없는 편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다르다. 디즈니에서 새로운 만화영화를 만들면 대중들은 믿고 본다. ‘백설공주’ ‘미키마우스’ 만화영화는 나오지 않아도 디즈니는 영원하다.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끈끈한 관계를 구축하면 초우량기업이 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영원할 수 없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영원할 수 있다. 팬들이 소속사를 믿으면 새로운 아이돌 그룹을 또 육성할 수 있다.”

K팝이 세계 팬들을 끌어모으고, 시장 파이를 계속 확장시켜 나가려면.
“지역별로 각 시장의 고객 데이터를 모아서 충실하게 분석해야 한다. 소셜미디어로 들어오는 팬들의 접속 기록을 분석하는 것이다. 나라별로 분석해 얼마나 팬이 많아졌는지 지켜보고, 숫자가 커지면 단계적으로 진출하면 된다. 그 나라의 유명한 뮤지션과 협업해 현지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 미국에 진출했던 아이돌이 실패한 것은, 그때는 소셜미디어가 없어 계량적인 분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없이 진출해 공연 무대에 세우는 것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월척이 걸리기를 기대하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것과 같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소셜미디어를 잘 이용하기 때문에 어군탐지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K팝 그룹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데는 유튜브 영상의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 어쩌다 보니 소셜미디어를 통해 콘텐츠가 전 세계에 뿌려졌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진출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글로벌 기업처럼 전 세계 시장을 분석하고, 특성에 맞춰서 가장 큰 시장부터 하나씩 접근해야 한다.”

K팝이 배워야 할 경쟁력 높은 국내 산업이 있다면.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 중에서 게임이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높다. 국내 게임 산업이 강한 것은 언어적 장벽이 없어 문화 장벽이 낮고, 고객 데이터를 다 가져올 수 있어 고객 수요를 분석하기 쉽기 때문이다. 게임을 출시할 때도 고객 데이터를 보면서 현지에서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고 맞춰서 출시한다. 국가별로 출시하는 순서도 정한다. 또 신작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베타테스터를 모집해 선(先)공개한다. 최장 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고객(게이머)들과 충분히 교감을 갖고 소통한다. 이때 게임을 즐긴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피드백을 회사에 주고, 높은 충성도를 갖게 된다. K팝뿐만 아니라 한국의 산업은 게임 회사에서 배워야 한다.”


▒ 김영걸
서울대 산업공학과, 미네소타대 경영학 박사, 카이스트 경영대학 대외부학장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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