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10년 이상 손발을 맞췄다. 서로 눈빛만 봐도 안다. 탄탄한 팀워크가 결국 최고의 성과를 만들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다. 사실 한국 컬링 여자 대표팀은 약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하나로 똘똘 뭉쳤고, 캐나다·스위스 등 세계 강호를 차례로 물리쳤다.

사례 2.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결과는 준우승.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베트남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206개 국가 중 112위다. 동남아시아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어떻게 베트남 대표팀은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그 뒤에는 박항서 감독이 있었다.

한국 컬링 여자 대표팀과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 스포츠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흔히 스포츠를 전쟁에 비유한다. 전쟁에 승리하려면 조직을 이끌 리더가 있어야 한다. 전술과 전략도 필요하다. 스포츠는 경영과도 비교된다.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 교수는 스포츠와 경영 현장의 유사점으로 다음 4가지를 꼽았다. “리더가 존재한다. 경쟁상대를 이겨야 한다. 환경이 변화무쌍하다. 개인의 능력은 물론 팀워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스포츠 조직은 선수 개인 역량과 팀 전술, 문화 등 내적 요인과 경기 대진 등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해 힘을 발휘한다. 팀 전력으로, 이는 선수 한명만 잘한다고 강해지지 않는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은 스포츠 세계의 철칙이 된 지 오래다. 팀을 만들고 이끄는 감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영국 프로 축구 맨체스터시티 감독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스페인 FC바르셀로나)를 키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메시 한명이 아닌 10명의 팀을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 감독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선수 각각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단순하게 보면, 스포츠는 상대팀과 똑같은 수의 선수로 경쟁한다. 물론 선수 간 실력 차이가 존재한다. 감독이라면 선수들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스포츠는 팀 단위의 경쟁이다. 물론 1 대 1 경기도 있다. 하지만 축구·야구·농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는 팀대 팀으로 시합을 한다. 승리하기 위해선 최강의 팀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스포츠 세계에선 ‘1(선수)+1=2’가 아니다. 2명 또는 그 이상의 선수들이 팀플레이를 펼치면 단순한 합을 크게 뛰어넘는 전력이 발휘된다. 물론 경쟁팀에 따른 상대적인 개념이다. 반대로 제로(0)가 될 수도 있다.

감독이 계획하는 전술, 팀플레이가 중요한 이유다. 때문에 감독은 선수 개인이 아닌 팀으로 플레이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미국 프로 농구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이끌고 있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시스템 농구’로 유명하다. 이 팀의 시스템 농구는 유기적인 공 흐름(패스)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포포비치 감독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활발한, 헌신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동료 선수에게 슛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상대팀 선수를 스크린(수비수의 진로를 막는 행위)하거나, 패스를 받기 위해 커트인(수비수를 떨쳐 내기 위해 순간적으로 골대 쪽으로 움직이는 행위)을 하는 모습은 샌안토니오 경기에선 흔한 모습이다. 관중들은 이를 보며 ‘예술’이라며 환호하지만, 이는 감독의 철저한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FC바르셀로나에 ‘티키타카(Tiki-Taka·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한다는 뜻으로, 축구에서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가 있다면 샌안토니오에는 ‘시스템’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포비치의 전술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FC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로 유럽 최고의 축구팀들이 격돌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최고의 팀으로 불린다.



알렉스 퍼거슨(오른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잠재된 5%의 능력을 끌어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제 개선, 상황에 맞는 리더십 구축

위기 극복 능력도 중요하다. 팀을 이끌고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다. 영국 프로 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6년간 이끌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내가 팀을 이끈 모든 순간에는 항상 위기가 따랐다”며 “그 때마다 선수들과 단합했고, 그들에게 잠재된 5%의 능력을 끌어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퍼거슨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신뢰, 가족 정신과 단합을 강조했다. 선수를 신뢰하고 믿으면, 그들은 자신감을 얻고 실력의 100% 이상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팀 성적으로 이어진다.

스포츠 감독의 리더십 유형은 크게 용장(勇將), 덕장(德將), 지장(智將)으로 나뉜다. 용장은 카리스마형으로 강한 훈련을 실시하고, 완벽하게 짜인 방식대로 선수를 관리하고 운영한다.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으로 개개인의 의견이나 특징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를 빨리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장은 선수를 이해하고, 나아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통 능력이 뛰어난 감독을 말한다. 기본적인 규칙이 있지만 보다 자유로운 팀 분위기를 중요시한다. 결국 경기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하기 때문이다. 덕장의 리더십은 장기적으로 선수, 팀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하는 결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다. 지장은 수집한 선수, 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술을 짜는 감독이다. 감(感)도 중요하지만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데이터, 확률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늘 메모하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리더십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황이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다가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스포츠 경영컨설팅업체 존고든컴퍼니의 존 고든(Jon Gordon) 대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스포츠팀 감독이나 과거 성공 전략에 집착하면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며 “문제점을 개선하고 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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